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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기자의 禪 이야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고 예절 바르고 지혜로운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런 동반자를 얻지 못했거든,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으로 알려진 ‘수타니파타’ 구절이다. 수타는 ‘경(經)’이라는 뜻이다. 이 경에 담긴 뜻은 자유와 독립이다. 요즘 서구 젊은이들에게 불교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 자유로운 정신 때문이다. 불교는 본질적으로 체제 이탈적이며 반제도적인 측면이 있다. ‘위대한 버림’으로 칭송받는 붓다의 출가 행위 자체가 제도로부터의 이탈이었다.

붓다의 이탈 행위는 출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생로병사의 허무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그는 배움을 얻기 위해 당시 위대한 스승으로 알려진 알라라 칼라마라라, 웃다카 라마풋다를 찾아갔다. 두 사람은 당시 인도를 대표하는 선각자이자 교단의 지도자였다. 붓다는 이들 문하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붓다의 사람됨을 높이 사 제자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붓다는 이 두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 배웠다고 생각하자 ‘남아 있으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홀로 구도를 계속했다. 그러나 어느 스승에게서도, 어떤 수행으로도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던 그는 보리수 아래에서 목숨 건 수행을 새로이 시작했다.

비단 붓다만이 아니다. 지나간 역사, 그리고 현재의 역사에서 위대한 영웅들은 모두 안락과 정주를 버리고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외로운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임제록’(중국의 임제선사가 남긴 불서)은 이렇게 말한다. “바른 견해를 얻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미혹당하지 말고, 안으로나 밖으로나 만나는 것은 바로 죽여라.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야 비로소 해탈하여 어떤 물건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자재하게 된다.”



임제선사의 이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언명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자들에겐 나침반과도 같은 지침이다. 이 ‘죽이라’는 말은 어떤 물질적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념이나 통념을 뒤엎으라는 ‘거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것이요, 지금까지 옳다고 믿어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배교를 뜻한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혁명이며 포스트모던의 종교다. 옛날 유학자들이 불교가 반역의 종교이며 위험하다고까지 한 데는 이렇듯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제 와 불교적 상상력은 다원화한 시대에 걸맞은 새 사상으로 부각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주간동아 2005.12.13 514호 (p82~82)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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