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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17 대선과 새만금 카지노

돈 놓고 대권 먹기 정치권의 카지노 베팅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 국민의당이 띄우고 친박도 동참?…충청+TK+호남 연합군 뜨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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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 전경. [사진 제공·권희주]

8월 17일 국회에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대표 발의자는 전북 군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45명이 공동발의한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은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에서 의원 29명이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더민주) 9명, 새누리당 7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지역별로는 전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 10명 가운데 더민주 이춘석, 안호영 의원을 제외한 8명 모두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광주를 지역구로 둔 의원 8명 가운데는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을 제외하고 7명이, 전남에서도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의원 8명이 대거 참여했다.

더민주에서는 강병원, 기동민, 민병두, 박용진, 소병훈, 심재권, 이철희, 이훈, 정성호 의원 등 9명이 동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전북에 지역구를 둔 정운천 의원 외에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김용태, 김태흠, 윤영석, 함진규, 홍철호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기투합 가능성

전북의 미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전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뿐 아니라 광주·전남 의원, 그리고 더민주와 새누리당 의원까지 대거 동참한 데 대해 국회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국민의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더민주는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동참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새만금 특별법의 향배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아온 한 인사는 “새만금 특별법이 내년 대통령선거(대선)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모른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호남에 공을 들이는 새누리당과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국대화하려는 국민의당이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을 매개로 손잡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손잡는 상황이 오면 호남 유권자가 선호하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을 더민주가 ‘야합’이라며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은 민간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새만금에 차별화된 인센티브 제공과 규제 개선으로 최적의 기업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만금에 3조 원 이상 투자하면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오픈카지노를 허용하겠다는 것. 국내에서 영업 중인 오픈카지노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2000년 개장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만약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강원랜드의 독점 지위가 무너지고 경쟁체제가 들어서는 것이다. 강원랜드가 자리 잡은 강원도, 특히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이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격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첩첩산중 정선에 홀로 빛나는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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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주변의 강원 정선군 사북읍과 고창읍에는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을 성토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구자홍 기자]

9월 30일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 발의 이후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을 찾았다. 충북 제천을 지나 강원 영월로 들어서면 ‘첩첩산중’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케 된다. 영월을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가야 정선군이 나오고 정선군을 가로질러 태백시에 가깝게 사북읍과 고한읍이 자리한다. 사북읍에 들어서는 순간 국내 유일의 오픈카지노 강원랜드의 땅에 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어둠이 내리면 두메산골 한복판에 모텔과 음식점 수십 곳이 네온사인을 반짝이고, 무엇보다 ‘전당사’라는 낯선 간판의 가게가 환한 불빛을 밝히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개천절 연휴를 앞둔 9월 30일 사북읍과 고한읍은 가을 문턱에 들어선 흐린 날씨 탓인지 한결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강원랜드를 오가는 길목 곳곳에는 검은색과 빨간색 바탕에 흰색과 노란색 글씨로 김관영 의원을 성토하는 플래카드가 여럿 나붙어 있었다.


‘우리는 분노한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폐광지역 특별법을 알고 있는가?’
(사북번영회)

‘폐광지역과 새만금은 본질부터 다르다. 카지노 하려고 24조 원 퍼부었나?’
(정선군폐광근로자협의회)

‘새만금 리조트 사업에 내국인 카지노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사북번영회)


플래카드에 적힌 내용만으로도 이 지역 주민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북역 인근 해장국집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카지노가 여기 말고 다른 데 생기면 여기까지 사람들이 오겠느냐”며 “상인들이 모여서 다른 곳에 카지노가 생기면 안 된다고 시위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사북역 앞 삼거리에서 택시를 세워두고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도 “여기는 카지노 없으면 먹고살기 힘든 곳”이라며 “교통 편한 곳에 카지노가 생기면 여기는 살아갈 수 없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외 또 다른 내국인 카지노가 생길 경우 강원랜드는 물론,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과 고한읍 경제까지 타격을 받는다는 우려였다. 강원랜드도 공식적으로 새만금 카지노를 반대하고 있다. “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복합리조트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새만금만이 아니기 때문에 새만금에 오픈카지노를 추가 설치한다면 전국적으로 카지노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이렇듯 회사 차원에서는 새만금 카지노를 반대하지만, 일부 직원은 내심 ‘제2의 내국인 카지노 개장’을 바라고 있었다. 한 카지노 딜러는 “새로운 카지노가 생기면 승진 기회가 많아지고, 교통과 교육 여건이 나은 지역에서 살 수 있어 직원들에게는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주변 지역 주민이 새만금 카지노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과 달리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온도차가 확연했다. 특히 카지노 이용객은 너나없이 ‘경쟁체제’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원 영월군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경쟁이 있어야 서비스 질이 좋아진다”며 “강원랜드가 독점하면서 이용자가 겪는 불편이 적잖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또 다른 50대 남성도 “여기까지 오는 데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며 “새만금이든, 부산이든 한두 군데만 더 생겨도 좋겠다”고 말했고, 인천에서 왔다는 한 20대 커플은 “아침 일찍 자리를 잡아야 테이블 게임을 할 수 있다”면서 “도서관 자리 잡는 것도 아니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선군 사북읍과 고한읍에 강원랜드가 들어선 것은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서였다.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폐광이 되면서 생활이 막막해진 광부와 그 가족의 생계를 돕고자 특별히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카지노를 허가한 것. 그러나 강원랜드는 개장 목적과 달리 실제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더민주 박재호 의원은 “폐광지역 진흥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가 해외 카지노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 사업 진출을 꾀하는 것은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면서 “최근까지 쌓아둔 사내유보금 중 최소한 현금성 자산은 온전히 폐광지역 진흥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써야 할 돈”이며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강원랜드의 미래 전략 사업을 진지하게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새만금 특별법의 향배를 둘러싸고 정치권 호사가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적잖다.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전략과 맞물려 새만금 특별법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새만금 특별법과 대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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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카지노 입구. [동아DB] ▼강원랜드 입장권 발매소 앞에는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구자홍 기자]

새누리당 대선 전략과 새만금 특별법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잠시 4·13 총선 결과를 복기해보자.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 패배, 더민주 선전, 국민의당 약진이었다. 여권 내부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전체적으로 패했지만, 친박계는 승리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함으로써 122명 당선인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70여 명이 친박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다.

대선을 1년 2개월 앞둔 시점에 새누리당 내 인사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전국 지지율이 두 자릿수인 유력 주자가 없다는 점은 현재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권력을 뽑는 내년 대선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기 말로 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 내 세력 구분의 기준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에게 초지일관 지지를 보내는 콘크리트 지지층은 이념적으로는 보수층,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권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새누리당의 내년 대선은 박 대통령의 전통 지지층을 기반으로 어떻게 외연을 확대해나갈 것이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친박계에서 일찌감치 ‘반기문 대망론’이 제기된 이유는 ‘충청 출신 반기문+TK의 지지가 견고한 박 대통령의 조합’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합만으로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확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뀌는 동안 크게 변하지 않던 지역연합 구도가 내년 대선에서는 깨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즉 TK와 PK(부산·경남)의 오랜 밀월관계가 내년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균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조 현상은 4월 총선 결과였다. PK에서 더민주가 5석을 얻은 것은 3당 합당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사건’에 견줄 만한 큰 변화였다.

더욱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차기주자 가운데 선두그룹을 형성한 후보군이 모두 PK 출신이라는 점도 내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TK와 미래권력 후보군이 많은 PK의 유권자가 한목소리를 내기보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눈여겨볼 점은 여권 내 PK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율이 총선 이후 추락했고, 잠재적 PK 대선주자로 뛸 채비를 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재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가 여의치 않게 됐다는 점이다. 즉 친박계가 득세한 여권에서 PK 출신 차기주자가 자력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결국 여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TK+ PK라는 전통적 지역연합 구도 대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매개로 한 TK+충청이란 새로운 지역연합 구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현실화돼가고 있다.



PK 이탈표 만회할 카드는 호남

다만 새로운 대선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지지층에서 이탈할 PK 유권자가 새롭게 지지층으로 합류할 충청 유권자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은 새누리당에게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려고 내놓은 고육지책이 호남 출신 당대표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순천에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18대 비례대표 포함해 3선)한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호남 출신인 내가 당대표에 오르는 것이 새누리당 혁신”이라며 “나를 당대표로 선출하면 내년 대선에서 호남에서 20%대 득표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새누리당 당원 등 지지층은 호남 출신 이 대표를 선출함으로써 외형상 TK+충청+호남 구도를 만들어냈다.

오랫동안 새누리당을 외면해온 호남에서 호남 출신 당대표가 나왔다고 하루아침에 지지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여권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대형 공약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이 같은 미묘한 시점에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새만금 특별법 개정안이다.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새만금 특별법을 승리를 위한 도구로 꺼내 들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6.10.19 1059호 (p10~1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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