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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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광역단체장 4인방의 대권 매트릭스

여야 잠룡 남경필, 원희룡, 박원순, 안희정… 지역 기반 대중적 인기와 당내 세력화는 별개

  • 유창선 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yucs1@daum.net

    입력2016-07-29 1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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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역단체장(단체장) 4인방이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쪽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그들이다. 아직 이들이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네 사람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점차 굳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행보 자체가 그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남경필 지사는 6월 자신의 대권 행보에 대해 “슛을 때릴지, 어시스트를 할지는 내년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마음은 이미 저만치 나가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분권형 대통령제 같은 그의 최근 발언들은 대권 행보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고, 남 지사 자신도 “경기도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라, 도지사는 대한민국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도 걱정하려는 그는 7월 6일에는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강연을 하며 ‘리빌딩’이 필요한 대한민국 얘기를 다시 꺼냈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 원희룡 지사는 남 지사에 비하면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원 지사는 6월 자신의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2018년까지가 임기”라며 “제주도민과 국민이 맡긴 부분에 무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단은 대선 출마보다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후 원 지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에 우려를 표하며 여당의 다른 대선주자들과 거리를 뒀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제주도지사가 굳이 언급할 사황은 아니었다는 시선도 많다. 그래서 원 지사의 대권 도전은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보이며, 내년 초는 돼야 결론이 날 개연성이 크다.

    야권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안 지사는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아직은 “열심히 몸을 만들고, 연습하고, 몸을 푸는 단계의 ‘불펜투수’ 정도”라고 말했지만 “시대적 요구가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군대조직으로 치면 장수의 문제이고, 부름에 응답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6월에는 “나는 특정 후보의 대체재나 보완재가 아니다”라며 문 전 대표의 향후 부침과 상관없이 대권 도전에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신이 문 전 대표의 경쟁자로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대권 도전 의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분위기다. 박 시장이 5월 광주 강연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 대열에 앞장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한 말이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라는 해석을 낳았다. 또 최근 “나를 서울 시정에만 가둬두려 하지 마라”는 말 또한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박 시장이 청년수당 문제 등 중앙정부와 갈등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 역시 향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야권 주자로서 위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구상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단체장들이 부상하는 이유

    단체장직에 있는 잠룡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2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이 6.2%로 단체장 가운데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안희정 지사 3.2%, 남경필 지사 2.7%, 원희룡 지사 1.2% 순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p). 아직은 이들이 출마 선언을 한 것은 아니어서 지지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정도 지지율을 갖고 과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이들 4인방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통적인 부상 배경과 관련 있다. 정치 중심에 있지도 않은 여러 단체장의 대권 도전이 굳어져 가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승리를 장담할 대선후보가 분명하지 않은 대안 부재에서 비롯된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오랜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4·13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친박의 행태가 계속되면서 당의 혁신은 안중에도 없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친박계 후보로 인식되지만,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새누리당이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남경필, 원희룡 지사는 과거 새누리당에서 소장개혁파로 분류되던 비주류인 만큼 대선을 앞두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두 사람의 부상 자체가 새누리당이 처한 위기의 산물이기도 하다.

    더민주도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 문 전 대표가 여전히 유력한 대선후보감이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확장성이란 한계 때문에 본선 승리 가능성에 대해 당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본선 득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다면 그를 더민주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시선을 보내는 대표적 인물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이런 상황 인식 속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대체재로서 자신의 위상을 더욱 정립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상승을 이끄는 연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어느 쪽에서라도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새로운 대안으로 약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이들의 동반 상승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최근 불거진 ‘50대 기수론’이 이미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예외가 되겠지만, 다른 50대 단체장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에 힘입어 새로운 바람몰이를 할 한 묶음의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기존 정치인이 해내지 못한 정치 변화 요구에 대한 답을 국민에게 줄 대안으로 자신들을 자리매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단체장의 동시다발적 대권 행보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원래 현직 단체장은 임기를 마치고 출마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4명의 단체장이 동시에 잠룡으로 거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단체장들의 업무 중단에 따른 혼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직 단체장들은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런 시점에 대선 출마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적 해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 법적으로는 단체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해도 실질적으로 단체장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선후보가 되면 단체장직을 사퇴해야 하고, 잔여 임기에 따라 새 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지방자치만 놓고 보면 혼돈스럽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드는 일이다. 단체장이라는 직위가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곧바로 대권 도전의 발판이 되는 것은 ‘지방자치의 과잉 정치화’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앞으로 단체장이 일정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경우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수 없도록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성급한 대권 도전 후유증

    하지만 그동안 대권에 도전한 단체장들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재임 시절 인기에 고무돼 대선에 나선 단체장은 여럿 있었지만 대권을 잡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다. 조순,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등이 단체장을 거쳐 대권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당내 경선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단체장의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넘어 대선후보로 선출되려면 높은 대중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더민주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성급한 대권 도전으로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대표적 인물이다. 한때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던 김 전 지사는 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도지사 자리에 오른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그는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실패한 뒤 상당한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4·13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으나 지역적 기반이던 경남에서 떠났고 지금은 차기 잠룡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거명되는 잠룡 4인방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박원순 시장은 재선 서울시장이 갖는 정치적 무게에도 당내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즉 박 시장은 더민주 소속이면서도 실제로는 외부인과 다를 바 없다. 19대와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원순 사단’은 배려를 받지 못했고 실제 국회 진출도 미미했다.

    박 시장이 야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는 20대 총선에서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상임대표가 동반 추락하는 경우였다. 그랬다면 박 시장은 위기에 처한 야권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겠지만, 총선 결과는 정반대로 문재인-안철수의 동반 약진을 가져왔다. 박 시장이 바깥으로부터 바람몰이를 하며 더민주 대선후보 경선의 판을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희정 지사의 문제는 참여정부 핵심 인사로 문 전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친다는 데 있다. 물론 안 지사의 주변 사람들이 20대 국회에 여럿 진출해 힘이 강화된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친노(친노무현) 수장격인 문 전 대표와 경쟁을 벌여 따라잡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가능성은 안 지사의 힘이라기보다 문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완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남경필, 원희룡 지사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모두 당내 소장개혁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힘을 키웠지만 줄곧 비주류로 분류돼 막상 당내 정치에선 큰 힘을 받지 못했다. 대외적으로 신선한 이미지에도 당내 입지가 좁았던 것이다. 현 상황에서 친박계가 퇴조한다 해도 여전히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 등이 대권 의지를 키우고 있고, 반기문 사무총장이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남경필, 원희룡 지사 모두 높은 대중적 지지가 있어야 당내에 밀고 들어갈 여지가 생길 텐데, 두 사람의 여론 지지율은 아직 미약한 상태다. 당심과 민심 어느 하나도 확실히 잡지 못하고 거품론으로 끝날 수 있다.

    단체장으로 입지를 다져온 4인에게 대권 도전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당장 대선후보가 되지는 못해도 상당한 파괴력을 보인다면 훗날을 기약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경선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선택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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