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이란 공습 당시 모습.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하메네이, 벙커에서 폭사한 반미 최고지도자 1호

3월 2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뉴시스
이미 몰락한 반미 국가 지도자들은 난공불락 요새인 줄 알았던 지하 방공호 덕을 전혀 보지 못했다. 후세인이 만든 방공호는 미군 공습에 모두 파괴됐고, 바그다드에서 탈출한 그는 얼마 못 가 미군에 체포됐다. 카다피도 트리폴리가 함락됐을 때 지하 벙커를 버리고 고향으로 도주했다가 반군에 붙잡혀 숨졌다. 알아사드는 반군이 다마스쿠스로 밀려오자 대통령궁에서 탈출해 러시아 수송기편을 타고 모스크바로 망명했다. 마두로는 지하 벙커가 있는 군 기지에 있었지만 빌딩 제일 위층 침실에서 자다가 끌려 나왔다.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도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라는 대규모 테러를 저지른 뒤 1년 넘게 가자지구 지하 터널과 방공호를 전전하며 숨어 다녔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숨어다닌 터널은 모두 폭격으로 초토화됐고, 결국 어느 폐건물에 숨어 있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 이렇듯 주요 반미 권위주의 독재자들은 애써 만든 방공호가 아닌 곳에서 최후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하메네이는 반미 국가 최고지도자 가운데 벙커에 숨어 있다가 폭사한 최초 인물이 됐다. 그는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이 시작되고 거의 동시에 벙커버스터 세례를 맞고 벙커에서 군 수뇌부, 측근, 가족과 함께 사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떻게 이토록 쉽게 하메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폭격할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 국방부 ‘음식 배달 금지령’

이스라엘 공군이 2월 28일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 투입한 것과 같은 기종의 F-35I 전투기. 미국 공군 제공
하메네이는 2월 중순 자신이 사망했을 때를 대비한 비상 지도체제를 마련했다.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실질적인 후계자로 지명했고 다른 주요 인사에게도 각자 4명의 후임자를 지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미국이 공격을 감행하면 불가항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메네이도 인간인 이상 죽음의 공포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2월 28일 오전을 공격 시점으로 잡은 것은 이란의 선제공격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날 하메네이가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최고지도자 관저에 군 수뇌부를 소집한 것은 선제공격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에 전진 배치된 미군 자산을 선제공격해 파괴하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란 최고지도부와 관련된 기밀이 미국에 유출됐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공습 직전 이란 고위 관료가 로이터에 흘린 하메네이 테헤란 탈출설이 가짜 정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하메네이가 테헤란 관저에 가족과 함께 있으며 2월 28일 오전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최고지도자 집무실과 대통령 집무실, 최고국가안보회의 회의실에서 최고지도자 수석군사고문인 알리 샴카니,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이스마일 카니 쿠드스군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린다는 정보도 CIA 수중에 있었다. CIA는 이 같은 정보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회의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노려 정밀 타격을 가했다. 앞서 나열한 고위 인사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카니 쿠드스군 사령관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은 최고지도자 라흐바르 직속 최정예 특수부대다. 이란의 해외 테러 활동을 총괄하고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을 지도한다. 카니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이 드론 공습으로 사살한 가셈 솔레이마니의 후임으로 쿠드스군 사령관이 됐다. 2023년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직접 관여했으며,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이라크 인민동원군 등 친이란 민병대 조직을 움직여 반서방 활동을 지휘했다.
이란 수뇌부 위치, 쿠드스군 사령관이 넘겼나

이스라엘이 하메네이가 머물던 벙커를 파괴하는 데 이용한 BLU-109 벙커버스터. 이스라엘은 2024년 9월 레바논에서 벌어진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작전 때 BLU-109를 연속 투하해 벙커를 파괴하는 전술을 실증했다. 위키피디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카니는 친이란 인사 폭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혁명수비대 정보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혁명수비대 해외 공작금 7억 달러(약 1조257억 원)를 횡령해 러시아, 튀르키예, 우즈베키스탄의 고급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카니가 혐의를 소명하려고 하메네이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에 이란 최고위층 인사들 소재를 CIA에 넘긴 내부 협력자는 카니일 개연성이 크다.
이란 공습을 앞두고 미국이 주요 전략 자산의 움직임을 노출한 것은 보안 의식 부족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대놓고 움직인 것은 곧 대대적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준 계산된 행위다. 여기에는 적 수뇌부에 불안과 균열을 심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앞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도 이런 전략을 썼다. 당시 베네수엘라군은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않았고 미군은 단 1명의 전사자도 없이 손쉽게 마두로를 체포할 수 있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 하비에르 타바타 경호실장 겸 군사정보국장 같은 최고위급 인사들이 미국과 내통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이란 최고지도부 참수 작전에서 주목할 점은 이스라엘이 작전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하메네이 관저 지하 벙커 같은 특수 방호 시설은 미군이 때리는 게 성공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 방공망을 뚫고 쥐도 새도 모르게 테헤란 상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B-2A 스텔스 폭격기와 하마네이 벙커를 일격에 파괴할 벙커버스터 GBU-57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미국만 보유한 GBU-57은 12t이 넘는 괴물 벙커버스터로,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을 18m 이상 관통한다. B-2A 1대에 GBU-57 2발을 실을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하메네이 제거 작전에 B-2A와 GBU-57을 동원하지 않았고 임무를 이스라엘에 넘겼다. 실제로 2월 2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습 작전에서 이란의 주요 인사 제거는 이스라엘이 도맡고 있다. 미군은 주로 방공시설이나 탄도미사일 기지, 해공군 거점을 공습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공을 맡고 미군은 조공에 머무르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백악관이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의 핵심 역할을 맡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 운용 노하우
이스라엘은 대이란 공습에서 미국 못지않은 지하 시설 파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이 보유한 벙커버스터는 크게 두 종류다. 강화 콘크리트를 2m 관통할 수 있는 2000파운드(약 907㎏)급 폭탄 BLU-109와 강화 콘크리트 6m 관통 능력을 지닌 4700파운드(약 2131㎏)급 GBU-28이다. 이스라엘은 스텔스 전투기 F-35I 내부 무장창에 탑재할 수 있는 BLU-109를 더 선호한다. 이스라엘은 관통력이 2m밖에 안 되는 이 폭탄으로도 지하 수십m 아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레바논에서의 군사작전으로 터득했다. 하산 나스랄라 폭격 당시 시간차를 두고 같은 지점에 벙커버스터를 여러 발 연쇄 투하하면 지하 깊은 곳 벙커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한 것이다.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 F-35I 전투기들은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지 3시간 만에 하메네이 관저에 벙커버스터 수십 발을 투하해 초토화할 수 있었다.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공습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각지에서 이란 고위 인사들을 노린 폭격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두 나라가 대이란 군사작전에서 세운 목표는 정권교체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잔존 세력에 의해 중동 전역이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이 더는 후임자를 내지 않고 백기를 들 때까지 참수 작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