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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17 대선과 새만금 카지노

대박과 쪽박 사이, 카지노 대권학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비용 더 클 수도…국제공항 유치 경쟁의 교훈 되새겨야

  •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대박과 쪽박 사이, 카지노 대권학

대박과 쪽박 사이, 카지노 대권학

[사진 제공 · 새만금개발청]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8월 17일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 내용은 ‘오픈카지노’, 곧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치다. 이 법안에 국민의당 국회의원 29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국 국민의당 차원에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설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야당은 전통적으로 카지노 설치에 비판적이었다. 일종의 금기였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이를 깨고 나선 것이다. 이유가 뭘까. 텃밭 중에도 텃밭인 전북지역의 지지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기 깨고 텃밭에서 표 다지기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사건 이후 호남지역에서조차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이를 따돌리려면 더민주가 4월 총선에서 약속한 삼성그룹 전장사업 광주 유치를 능가할 그 무엇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 직전인 8월 10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발언이 한 증거다. “카지노는 도박 사행성 문제가 있어 당론 발의는 확답하기 어렵다. (중략) 개인적으로 김관영 의원의 카지노 유치를 강하게 지지하며, 당에서도 지원하겠다.” 사실상 당론이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의당의 선공에 더민주가 꽤 놀란 듯하다. 조만간 당내에 호남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새만금특별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것이란 말도 들린다. 새만금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면 더민주도 오픈카지노 설치 찬성으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다. 추미애 대표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더민주 김춘진 최고위원의 증언까지 나온 상태다.

새누리당은 어떨까. 새누리당 출신으로 전북에서 처음 당선한 정운천 의원은 이미 김관영 의원과 공조 중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이름을 올린 것은 물론, 8월 30일 새만금복합리조트 정책토론회도 함께 개최했다. 정 의원보다 먼저 호남에 깃발을 꽂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전당대회 직후 첫 호남 방문 당시 새누리당에 새만금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새만금 개발을 국가 차원으로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이런 말을 남겼다. “새만금 개발이 국제공항이나 도로 건설 같이 개별적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것을 만든다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무엇을 유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카지노 유치를 언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런데 김관영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직후 강원권 여야 정치인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원랜드 외 또 다른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강원도당도, 더민주 강원도당도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의당 강원도당만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누리당도, 더민주도 지도부가 새만금 오픈카지노 설치 찬성으로 돌아서는 순간 전북도당과 강원도당이 내분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당 내외를 떠나 지역과 지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갈 것이란 의미다.

당장은 전북과 강원도 정치권의 갈등이 눈길을 끌지만, 부산과 강원도 정치권의 갈등도 발화 직전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8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규제프리존 특별법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북항 재개발지 오픈카지노 허용을 건의했다. 뒤늦게 오픈카지노 유치 경쟁에 나서다 보니 아직까지 부산지역 여야 정치권이 반응을 보이고 있진 않다. 하지만 부산시민이 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 부산시다. 이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오픈카지노라도 유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 여야 정치권은 신속하게 반응할 것이다.

야당은 4월 총선에서 선전했다. 더민주건, 국민의당이건 어느 당이 선제적으로 치고 나오면 새누리당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여야 정치권은 없는 이슈라도 만들어내야 할 처지다. 동남권 신공항 이슈만큼 휘발성이 큰 이슈는 오픈카지노 말고 딱히 보이지도 않는다.



지역 vs 지역

대박과 쪽박 사이, 카지노 대권학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카지노. [사진 제공 ·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부산지역 정치권까지 오픈카지노 유치전에 가세하면 부산과 강원도의 갈등까지 더해지는 형국이 된다. 이들 지역 간 경쟁과 갈등에 어느 당 할 것 없이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새만금과 부산 북항 양쪽에 오픈카지노 설치를 전제로 투자 의향을 밝힌 미국계 카지노 자본 샌즈그룹도 변수다. 전북과 부산의 경쟁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샌즈그룹은 서울 진출도 타진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10월 밝힌 바에 따르면 샌즈그룹 회장이 세 번이나 찾아와 강남 코엑스 일대에 10조 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오픈카지노 설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박 시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아예 잠실 오픈카지노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그럼 여야 대선주자 사이에 공방이 오가는 것은 물론, 서울과 강원도의 갈등까지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이 내국인 카지노 설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학습효과다. 2015년 말 기준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매출액은 1조2432억 원, 입장객은 261만 명이었다. 반면 국내 유일 오픈카지노 강원랜드의 매출액은 1조5611억 원, 입장객은 313만 명이었다. 그동안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에 열을 올렸는데, 알고 보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오픈카지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카지노 사업은 카지노만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추진하기 마련이다. 호텔, 골프장, 컨벤션센터, 대형공연장·경기장·쇼핑몰 등이 한데 어우러져 종합관광단지로 개발되는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2010년 개장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가 대표적 사례다.

새만금 오픈카지노 전도사인 김관영 의원에 따르면 새만금에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향후 5년간 23조5000억 원의 경제생산이 유발되고, 부가가치만 8조9000억 원에 이르며, 상시 고용 인원 3만5000명에 전체 일자리가 23만 개 정도 생긴다고 한다. 매머드급 황금알 거위인 셈이다.

물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북에서도, 부산에서도 반발이 적잖다. 전북환경운동실천협의회는 “새만금에 오픈카지노가 들어서면 사행심을 조장해 청소년도 한탕주의에 빠져들 것”이라며 “지역사회가 치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실효성이 매우 낮은 만큼 국민의당은 오픈카지노 유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역시 “눈앞의 경제효과와 세수 확보에만 몰두해 오픈카지노를 유치하려는 것은 치적사업에 불과하므로 시민을 도박의 늪에 빠뜨릴 수 있는 오픈카지노 유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4년 발간한 ‘2013 사행산업백서’에 따르면 도박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1조 원이 넘는다. 또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도박범죄의 사회적 비용 추계 연구’에 따르면 그 사회적 총비용은 25조4532억 원에 달한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대 연간 78조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최저 11조 원, 최대 78조 원이다. 오픈카지노가 한 곳 더 생기면 당연히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경제적 효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는 도박중독 외에도 더 있다. 강원랜드가 소재한 정선군의 자살률은 전국 평균의 2배이자 인근 태백시의 6배다.  반대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처럼 많다. 결국 지역 내에서도 경제적 효과가 먼저냐, 사회적 비용이 먼저냐를 놓고 격하게 찬반이 갈릴 수밖에 없다.



레드오션 vs 블루오션

대박과 쪽박 사이, 카지노 대권학

새누리당 강원도당과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그런데 그 경제적 효과라는 것도 100%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카지노 수가 늘어나면 오히려 나눠 먹기 현상이 빚어지면서 개별 카지노의 매출이 감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매출이 감소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국 주정부들이 경쟁적으로 카지노 설치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 주정부들은 세수 증대를 위해 카지노 허가에 적극 나섰다. 일시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장기적으로 카지노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지노에서 나오는 세수를 기반으로 확장 예산을 짰다 세수가 줄어들면 적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만금에 오픈카지노가 들어설 경우 전북의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반면 강원도의 관련 세수는 줄어들 것이다. 세수를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전체 내국인 카지노 매출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매출을 나눠 가지면서 강원랜드가 먼저 적자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후 새만금 오픈카지노 역시 투자 대비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만성적자에 빠질 수 있다.

전 세계 카지노 산업도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국내 경기 역시 장기침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반면 세계 각국의 카지노 설치는 증가세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카지노를 비롯한 온라인 도박도 확장세다. 카지노를 무조건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과거 정치권이 열을 올렸던 것이 바로 국제공항 유치다. 모든 지역이 적극 나선 결과 전국에 국제공항이 만들어졌지만, 지금 흑자를 기록하는 공항은 몇 곳 안 된다.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곤란할 것이다. 카지노 산업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역시 분산보다 집적이 유리하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집중력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6.10.19 1059호 (p14~17)

이종훈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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