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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판결 임박 남중국해, 고조되는 갈등

7월 12일 헤이그 중재재판 결론…브렉시트 이은 태풍 예고

  •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판결 임박 남중국해, 고조되는 갈등

판결 임박 남중국해, 고조되는 갈등

3월 27일 주한베트남인들이 서울 중구 주한중화인민공화국대사관 인근에서 남중국해 황사군도(시사군도·파라셀 제도)와 쯔엉사군도(스프래틀리 제도) 지역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투표에 이어 지구촌을 또 한 번 소용돌이에 몰아넣을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신청한 남중국해 관련 판결이 7월 12일 나오기 때문. 2013년 1월 22일 신청한 이후 약 3년 반 만이다.

PCA 판결은 강제집행력이 없다. 과거에도 판결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분쟁을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아시아 재균형’을 기치로 내건 미국과 이를 자국에 대한 포위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의 ‘화전양면 전술’

현재 미국과 일본, EU 회원국들은 PCA의 판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며 필리핀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국가 등 총 60여 개국이 ‘분쟁은 당사국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자국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중국과 영토 갈등을 빚어온 필리핀이 이 사안을 국제법정에 제소한 것은 단독으로 중국과 맞서거나 협상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이 보낸 재판 신청 통보서의 접수마저 거부했으며, 중재재판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판결을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필리핀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필리핀이 신청한 내용에 대해 PCA가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국제협약에 따라 설치된 재판소에서 나온 판결을 아예 무시하는 일은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배경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7월 6일부터 11일까지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난(海南)도와 시사(西沙)군도 일대에서 진행되는 이 훈련에는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해함대뿐 아니라 북해 및 동해함대의 미사일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등 중국 3대 함대 전함 수십 척이 참가한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7월 4일 ‘중국은 필리핀이 소송을 취하한다면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지만, 협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만은 놓치지 않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은 6월 30일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9월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난닝(南寧)에서 열리는 ‘중국-아세안 대화협력 관계 구축 2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판결이 나온 후 악화될 양국 관계의 회복을 위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관측된다.

두테르테 대통령 역시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과 달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과 대립 일변도로 가기보다 원만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7월 5일 필리핀 공군 창립 69주년 행사에서 “PCA 판결이 중국에 유리하게 나와도 필리핀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중국도 중재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그는 “필리핀은 전쟁할 여유가 없으므로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피하겠다는 태도를 재확인하고 중국 측에 대화를 제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9월 난닝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PCA의 쟁점은 무엇일까. 필리핀이 PCA에 판단을 요청한 것은 총 15개 항목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설정한 9단선(九段線)을 근거로 주권이나 관할권,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맞지 않다. △(만조기에 바다에 잠기는 암초 및 산호초인) 스카보로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을 근거로 삼은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은 안 된다. △스프래틀리 제도(난사(南沙)군도)의 미스치프 환초(메이지자오·美濟礁), 수비 환초(주비자오·渚碧礁), 파이어리크로스 환초(융수자오·永暑礁) 등은 간조기에만 드러나는 산호초여서 영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은 산호초에 중국이 인공섬을 조성하고 군사시설 등을 설치하는 건 옳지 않다.

이 가운데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바로 ‘9단선’.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9개 선으로 중국은 그 안쪽 바다 80%가 자국 영해라고 못 박았다. 국민당 정부는 1947년 남중국해에 ‘11단선’을 긋고 ‘남해제도위치도’라는 지도도 펴냈다. 신(新)중국 수립 이후인 53년 중국 정부는 하이난도와 베트남 사이의 2개 선을 줄여 9단선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는 지도 위에 점선으로 개략적으로 그어진 것으로 정확한 좌표도 없다. 따라서 중국 외에는 이 선을 인정한 국가가 없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우리 바다”

판결 임박 남중국해, 고조되는 갈등

6월 2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센터 안보연구소의 모한 말리크 교수는 홍콩신문과 인터뷰에서 “대다수 국제 법률전문가는 (역사문헌이나 9단선을 근거로 하는)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 주장이 무효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인공섬이 영토 주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은 미국도 중국에 제기하는 핵심 포인트다.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군함을 인공섬 인근에 보내며 ‘자유 항해’를 강조한 것 역시 인공섬의 영토 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위 성격이 짙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이 제기한 내용이 유엔해양법협약상 PCA 관할 사항이 아닌 ‘주권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필리핀이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 두 나라 사이 협약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제소했으므로, 상호 합의가 있어야 중재재판소 법정이 구성된다는 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것. 이와 함께 중국은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을 근거로 그보다 29년 전 설정된 9단선의 합법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편다.

하지만 PCA는 7차례 당사국 및 전문가 청문회 등을 거치고 난 2015년 10월 29일 필리핀의 신청 내용이 PCA에 재판 관할권이 있는 사안이라고 판결했다. 유엔해양법협약상 PCA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 주권 문제나 경계 획정 사안이 아니라는 게 그 골자. 더욱이 중국과 필리핀 양자 간 충분히 분쟁 해결 노력을 했지만 실패한 뒤 제소했으므로 ‘양자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 협약’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게 PAC의 1차 결론이었다.

국제법이나 PCA를 떠나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뿌리는 깊다. 중국 측은 남중국해가 자국 영향권에 포함된 것은 ‘시경(詩經)’ ‘좌전(左傳)’ ‘국어(國語)’ 등 멀리 춘추전국시대, 혹은 그 전의 문헌에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한다.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관할하에 있었다는 것. 반면 베트남은 남중국해가 17세기부터 자국 관할이었다고 맞선다. 필리핀은 2014년 중국이 실효점유에 들어간 황옌다오의 경우 중국 하이난도에서는 800km 떨어져 있지만 자국 해안에서는 160km에 불과해 EEZ 내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간동아 2016.07.13 1046호 (p64~65)

구자룡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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