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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바뀌었네!

4·26 보선 이후 분위기 극명한 대조 … 현안 대처·체제 정비도 野 한수 빠른 행보

여야가 바뀌었네!

여야가 바뀌었네!
야당인 한나라당은 요즘 자신감이 넘치는 분위기다. 때로는 집권에 대한 의욕을 넘어 집권 이후를 고민하는 듯한 모습마저 눈에 띈다. 4·26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런 모습은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올 초부터 부르짖던 ‘강한 여당’ 소리가 쑥 들어갔다. 대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정가에서는 이런 현상을 빗대 ‘야당 같은 여당, 여당 같은 야당’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한나라당은 최근 각종 정국 현안에 대한 대처나 내부 체제정비 작업 등을 치밀하게 벌여나간다. 올 초부터 시작한 이런 작업의 첫째 예는 2월 초에 있던 보좌역팀 전면 개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등 30~40대 소장파 참모 5명으로 이루어진 보좌역팀을 그동안 ‘정무보좌역’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별다른 게 없고, 개별적인 통로를 통해 움직였다.

그러나 2월부터 이들은 ‘공보보좌역’으로 분야가 바뀌었다. 주-월간지 담당, 일간지 담당, 지방지 담당, 방송담당, 외신담당 등으로 나뉘어 언론분야를 맡고 있다. 이들은 기자들을 만나면서 듣는 각종 정보들을 지도부에 보고하는 정보창구 역할도 겸한다. 특히 이들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움직임과 동정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종친회 행사로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회창 총재는 지난 5월6일 이들과 함께 영화 ‘친구’를 관람하는 일정을 잡는 등 신뢰감을 표현했다. 양휘부 언론 특보가 이 팀을 책임진다. 이들의 보고사항은 양특보를 통해 이총재에게 직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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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설문팀’을 운용하는 것도 민주당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최병렬 부총재를 팀장으로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맹형규 기획위원장, 윤여준 의원 등이 팀원이다. 이총재는 주요 현안에 대해 연설할 경우 사전에 이들의 검토를 거친 연설문을 읽는다. 혹 있을지 모를 실수를 줄이려는 의도에서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조만간 있을 특보단과 당직 개편, 국가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당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당 내부 체제는 생존투쟁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의 기획 기능도 전면 재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지난 연말부터 ‘참신한 이회창식 정치’를 선보이기 위해 당직 개편 등과 관련한 쇄신 구상을 가다듬어 왔다.



서울 강남지역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국 지구당 위원장들과 지역별로 식사를 함께 하며 내부 단합을 다진 것도 앞서가는 이총재의 대선 행보를 암시한다. 지난달 30일에는 당직자, 기자들과 함께 국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의원동산으로 이동,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리지 않고 모델이 되어주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총재는 또 5월 말 경북 안동을 방문해 유림 대표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총재 주변에서는 “부활절 연합예배 참석, 석가탄신일 행사 참석, 서울 은평지역 성당 방문 등에 이은 유림 대표들과의 만남은 종교 분야를 훑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1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계 주요 언론에 축하광고를 내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민주당을 놀라게 했다.

한나라당과 이총재가 체계를 갖춰가며 치밀한 행보를 취하다 보니 정권 쟁취를 기정사실화하는 자신감에 따라 때이른 ‘차기정권 부담론’까지 나왔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4일 “정부 여당이 엄청난 재정부담을 차기 정권에 떠넘긴다”며 16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을 맡는 일은 없을 것”(김현미 부대변인)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가에서는 한나라당이 나중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자는 생각을 갖고 이번 논쟁을 이끌어냈을 것으로 본다.

이총재의 한 측근 의원은 “한나라당에는 여당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국정에 대해 남다른 책임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튀는 것보다는 다소 불만이 있어도 전체적인 틀로 묶여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 물론 이런 배경에는 집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최병렬 부총재의 말처럼 “어떻게든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

한나라당의 이런 ‘여당 분위기’와 달리 민주당은 자신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4·26 보선 패배에 뒤이어 지난 4월30일 이한동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 변칙투표는 당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민주당 서울지역 한 초선의원은 “3당 연합이라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러다 보니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이것은 국민들의 외면과 내부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설사 투표를 통해 총리를 해임했다고 해도 이런 식의 편법을 써 민심이 떠나가는 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하고 있다. 동교동계 한 초선 의원은 “하나하나 진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되는 것은 없이 소리만 높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당 전체의 원심력이 한층 커진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연히 한나라당처럼 체계적인 언론대책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민주당도 최근 직능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에 대한 정비작업에 들어가는 등 나름대로 체제를 갖춰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활동을 들여다보면 제각각이다. 한 당직자는 “실제 활동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당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모양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달리 대선주자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민주당 입장에서 어쩌면 이런 상황은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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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에서는 다른 분석도 내놓는다. 최근까지 핵심 당직을 맡았던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정치 분야에 관한 한 당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한 최고위원의 측근은 “지난 4·26 보궐선거에 앞서 당에서 ‘일곱 군데 다 질 수 있다’는 보고를 청와대에 올린 적이 있다”며 “청와대가 민심이나 정국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의 움직임’ 등은 큰 변수가 아니고, 당 자체가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 근본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김중권 대표가 “여당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야당색을 탈피하지 못한 듯하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강한 여당’ 등의 구호에서는 선명성 경쟁을 앞세우는 야당 냄새가 난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국민우선정치’나 ‘국가혁신위 구성’ 등이 안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여당성 구호”라고 평했다. 지난 5월3일 정대철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무영 경찰청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느닷없이 주장한 데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여러 사안을 놓고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뒤 결론을 내리면 불만이 있더라도 따르는 게 여당이다. 그런데 이청장 경질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위원처럼 돌출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 처리가 안정감과 신뢰감을 국민에게 주지 못한다”는 것.

이처럼 표면적으로 여-야가 뒤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 데는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행태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주목할 만하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이총재는 평생을 제도적인 틀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측근을 두는 인치(人治)보다는 제도적인 틀을 중시하는 지도행태를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인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 여당으로서의 시스템을 갖춰가지 못하는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2001.05.17 284호 (p16~17)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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