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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딛고 일어선 열정의 맛과 향

전설의 ‘마스 도익스’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절망을 딛고 일어선 열정의 맛과 향

절망을 딛고 일어선 열정의 맛과 향

현재 마스 도익스를 이끌고 있는 발렌티 야고스테라. [사진 제공 · 샤프 트레이딩]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프리오라토(Priorato) 지역. 첩첩산중인 이곳에서는 11개 산골 마을의 주민들이 산등성이 경사면을 계단식으로 깎아 포도를 기르며 살고 있다. 12세기부터 와인은 마을 사람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프리오라토를 덮친 병충해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

후안 도익스(Juan Doix)가 살던 마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0명 정도였던 주민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그러나 후안은 황폐화된 포도밭을 등질 수 없었다. 그는 1878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은상, 1888년 바르셀로나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와인 생산자였다. 와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는 병든 나무를 뽑고 새 포도나무를 심었다.

프리오라토 지역의 와인은 이미지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까지 마을 협동조합은 온 마을의 포도를 한꺼번에 사들여 와인으로 만든 뒤 병입도 하지 않은 채 싼값에 벌크로 팔았다. 1998년 후안의 아들 호세(Jose)는 사촌 라몬(Ramon)과 발렌티 야고스테라(Valenti Llagostera) 형제로부터 함께 와이너리를 세우자는 제안을 받았다. 라몬과 발렌티는 호세의 포도밭 일을 자주 돕곤 했는데, 좋은 포도가 싸구려 와인이 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설립한 와이너리가 바로 마스 도익스(Mas Doix)로, ‘죽기 전에 마셔야 할 와인 1001’에 등재된 도익스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도익스는 카리냥(Carignan) 55%와 가르나차(Garnacha) 45%로 만든 와인이다. 카리냥과 가르나차 모두 수령이 80~110년인 고목으로, 후안이 심은 것이다. 포도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생산량이 줄지만 열매 하나하나에는 훨씬 더 진한 맛과 향이 응집된다. 도익스 와인에서 느껴지는 힘, 우아함, 복합미는 이런 고목에서 나온 포도가 아니고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향미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열정의 맛과 향

도익스, 살랑케스, 레스 크레스테스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샤프 트레이딩]

도익스보다 아래 등급으로는 살랑케스(Salanques)와 레스 크레스테스(Les Crestes) 와인이 있다. 살랑케스는 가르나차 65%, 카리냥 25%, 시라(Syrah) 10%를 섞어 만든다. 가르나차와 카리냥의 수령은 70~90년이다. 농익은 과일향, 견고한 타닌, 적절한 산도의 균형미가 뛰어난 살랑케스는 프리오라토의 테루아르(terroir·토양과 기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와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레스 크레스테스는 가르나차 80%에 카리냥과 시라를 섞어 우아함을 더한 와인이다. 수령이 20년 정도인 젊은 포도나무 열매를 쓰지만 그루당 생산량을 1kg으로 제한해 포도의 맛과 향이 매우 진하다. 신선한 과일향이 매력적인 레스 크레스테스는 생동감이 넘치는 데다 마스 도익스 와인 중 가장 저렴해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다.

마스 도익스는 스페인 최고 와이너리로 구성된 그란데스 파고스 데 에스파냐(Grandes Pagos de Espan~a)에 속해 있다. 스페인 전체에서 이 단체에 가입이 허락된 와이너리는 30곳뿐이다. 절망을 이겨내고 다시 포도나무를 심은 후안과 그의 열정을 이어받아 와인을 지켜온 자손이 없었다면 마스 도익스가 이런 영예를 누릴 수 있었을까. 한 집안의 대를 이은 노력과 희생이 담겨 있는 마스 도익스 와인들. 이들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6.10.26 1060호 (p76~76)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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