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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테러 표적이 된 프랑스의 무기력

IS 공습에 적극 동참한 것에 대한 보복…느슨한 국경 통제와 치안 당국의 무능

테러 표적이 된 프랑스의 무기력

말 그대로 광란의 질주였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계적 휴양지인 프랑스 남부도시 니스의 코트다쥐르 해변이 트럭 테러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테러가 발생한 것은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 밤 10시 30분께 불꽃놀이가 끝난 직후였다. 당시 이곳에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수천 명이 모여 있었다. 테러범은 해변 산책로를 따라 19t 대형 화물트럭을 시속 60~70km로 내달렸다. 사람들이 트럭에 치여 마치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 최소 84명이 숨지고 202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네 살배기 꼬마를 비롯해 어린이가 10명이나 포함됐다. 일가족 7명 중 6명이 숨지기도 했다. 트럭이 지나간 자리에는 시신과 부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도로는 희생자들이 흘린 피로 흥건했고 여기저기 찢긴 살점이 흩어져 있었다. 여름이면 프랑스인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니스는 악몽을 꾸는 듯했다.

경찰이 사살한 테러범은 튀니지 북부 항구도시 수스에서 10km 떨어진 마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건너온 뒤 니스에 거주해온 모하메드 라후에유 부렐(31). 튀니지와 프랑스 이중국적자이고 직업은 택배기사인 부렐은 자녀 3명을 둔 이혼남으로, 폭력·절도·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적은 있지만 테러 요주의 명단에는 오른 적이 없는 인물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테러범이 친구들과 가족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매우 빨리 급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급진화’라는 용어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테러에 나선다는 의미다. IS를 추종하거나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lone wolf·자생적 테러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IS 선전매체 아마크 통신은 “프랑스 니스에서 IS 전사가 트럭을 몰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아마크 통신은 “이 전사가 십자군동맹의 민간인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에 따라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IS가 트럭 테러의 배후임을 자처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카즈뇌브 장관은 “IS에서 특별 훈련을 받거나 대량 살상 무기를 지원받지 않고도 IS 메시지에 영감을 받아 테러를 벌이는 개인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 기념일에 자행된 테러

IS는 그동안 선량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소프트 테러 공격을 감행해왔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 올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6월 터키 이스탄불국제공항 테러와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테러, 방글라데시 다카 카페 테러 등에서 IS는 모두 민간인들을 노렸다. 특히 IS는 최근 들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신들의 세력이 약화되자 전 세계 추종자들에게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을 선동해왔다. 니스는 연 인원 1000만 명이 방문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민간인을 테러 공격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테러 공격을 벌인 날은 프랑스대혁명 기념일이었다. ‘바스티유의 날’이라고도 부르는 대혁명 기념일은 1789년 7월 14일 당시 루이 16세 국왕의 폭정에 분노한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반(反)왕정 인사들을 석방했던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으로 봉건제가 폐지되고 공화제가 설립됐으며, 인권선언도 발표됐고,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등 프랑스에서 민주주의가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당시 혁명 정신인 자유(liberte)·평등(egalite)·박애(fraternite)는 지금까지도 프랑스의 국가 이념으로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 국기인 청(靑)·백(白)·적(赤)의 삼색기(la tricolore)도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 프랑스에선 해마다 바스티유의 날이 되면 파리 샹젤리제 대로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에펠탑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불꽃놀이 등 축제가 벌어진다. 바스티유의 날에 맞춰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은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국민은 국가 경축일에 끔찍한 테러가 발생하자 더 큰 패닉에 빠졌다.





테러 공포 전 세계로 전염

프랑스에선 지난해 1월 시사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니스 트럭 테러까지 1년 7개월간 모두 12건의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유독 프랑스에서 테러 공격이 빈번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IS 공습 등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 IS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투기들은 IS 공습에서 3000번의 폭격 임무를 수행해왔다. 또 다른 이유는 국경 통제가 느슨해 총기 반입이 용이한 데다 치안 당국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지금까지 유지해왔고, 최근에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를 개최하면서 경계를 강화했다. 특히 올여름 남유럽의 지중해 해변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입수해 2주 전부터 무장경찰을 배치해왔음에도 니스 테러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프랑스 사회가 무슬림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하면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무슬림에 대한 차별이 상당히 심하다. 현재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9%인 600만 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특히 상당수 무슬림 젊은이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니스 테러는 트럭을 살상 무기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종 수법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럭은 IS와 알카에다 등이 주로 자폭용 폭탄을 싣고 관공서 등으로 돌진하는 운반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IS는 그동안 AK-47 자동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테러 공격을 감행해왔는데, 유럽 각국이 무기밀매 감시를 강화하자 대형 트럭을 직접 테러 무기로 사용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실제로 IS 대변인 아부 무함마드 알 아드나니는 “총이나 폭탄이 없으면 돌이나 칼, 차량을 이용해서라도 배교자들을 제거하라”고 선동해왔다. 교통수단을 인명 살상 테러에 직접 활용한 것은 항공기가 사용된 2001년 미국 9·11 테러 외에는 선례를 찾기 어렵다. 트럭을 직접 이용한 테러는 대테러 진압 교본에도 없는 내용이다. 니스 테러의 또 다른 특징은 대상 장소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IS는 그동안 카페와 공연장, 축구장, 공항 같은 대도시 다중이용시설을 노렸는데 이제는 해변이나 축제장, 휴양지 등까지 테러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국가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하고, 예비군을 소집해 국경 경비 강화에 투입하며, 국내 극단주의 세력 소탕 작전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테러와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IS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자 페르시아 만에 핵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를 재배치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테러를 막기 위해 도대체 뭘 더 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주춤했던 극우세력이 다시 기세를 올릴 조짐도 보인다. ‘테러(terror)’라는 용어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대혁명 당시 ‘공포정치’를 뜻하는 ‘la terreur’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국민이 느끼는 테러 공포가 전 세계로 전염되고 있다. 






주간동아 2016.07.27 1048호 (p44~45)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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