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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한진해운 침몰은 비정상적 지배구조가 초래한 인재…외부 요인보다 경영 부재가 부실 키워

  •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ceo@chaebul.com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2길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 전시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진 수호’호 모형. [동아일보]

한진해운이 실적 부진과 천문학적 부채로 허덕이다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외 경제계에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최상위권 해운선사의 침몰은 곧바로 세계 해운시장에서 물류대란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국내 재계 랭킹 10위인 한진그룹을 위기에 빠뜨렸다. 뒤늦게 한국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가뜩이나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11조 원의 추경을 집행하기로 한 정부가 7조 원에 육박하는 한진해운의 부채와 누적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기업 회생을 위해 국민 혈세 수조 원을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 세계무대에서 국가 신뢰도 추락이 불 보듯 뻔할 뿐 아니라, 국내 수출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여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대주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재 400억 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면서 한진해운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보이면서 한진해운의 침몰은 시간문제로 남은 듯하다.

한진해운이 끝내 침몰에 이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원인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세계경제 침체, 둘째는 해운선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운임료 폭락, 셋째는 한진해운의 내부 경영시스템 붕괴다.



침몰을 부른 3가지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맨 왼쪽)은 9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중소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운·항만 비상대응반’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한진해운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으로 촉발한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국제 선사들의 과당경쟁으로 빚어진 운임료 덤핑에 따른 실적 부진이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부터 세계 해운선사들은 내부 구조조정에 돌입하거나 자산 매각 등으로 위기 탈출에 나섰다. 미국 해운선사를 비롯해 국제 선사들은 2010년 이후 보유 지분을 유럽계 펀드에 매각하거나 경영공조를 통해 위험회피 전략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 해운선사들은 정부뿐 아니라 해당 기업조차 위기의식이 거의 없었다. STX조선해양과 대한해운이 경영부실로 부도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선사는 안이하게 대처했다. 2010년 이후 양대 선사의 부채 비율은 500%대를 넘어섰고, 매년 100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국제 물류시장에서 양대 선사의 점유율이 10%를 넘는 상황이다 보니 채권단의 ‘묻지 마’식 금융 지원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외부 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 내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기업이 국가경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주의 이익을 위한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등 내부 요인이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온 양대 해운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침몰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진해운의 기업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더한다. 한진해운은 1950년 1월 ‘대한해운공사’라는 이름의 공기업으로 출발했다 정부의 일부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68년 정부 보유 주식을 김연준 한양그룹 회장과 시중 은행에 매각했다. 다시 이 회사는 80년 제5공화국이 출범한 직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윤석민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가 ‘대한선주’라는 상호로 변경됐고, 윤 회장이 ‘5공 비리’로 구속되자 87년 해운산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경영권이 한진그룹으로 넘어가 ‘한진해운’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들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조중훈 회장의 삼남 조수호 전 회장과 부인 최은영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고 경영난에 처하자 2014년 한진그룹으로 다시 경영권이 이양됐다. 한진해운은 설립 후 65년 동안 6번이나 경영권이 이리저리 바뀐 셈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권이 수시로 바뀌면 안정적인 사업구조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 체력이 소진되는 동안 내부는 곪아터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기고 떠난 최은영 전 회장은 막대한 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회사로부터 90억 원 넘는 퇴직금과 보수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가기 직전 수십억 원대 주식까지 몰래 처분해 검찰조사를 받았다. 불법성 여부를 떠나 대주주로서, 경영책임자로서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를 규제하고 견제해야 할 회사 내부의 모든 시스템이 대주주의 이익에 맞춰져 있으니 위기대응책은 부재할 수밖에 없다.

6월 말 현재 한진그룹 계열사는 대한항공 등 상장사 5곳과 정석기업 등 비상장사 32곳을 합해 모두 37개사다. 이들의 출자 지배구조를 보면 조양호 회장 등 일가족이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의 지분 29.52%(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한진칼이 주력사인 대한항공 31%와 한진 21.63%를,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33.23%를 갖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해운이 지배주주로 연결돼 있다.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특명:부채를 줄여라! 쪼그라든 한진그룹의 운명

한진그룹, 재계 순위 20위권 추락 가능

문제가 된 한진해운은 한진퍼시픽(60%), 한진해운경인터미널(85.45%), 한진케리로지스틱스(65%), 한진해운신항물류센터(60%), 한진해운광양터미널(100%)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한진해운과 자회사의 연결 자산 규모는 8조5000억 원이고, 부채는 7조7000억 원이다. 전체 자산의 90% 이상이 부채이니 순자산은 77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쯤 되면 청산하고 남는 게 거의 없는 빈털터리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한진그룹의 연결 지분 손실은 현재 보유한 지분을 완전 소각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최소 3000억 원에서 많게는 5000억 원 안팎으로 전망된다. 2014년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분을 취득할 당시 33.23%의 지분 가치는 2500억 원 선에 불과했고, 담보로 2200억 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담보 제공 부분은 차후 회수가 가능한 채권이다.

한진해운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갈 경우 한진그룹 자산 규모는 30조 원 아래로 떨어져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 기준으로 재계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개연성이 높다. 이는 1980년 이후 처음이다. 한진해운과 자회사 7~8개를 제외하면 2016년 말 기준으로 9조 원가량 줄면서 28조 원대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가 그룹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주주 책임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천문학적인 부채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24조 원 연결 자산 가운데 22조 원이 부채다. 청산 가치가 2조 원 안팎에 불과하니 빚쟁이 처지다. 이미 부채 비율은 1100%대에 이른다. 한진해운 지원 문제가 블랙홀로 작용하면 한진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자산 규모는 계속 줄어들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자칫 재계 랭킹 20위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구조조정 부분이다. 환율에 따라 부채 규모에 변동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룹 전체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위기는 그룹 침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대한항공을 방치한다면 제2의 한진해운 사태로 번질 개연성이 높다. 이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 부채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전체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사태 이후 최대 고비에 부닥칠 위험성도 있다.

이미 불거진 한진해운 사태는 어쩔 수 없더라도 한진그룹 전체로 위험 상황이 번지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는 선제적 정책이 필요하다. 그룹 계열사와 대한항공이 보유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부채 규모를 줄이는 단계적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이는 대주주뿐 아니라 임직원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땅콩회항’ 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주주와 임직원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달려 그룹 전체 위기를 나 몰라라 한다면 한진그룹의 수명은 더 짧아지게 된다. 한진그룹에 정책적 지원을 하기에 앞서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각 내부자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벌이 더는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상황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주간동아 2016.09.28 1056호 (p50~52)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ceo@chae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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