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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운호 게이트, 사법부 정조준하나

인천지법 김모,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 이어 제3의 부장판사까지 입길

  • 장관석 동아일보 기자 jks@donga.com

정운호 게이트, 사법부 정조준하나

정운호 게이트, 사법부 정조준하나

‘정운호 게이트’가 현직 판사 비리를 겨누는 수순에 이르렀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오른쪽). [뉴스1]

정운호(51·수감 중)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최유정(46·구속 기소) 변호사의 수임료 분쟁에서 촉발한 ‘정운호 게이트’가 결국 현직 판사 비리를 겨누는 수순에 이르렀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최유정, 홍만표(57) 변호사, 브로커 이민희(56) 씨와 이동찬(44) 씨, 서울고등검찰청 박모 검사(피의자 입건), 현직 경찰관들을 차례로 베어낸 뒤 이제 현직 판사를 겨냥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사건 초기부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인천지방법원 김모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방법원 L부장판사에 더해 그간 거론되지 않던 A부장판사까지 언론에 오르내리자 사법부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최 변호사와 이동찬 씨는 사건 초기부터 정 전 대표, 이모(52·구속) 성형외과의원 원장과 김 부장판사의 3각 스캔들을 제기해왔다. 이 원장과 김 부장판사는 수감 중인 정 전 대표가 ‘로비 리스트’로 작성한 메모 속 8인에도 등장해 의혹을 키웠다.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

검찰은 김 부장판사 의혹 수사의 첫 연결고리로 이 원장을 구속 수감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원장으로부터 “정 전 대표가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에게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레인지로버’를 공짜로 넘겨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판사를 상대로 한 수사를 벌일 수 있는 실마리를 손에 쥔 것이다.



석 달 전부터 제기된 레인지로버 차량 제공 의혹에 정 전 대표는 “정상적인 거래였다. 이를 뒷받침할 금융거래 기록도 있다”며 부인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쯤 정 전 대표에게 차량 구매 대금조로 당시 차량 시세보다 수천만 원 싼 5000만 원가량을 입금했지만 추후 이 원장을 통해 이를 돌려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차량 보험료 등 정 전 대표 측에서 대부분 납부한 금융거래 기록도 나왔다. 정상 거래를 가장해 김 부장판사에게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건넸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 브로커 이민희 씨와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김 부장판사의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협찬한 미인대회에서 1등으로 뽑히는 데 정 전 대표가 힘쓴 의혹도 있다. 김 부장판사를 둘러싼 검찰 수사는 꽤나 진전된 상태다. “이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정 전 대표를 찾아가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과 정 전 대표의 석방을 김 부장판사에게 청탁하는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받아갔다”는 박모 네이처리퍼블릭 부사장의 진술도 확보한 것.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이란 이 회사의 히트상품인 일명 ‘네이처 수딩젤’의 짝퉁 제품을 유통한 일당을 대상으로 한 형사 사건을 말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짝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김 부장판사가 지난해 하반기 네이처리퍼블릭 제품 위조업자들이 상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 재판 3건을 처리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된 사건을 실형으로 가중 처벌했다. 또 피고인들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사건은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물론 양형 구간 내에서 이뤄진 판결이라 처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를 수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되면 2008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모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후 8년 만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 사건이 일단락되면 추후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수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 측 브로커인 이민희 씨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사건이 배당된 당일인 지난해 12월 29일 항소심 첫 재판장인 L부장판사와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사건을 청탁했다. 당시 자리에는 여성 연예인 N씨가 동석했고 일부 언론이 이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 양상

이에 대해 L부장판사는 “이씨와는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일 뿐이다. 이씨의 전력을 알지 못했다. 특히 사건 청탁을 받고 바로 다음 날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L부장판사는 사기도박 전력이 있는 골프강사 정모 씨와 함께 미국 해외여행을 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L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정씨와는 골프로 알게 된 사이일 뿐이다. 미국에서 도박을 한 적도, 골프를 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골프강사 정씨는 법조계에서 사건 수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정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변호했던 H변호사를 정씨 측에서 다시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이 수천만 원대 분쟁을 벌인 것. 정씨의 부인이 구속된 정씨를 대신해 H변호사를 고소했고,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L부장판사가 골프강사의 브로커 전력을 모르고 만났을 수는 있지만, 이씨에 이어 정씨까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된 것은 탄식할 만한 일”이라며 “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돼 함께 미국까지 갔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L부장판사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A부장판사도 의혹과 관련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A부장판사는 정운호 전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검찰 측은 “살펴보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고 보는 게 맞다. A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도 이민희 씨와의 교분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검찰의 첫 타깃으로 지목된 김 부장판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휴직을 신청했고 대법원은 2017년 2월까지 휴직 인사발령을 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김 부장판사가 내린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 관련 판결의 양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자료까지 준비했다. 제 식구인 현직 판사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만큼 “법원이 이례적으로 과잉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현직 판사 수사는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의혹이 있으면 검찰이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하는 검찰이 확인되지 않은 여러 의혹을 일부러 언론에 알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김 부장판사가 추후 무죄판결이 나면 검찰이 책임질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법원을 망신 줘 얻을 게 없다. 언론보도 경위도 검찰이 흘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이 현직 판사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언급을 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감지된다.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점으로 치닫는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대우조선해양 수사의 주요 고비에서 검찰이 청구할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주간동아 2016.08.24 1052호 (p34~35)

장관석 동아일보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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