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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철새 도래지에 불을 지른 곡절은

개발 예정지 환경부 ‘생태자연도’ 평가 지자체 불만 … J프로젝트·충남 레저특구·시화호 직격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철새 도래지에 불을 지른 곡절은

철새 도래지에 불을 지른 곡절은

생태자연도 초안에서 1등급으로 분류돼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 천수만 일대.

자고 나면 값이 오른다. 기업도시 광풍 탓에 ‘부르는 게 값’이다. 주민들의 벌어진 입은 좀체 다물어지지 않는다. 강원 원주시의 부동산 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했다. 기업도시 유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웃한 횡성군도 외지인의 부동산 거래로 덩달아 춤을 춘다. 개발 기대로 땅을 찾는 이들은 많으나 매물은 숨어들어, 값이 두 배로 오른 건 놀랄 일도 아니다.

6월23일 오전 8시30분 ‘기업도시 시범사업 선정평가단’(이하 평가단)이 원주시로 들이닥쳤다. 평가단이 “환영 현수막을 내걸거나 국회의원 혹은 시장이 인사말만 해도 감점을 하겠다”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놓은 터라, 90분가량 진행된 현장 평가에서 원주시 관계자들은 사단장 앞에 선 이등병처럼 전전긍긍했다. 평가단에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향후 도시의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6월23~25일, 기업도시에 출사표를 던진 10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사뭇 긴장돼 있었다. 전남 무안군, 충북 충주시, 강원 원주시, 충남 태안군, 전남 해남·영암군, 경남 사천시, 전북 무주군, 경남 하동군·전남 광양시 등 8개 ‘개발 단위’, 10개 지자체가 기업도시 시범사업 유치에 뛰어들었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 관계자는 “7월4일부터 8일 사이에 시범사업 지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합 지역들은 “우리가 더 낙후돼 있다”며 저마다의 논리로 평가단을 설득했다. 평가단의 ‘파일’엔 낙후도뿐 아니라 소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생태자연도 초안)’도 담겨 있었다. 환경부는 올 11월 전국을 3개 등급으로 나눈 ‘생태자연도’(1등급: 보호·보전이 필요한 지역, 2등급: 개발 최소화 지역, 3등급: 개발·이용 지역)를 공시할 예정인데, 개발 예정지가 1등급에 포함된 지자체는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등급 땐 개발에 차질 빚을 수도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생태자연도의 1 등급 권역은 그린벨트, 생태계보전지역 등과 같이 개발 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발에 나설 때 환경 보전을 우선 고려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1등급 권역 내에서의 자연 훼손을 수반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은 사전 환경성 검토 단계에서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생태자연도가 ‘농촌 및 산촌의 그린벨트’라며 마뜩찮아한다. 생태자연도가 개발 사업 구상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가 생태자연도 초안을 확인한 결과, 기업도시 유치에 나선 8개 ‘개발 단위’ 중 3곳의 개발 예정 지역이 1등급 권역에 포함돼 있었다. 충남 태안군(473만평 중 410만평, 87%), 전남 해남군·영암군(3000만평 중 1500만평, 49%), 전남 무안군(1400만평 중 235만평, 17%)이다. 다만 무안군은 1등급에 포함된 창포호 주변 235만평이 기업도시 개발 예정 지역과 떨어져 있어 생태자연도가 지역 개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도시를 추진하는 4개 지자체 외에도 굵직한 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지자체의 개발 예정 지역의 상당수가 1등급으로 분류돼 해당 지자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건교부 관계자는 “평가단에 환경부 자료가 이미 건네졌으며, 생태자연도가 후보지 선정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 역시 “1등급에 포함됐다고 해서 개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값이면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환경영향평가 때 1등급을 ‘들이대면’ 경쟁 지역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또 1등급에 포함된 토지는 자본을 끌어오기 어려워 개발 계획의 입안 자체가 어려워진다. 또 개발을 빌미로 지자체가 ‘땅 장사에 나서’ 재미를 보기도 힘들어진다.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땅값이 폭등하는 데는 지자체의 부추김과 부동산 업자들의 장난도 한몫하는데 개발에 한계가 있는 1등급 지역에 부동산 업자가 똬리를 틀 가능성은 낮다.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벌써부터 정부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대규모 상경 시위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읍소와 항의가 쏟아지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생태자연도인지 뭔지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관제 시위는 아니지만 대규모 상경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지역 중에 어느 곳이 1등급에 들어갔는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실태를 파악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개발 논리 밀려 환경부 후퇴 조짐

표(票)를 먹고사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역구가 1등급에 포함된 한 의원은 “강원도는 거의 대부분이 1등급이다. 낙후돼 자연환경이 좋은 곳은 계속 낙후된 채로 살라는 말이냐. 생태자연도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생태자연도 초안상 1등급에 포함된 신청지 등은 국토 균형 발전 및 지역 숙원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등급 완화 또는 권역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평가단이 아직 최종 공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태자연도를 무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데다, 환경부는 11월로 예정된 공시 이전까지 현지조사에 나서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등급과 면적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결국 개발 계획에 맞춰 생태자연도를 수정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장과의 협의는 법에 명시돼 있고, 조정에 나서는 것은 특정 지역에 혜택을 주자는 게 아니라 더욱 정확하게 실사한 뒤 공시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간동아’가 입수한 환경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확정안은 초안에 비해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기업도시 예정지를 우선하여 조사하고 지역 주민 등을 참여시켜 합리성을 제고한다. 태안, 영암, 무안의 경우엔 주요 철새 도래지 주변의 벨트화(250m) 및 철새가 도래하는 농경지에 한정해 지정하는 방법을 통해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남도의 J프로젝트와 충남도의 레저특구가 생태자연도의 충격을 피할 수도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문건에서 생태자연도 ‘추진상 어려운 점’으로 △기업도시 유치에 나선 지자체에서 등급 완화 요구 △해남, 영암 기업도시 예정지의 49%가 1등급에 포함 △전북 만경강과 동진강 일부가 1등급에 포함됨으로써 새만금 사업 우려 △무안 기업도시 예정지 17%가 1등급에 포함 등을 꼽았다. 국가적 과제인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굵직한 개발 계획 앞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자연환경 조사를 시행해 만든 생태자연도가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이다. ‘보전’과 ‘개발’ 중 누가 승자가 될지 자못 궁금하다.

철새 도래지에 불을 지른 곡절은
직격탄 맞은 서산·태안 ‘레저특구’ 5월 중순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주민들은 철새 서식지인 갈대숲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철새가 지역 개발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레저특구 건설과 기업도시 유치에 나선 서산시와 태안군은 개발 예정 지역이 생태자연도 초안에서 1등급으로 지정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서산시와 태안군이 복합웰빙 단지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천수만 간척지(B지구)가 1등급을 받은 것.

천수만 간척지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철새의 휴식 및 취식지 전역이 1등급으로 지정됐다.

태안군은 애당초 기업도시 유치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간척지 땅의 상당 부분을 특정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특혜 시비가 불거진 것. 기존의 악재에 기업도시 예정지의 87%가 1등급에 포함되면서 개발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기업도시뿐 아니라 향후 다른 개발 계획도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천수만 B지구 주변 토지는 지난해 1월 1평당 7만~8만원 하던 게 최근엔 15만~20만원에 거래될 만큼 개발 기대감이 높았다. 물론 평가단이 다른 장점을 높이 사 ‘환경 변수’를 무시하고 기업도시 후보지로 천수만 일대를 선정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해남·영암… J프로젝트 미래는 해남군, 영암군, 무안군, 신안군 등 서·남해안 지역은 전라남도(지사 박준영)가 주도하는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 도시)의 가시화로 투기 바람이 거셌다. 평당 2만~3만원 하던 논밭 값이 두 배로 치솟았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온 J프로젝트는 해남군, 영암군 등에 외자 300억 달러(약 30조)를 유치해 2017년까지 골프장·카지노·F1경기장 등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해남군, 영암군은 기업도시 유치를 자신해왔다. 금호산업, 대림산업, 롯데건설, 한화국토개발 등 국내 18개사와 외국계 투자자들이 힘을 보탠 ‘드림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도시 시범 지역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유지 매입이나 해외 자본 유입에 걸림돌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기업도시 예정 지역의 49%가 생태자연도 초안에서 1등급으로 분류된 것이다. J프로젝트 대상 지역인 금호호와 영암호는 한반도의 주요 철새 도래지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이미 마친 해남군의 ‘영산호 국민관광지 조성사업’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아산, 시흥, 화성 시화호 주변 1720만평에 레저·생태 등 복합도시 건설 계획이 세워져 있다. 시화지구 개발 구상이 나오면서 주변 땅값은 크게 올랐다. 시화호 인근 농지의 땅값은 지난해 말 1평당 40만~50만원에서 80만원 정도까지 뛰었다.

그러나 시화호와 주변 일대가 생태자연도 초안에서 1등급으로 분류됐다. 해마다 2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아온다는 이유에서다. 초안대로 1등급이 유지되면 개발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시화호 주변 주민들은 벌써부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시위에 나설 태세다.

강원도 62.4%가 1, 2등급 강원도는 생태자연도 초안에서 도내 전체 면적의 62.4%(1등급 28.5%, 2등급 33.9%)가 1, 2등급지로 지정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개발 제한에 대한 지역민들의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은 전체 면적의 87%가 개발을 제한받는 1·2등급으로 분류됐다. 평창군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바람을 꺾는 환경부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척시, 속초시, 고성군의 산림지역도 대부분 1등급으로 분류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강원도는 환경부에 1~3등급으로 결정한 근거 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북의 만경강 및 인근 농경지와 동진강 일부가 초안에서 1등급으로 분류돼 새만금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장수군 전 지역을 포함한 14개 시·군의 48곳이 1등급으로 분류됐다.

충북 단양군, 경북 경주시, 경남 산청군의 산림지가 1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해당 지자체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5.07.05 492호 (p38~40)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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