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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있으면 넘치고, 없으면 쌓여” 승자 없는 쓰레기통 논쟁

주범은 음료컵? 구청별 ‘쓰레기통 제로’ 정책 실효성 없어…답은 관리와 단속

“있으면 넘치고, 없으면 쌓여” 승자 없는 쓰레기통 논쟁

“있으면 넘치고, 없으면 쌓여” 승자 없는 쓰레기통 논쟁

8월 13일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무색하게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박세준 기자]

“쓰레기통이 없는 번화가는 웬만하면 찾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길바닥에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도 보기 싫은 데다 악취까지 심해 최대한 피하게 된다.”

8월 13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도서현(27) 씨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젊음의 거리는 도씨가 “웬만하면 찾지 않는다”고 말한 쓰레기통이 없는 번화가다. 종로구청은 다른 지역엔 쓰레기통을 비치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젊음의 거리에는 쓰레기통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울 모든 번화가에 쓰레기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남구 번화가에는 곳곳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도대체 쓰레기통 비치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정하는 것일까. 서울시내 쓰레기통 비치 여부는 각 구청의 환경미화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쓰레기통 비치를 장려하는 구에서는 “거리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쓰레기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쓰레기통 비치를 제한하는 구에서는 “인근 주민이나 가게 등에서 생활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탓에 과도한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쓰레기통 비치에 반대해온 일부 구청에서도 점차 쓰레기통을 거리에 두고 있다. 관광객이 많아지고 일회용 음료컵 사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제로(0)’ 정책을 고수하던 서초구는 최근 강남대로 일대에 재활용쓰레기통 5개를 비치했다. 하지만 예산이나 쓰레기통 비치 반대 민원 등의 문제로 쓰레기통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 서울시도 쓰레기통 비치를 장려하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커피전문점 등에 부담금을 물리자는 해결 방안도 나오고 있다.





쓰레기통 님비(NIMBY) 현상

“있으면 넘치고, 없으면 쌓여” 승자 없는 쓰레기통 논쟁
기자는 금요일 밤이던 8월 12일과 연휴 첫날이던 13일 저녁 서울 번화가 몇 곳을 찾아 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확인했다. 13일 저녁 6시 젊음의 거리는 입구부터 담배꽁초와 플라스틱 음료컵이 널브러져 있었다. 거리 안쪽은 더 심각했다. 쓰레기통 대신 여기저기 ‘자생적 쓰레기 처리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거리 구석마다 쓰레기더미가 쌓인 것.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면 너도나도 따라 버려 만들어진 것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쓰레기더미 수는 늘어났고 한곳에 쌓인 쓰레기양도 많아졌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도 무용지물. 경고문 바로 아래 각종 음료병과 전단지가 뒤섞여 있었다. 젊음의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1) 씨는 “거리 중간중간에 쓰레기통이라도 있으면 미관이 훨씬 나아질 것 같은데 ‘구청은 반대 민원이 많다’며 쓰레기통을 비치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쓰레기통이 있는 거리가 더 깨끗하긴 했다. 8월 12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걷고 싶은 거리’ 입구는 간혹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가 있긴 했지만, 젊음의 거리처럼 쓰레기무덤이 만들어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의 고민은 쓰레기통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 행인들이 버린 음료컵이나 전단지 외에 인근 주민이나 가게에서 내다버린 음식물쓰레기나 생활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이곳 주민인 최모(25·여) 씨는 “쓰레기통 근처를 지날 때마다 악취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인근 주민이나 가게에서 자신들이 처리해야 할 쓰레기를 내놓은 것 같은데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쓰레기통을 비치하지 않으면 곳곳에 쓰레기무덤이 생기고, 쓰레기통을 비치하면 그 주변이 쓰레기집하장이 되는 상황. 각 구청은 이런 사정 때문에 쓰레기통 비치와 관련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확실히 쓰레기통이 있으면 거리가 깔끔하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비치하면 인근 가게나 건물주로부터 민원이 들어온다. 거리 환경미화를 위해 쓰레기통을 비치하지만, 그 순간 그곳은 쓰레기집하장이 된다. 생활쓰레기까지 쌓여 쓰레기통이 금세 넘치고 만다. 악취로 다른 가게가 피해를 입어 결국 민원이 빗발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와 11번 출구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대표적인 번화가다. 이 부근은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정반대의 쓰레기통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강남대로를 경계로 10번 출구 쪽은 강남구, 11번 출구 쪽은 서초구 관할이기 때문이다. 10번 출구 쪽에는 100m마다 쓰레기통이 비치된 반면, 11번 출구 쪽에는 재활용쓰레기통 5개가 전부다. 그나마 5개월 전만 해도 이곳에는 쓰레기통이 단 1개도 없었다. 서초구의 ‘쓰레기통 제로 정책’ 때문이었다. 서초구는 2012년부터 이 정책을 펴왔다. 가로변 쓰레기통에 일부 주민이 생활쓰레기를 갖다 버려 오히려 쓰레기통 때문에 가로변 쓰레기양이 증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실제 서초구청은 5월 “강남대로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평균 988.4kg인데 이 중 188.4kg만 서초구에서 배출된다. 이는 강남구(800kg)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쓰레기통 제로 정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

하지만 강남구 쪽 상인들 얘기는 다르다. 서초구에 쓰레기통이 없으니 사람들이 길을 건너 강남구로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것. 강남구청 관계자는 “강남구는 쓰레기통을 열심히 관리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강남구 쪽 쓰레기통을 많이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쓰레기통 제로’라더니 다시 비치한 이유는?

논란이 많은 쓰레기양 비교와 달리, 거리 미관으로만 보면 쓰레기통이 많은 강남구의 압승이다. 8월 12일 저녁 8시 서초구 관할의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거리에 비치된 5개의 재활용쓰레기통 사이사이에서 플라스틱컵이나 전단지들이 뭉쳐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반면, 쓰레기통 42개가 비치된 강남구 관할 10번 출구 인근에서는 쓰레기통이 비치된 곳 외에는 쓰레기더미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쓰레기통 제로를 고수하던 서초구가 강남대로에 재활용쓰레기통을 비치한 이유도 전단지와 일회용 플라스틱컵 때문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강남대로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테이크아웃 컵 등 재활용쓰레기가 9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착안해 재활용쓰레기통을 비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강남구 쓰레기통 주변에서는 인근 주민이나 가게에서 내놓은 생활쓰레기가 눈에 띄지 않았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쓰레기통에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구청에서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어 쓰레기통 이용자는 대부분 행인”이라고 밝혔다.

각 구청 환경미화 실무자들은 “결국 예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구청 환경미화 업무 관계자는 “예산이 충분하다면 쓰레기통을 더 비치하고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하겠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현상 유지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예산 문제로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각 구를 위해 쓰레기통 비치 예산을 연간 600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모자라다. 6000만 원은 쓰레기통 비치 비용일 뿐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일회용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업체에 부담금을 물리는 해결 방안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서초구 관할 강남대로에 비치된 재활용쓰레기통 5개는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비용을 댔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점포 부담으로 쓰레기통을 비치하는 사업을 종로구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곧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6.08.24 1052호 (p36~37)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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