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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동네북’ 외주기사의 외침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원청→하청→개인도급…영업 압박·수리 독촉·생계유지비도 안 되는 임금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shutterstock]

“‘어떻게 이런 물건을 추천했느냐’고 항의하는 고객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더는 못 믿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도 많고요. 이달 신규 영업 수당은 ‘제로(0)’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요즘 같은 때 누가 정수기를 쓰고 싶겠어요.”

최근 얼음정수기 3개 모델에서 중금속 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코웨이 한 ‘코디’의 말이다. ‘코디’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코웨이에서 생산한 제품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직이다. 본사를 대신해 이번 중금속 파동으로 성난 고객을 어르고 달래는 이들도 바로 코디다.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발견된 중금속 중 하나인 니켈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미국 국립독성연구소에서는 발암성물질, 국제암연구기관에서는 인체에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코디 생활 3년에 남은 건 빚

코웨이뿐 아니라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에서도 중금속 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청호나이스는 이미 지난해 8월 얼음 사이에서 금속가루를 발견했다는 민원이 본사에 접수됐음에도 회사 측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동안 정수기를 포함한 렌털 제품의 위생과 효능에 대한 문제가 수시로 제기돼왔다. 그럴 때마다 해당 업체 코디들은 일선에서 고객의 비난과 질타를 받아야 했다. 올해로 7년째 코웨이 코디로 활동하고 있는 김모 씨는 코디를 ‘총알받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정수기에서 중금속이 나온다는 사실은 코디들도 몰랐다. 안 그래도 힘들게 일하는데, 이런 문제까지 터지니 과연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 동료 코디 중에는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서비스 종사자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수리 기사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늘 웃는 낯으로 고객을 대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기계를 고치거나 전선을 연결하지만 이들이 과연 어느 업체 소속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규직 직원이 아닌 각종 하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신분이 불안한 만큼 이들의 삶 또한 녹록지 않다. 고용 불안정과 낮은 임금, 실적 압박, 감정노동 등 부당한 환경에 늘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간접고용이란 기업의 필요에 따라 타인의 노동력을 이용하되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를 이용하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간접고용 유형을 법적 개념으로 보면 근로자 공급, 근로자 파견, 도급, 위임이라 할 수 있고 현실에서는 용역, 파견, 민간위탁, 사내하청, 하도급, 아웃소싱, 소사장제 같은 명칭이 사용된다. 최근 노동운동을 보면 ‘진짜 사용자가 나오라’는 구호가 많이 보이는데, 이는 복잡한 하도급 관계를 이용해 사용과 고용을 분리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원청사용자와 직접 교섭하려는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다.

정수기 점검 업무를 맡는 코디는 한때 주부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업으로 하기에 좋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동종업체가 여러 개 생겨나면서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결국 지금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개인사업자 아닌 도급근로자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3월 케이블TV방송 티브로드 소속 노동자들이 신규 외주업체 선정 시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희망연대노조]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턱없이 낮은 임금이다. 정수기 한 대를 청소하고 받는 ‘점검 수당’은 4500~5000원. 점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비데나 연수기는 그보다 적은 4000~4500원이다. 어림잡아 5000원이라 해도 한 달에 150만 원을 벌려면 기기 300대를 점검해야 한다. 하루 평균 15대꼴. 점검시간도 전산에 등록되기 때문에 예약된 시간에 해당 고객의 집을 방문하지 못하면 해당 지점이 감점 처리를 받는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정수기 등 기기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점검을 시작한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단 10분도 쉴 수가 없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려고 정수기를 10번 닦을 걸 5번밖에 못 닦고 마무리할 때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보니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근무는 기본이고, 주말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업 압박도 상당하다. 본사는 지국에 신규 영업 건수를 할당하고, 지국은 이를 코디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김씨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 나 때문에 지국에 피해가 갈까 봐 무리해서라도 영업을 늘리려고 한다. 새로 상품이 출시되면 내 집에 먼저 한 대 들여놓고, 친·인척에게도 떠넘긴다”고 말했다.  

점검 수당에 비해 영업 수당이 월등히 높지만(정수기 7만~8만 원, 연수기 6만 원, 비데 4만 원) 코디는 대부분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하고자 수당 전액을 추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심지어 수당보다 더 많은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 사비를 털어 계약을 성사하는 코디도 많다고 한다. 김씨는 “‘코디 생활 몇 년에 남은 건 빚밖에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의 평균 월급은 100만~120만 원.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코디의 점검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경력이 쌓일수록 아픈 곳도 늘어나지만 의료보험 혜택은 일절 받을 수 없다. 김씨는 “코디 생활 3년 하면 오십견, 손목터널증후군, 어깨 탈골 증상이 어김없이 나타나는데 그에 따른 보상은 전혀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로 활동하다 보니 4대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활동하는 코디는 거의 없다. 또한 본사는 이들이 간접고용노동자라는 점을 악용해 수년째 코디 점검 수당을 동결하고 있으며 근무 여건 개선 문제 또한 1차 하청업체인 지국에만 떠넘기는 상황이다.

코디뿐 아니라 정수기 설치 기사도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본급도 없고 업무에 필요한 교통비 등 기본적인 지원마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리기사로 일하려면 기계와 장비를 싣고 다닐 자동차를 개인이 마련해야 하는데, 차량 유지비용도 개인 몫이다. 코디와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인 도급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리 건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는다. 일 강도나 영업 압박이 코디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 생각이다.



성수기에 벌어 1년 버텨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위험한 설치공사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 [사진 제공·희망연대노조]

코웨이 측은 “전부 계약서에 포함된 내용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코디가 처음 회사와 맺는 계약서에 영업과 정수기 관리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으며 점검 수당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면서 “근무여건 문제도 코디는 자유근로소득자라는 이름의 개인사업자로 계약하기 때문에 근무 여건을 일반 직원과 같게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결국 문제는 하청이다. 6월 23일 발생한 삼성전자 에어컨 수리기사 진모 씨 사망사고를 통해서도 밝혀졌듯이, 외주 수리기사들의 참혹한 현실은 불공정한 노동계약에서 기인한다. 이보다 앞서 발생한 서울메트로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죽음에도 하청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피해자 모두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에어컨 수리기사에게 허락된 시간은 단 한 시간이었다. 그 안에 수리를 마무리 지어야만 회사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안전장치를 착용할 시간조차 아까웠고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날 진씨는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려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한 빌라를 찾았다. 수리를 의뢰한 곳은 3층. 진씨는 베란다 난간에 의자를 받쳐놓고 창 바깥으로 몸을 굽혀 수리를 시작했다. 수리 도중 낡은 난간은 진씨와 실외기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채 무너졌고 그는 실외기와 함께 9m 아래로 떨어졌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간이 심하게 손상돼 손쓸 방법이 없었다.   

에어컨 수리기사가 작업 중 사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경기 안산시에서는 LG전자 에어컨 수리기사가 똑같이 실외기 수리 중 추락해 사망했다. 에어컨 수리업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지금까지 별 사고 없이 일하고 있는 수리기사들은 운이 좋았을 뿐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에어컨 수리기사로 일하는 박영환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전자 에어컨 수리기사 노동조합·삼성전자서비스지회) 도봉구센터 분회장은 “성수기 때 스케줄은 거의 1시간 단위다. 한 곳에서 수리가 지연되면 이후 일정이 전부 미뤄져 본사로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되고, 이는 수리기사들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1시간에는 수리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 고장 난 부분을 찾는 시간, 고객에게 고장 난 부분에 대한 수리비용을 고지하는 시간까지 전부 포함돼 있다. 결국 실제 수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라고 밝혔다.

건당 수수료로 지급되는 임금체계도 에어컨 수리기사들을 사지로 내몬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에어컨 수리기사가 의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할당량은 월 60건. 이 할당량을 채우고 난 뒤에야 성과급이 계산된다. 성과급은 건당 1만~2만5000원 선인데, 얼핏 보면 꽤 많은 것 같지만 여름 한철에만 일이 몰린다는 걸 감안하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기본급은 140만 원 선이다. 안민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은 “에어컨 수리는 한철 장사라 6~8월 성수기에 성과급을 많이 벌어놓지 못하면 나머지 기간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경 헤매는 와중에도 업무 독촉 문자 

사고는 본사가 치고  욕은 ‘기사님’이 먹고

삼성전자서비스가 6월 23일 진모 씨의 추락사고 이후 각 협력업체에 지급한 안전장비.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안전장비를 걸 마땅한 공간이 없고 수리시간에 쫓겨 안전장비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세준 기자]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정규직 직원이 아닌 2차 하청업체 직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판매된 제품의 관리를 맡긴다. 이 삼성전자서비스가 전국 100여 개 협력업체에 다시 하청을 주는 구조다. 수리기사는 대부분 이 2차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문제는 2차 하청업체와 삼성전자서비스의 계약기간이 1년이라는 점. 업계 관계자와 에어컨 수리기사들은 “2차 하청을 맡은 협력업체의 수리 실적이 떨어지거나 고객의 불만사항 접수가 많아지면 본사는 언제라도 원청업체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매달 각 협력업체의 수리 실적과 고객만족도를 평가하는데, 3개월 이상 평균 이하이거나 평균 이하 실적이 연 4회 이상이면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에어컨 수리기사들을 실적으로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라 지회장은 “진씨가 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진씨의 휴대전화에는 회사의 업무 독촉 문자메시지가 3통이나 와 있었다. 자사 직원이 사고를 당했는지도 모를 만큼 협력업체는 원청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원성이 높지만 정작 삼성전자서비스는 “하청업체를 수리 실적으로 압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협력사의 실적 압박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1년 단위 계약은 사실이나 하청업체가 최소한의 수리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만 돼도 매년 재계약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고 11일 뒤인 7월 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수리기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진씨가 소속된 협력업체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안전장비 미착용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안전벨트를 해도 사고가 나는 상황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사고가 난 빌라에는 안전벨트를 걸 고리가 없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해도 고리를 난간에 걸었어야 하는데 난간 자체가 함께 떨어져 추락사고가 난 만큼 안전벨트와는 관련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하청업체에서 할 수 있는 안전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청업체가 안전관리에 책임을 지라고 요청했다. 라 지회장은 “서비스 기사들을 파견하는 하청업체에서 안전벨트나 안전바 등을 제공하지만 사고가 나면 난간까지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큰 의미가 없다.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청업체가 실적 위주의 고용구조를 타파하고 2인 1조 작업 기준 확립이나 차량 하역운반기계(스카이차) 등 확실한 안전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업체에서는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은 이미 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도급계약인 만큼 안전관리의 1차 책임은 협력업체에 있다. 본사에서는 안전교육 및 매뉴얼 배급, 안전장치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주간동아 2016.08.10 1050호 (p34~36)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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