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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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체 쏠리드의 수상한 거래 견적 조작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6-03-04 15: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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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만 원짜리 소프트웨어가 1000만 원으로…방위사업청은 해명 미흡
    총 5조 원 규모의 군 전술통신망 사업에서 한 방산업체가 납품 소프트웨어 단가를 10배 부풀리고, 수주 사업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이 금지된 양산 계약 착수금을 받아 부실 계열사에 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청이 해당 의혹과 관련해 '주간동아'에 한 해명은 미흡했다.
    전술정보통신체계(Tactical Information Communication Network·TICN) 사업은 음성 위주인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군 통신망을 대용량 정보 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방식의 통신망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그림1 참조). 2010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5년 완료됐고, 2015년 말 방위사업청과 한화탈레스, 휴니드테크놀러지스 간 초도 양산 계약이 체결됐다.
    TICN 사업은 전체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망 관리·교환체계, 대용량 무선전송체계, 소용량 무선전송체계, 전술이동통신체계, 전투무선체계 등 다양한 분야로 이뤄지는데(그림2 참조) 여기에 연관된 협력 업체만 150개 가까이 될 정도다. 이 중 전술이동통신체계(Tactical Mobile Communication System·TMCS)는 지휘소 부근 및 기동로상에서 지휘관의 이동통신을 지원하기 위한 체계로, 이동기지국(Mobile Subscribed Access Point·MSAP)과 전술다기능단말기(TMFT)로 구성된다.
    여기서 이동기지국 개발을 맡은 업체가 바로 ㈜쏠리드다. 쏠리드는 1998년 KT 사내 벤처로 시작해, 현재 무선통신장비 부문 국내 1위를 달리는 벤처계의 신화와도 같은 기업. 일반인에게는 팬택을 인수한 기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쏠리드는 팬택의 최대주주이다



    계열사 부당 자금 대여 의혹…기자 질의에 “회수”

    사세를 확장하면서 쏠리드는 2009년부터 방위사업 부문에 진출했고, 2011년 6월 한화탈레스(당시 삼성탈레스)와 TICN 사업 전술이동통신체계 이동기지국 장비의 체계개발 계약을 맺었다. TICN이 2015년 5월 전투형 적합 판정을 받아 초도 양산 실시를 눈앞에 둔 시점인 2015년 7월 말, 쏠리드는 ㈜쏠리드윈텍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방위사업과 관련한 인력 등을 이관한다. 이 회사의 한 전직 관계자는 “방위사업 특성상 원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상장기업인 모기업(쏠리드) 처지에서 원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민수 사업에서는 사업 원가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다. 적절한 시장가격에 내놓아 판매만 한다면 원가 대비 이윤을 얼마나 챙기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민수와 방산을 동시에 하고 있던 쏠리드 처지에서는 방산 원가를 공개할 경우 상장회사라 다른 사업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2015년 말 방위사업청과 한화탈레스 간 TICN 양산 계약이 체결됐고, 한화탈레스는 올해 1월 쏠리드윈텍과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 양산 계약의 착수금으로 쏠리드윈텍은 '110억 원을 한화탈레스로부터 받았다. 물론 이 금액은 방위사업청에서, 궁극적으로는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쏠리드윈텍은 1월 말 이사회에서 ㈜쏠리드에듀라는 회사에 10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쏠리드에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 지원’이 그 목적이었다. 쏠리드에듀는 쏠리드의 또 다른 자회사로 전자칠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쏠리드윈텍이 2015년 7월 말 설립된 법인으로, TICN 사업 외에는 어떠한 수주 경력도 없는 회사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이 회사가 자기 사업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오직 방위사업(TICN 사업)에 의한 것밖에 없다. 한국 방위사업법 제46조 2항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그 성질상 착수금 및 중도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중략) 착수금 및 중도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급된 착수금 및 중도금은 당해 계약의 수행을 위한 용도 외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쏠리드윈텍은 계열사 자금 대여의 위법성에 관한 주간동아의 질의에 “계열사에 대해 자금을 대여한 것은 사실이나 (TICN 사업 관련) 착수금이 아닌 금융권 105억원 차입금 가운데 일부를 대여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오늘(2월 23일) 그 대여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TICN 사업에서 쏠리드윈텍과 관련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전술이동통신체계의 일부인 이동기지국의 운용관리기(Element Management System·EMS) 납품 가격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부풀리기가 관측됐다. 운용관리기는 이동기지국의 장비를 감시 및 제어하는 장비다. 쏠리드는 방산 부문을 쏠리드윈텍으로 분사하기 이전인 2011년 10월 C사와 ‘MSAP 운용관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C사가 이동기지국 운용관리기(장비 및 소프트웨어 포함)를 개발해 쏠리드에게 판매하는 위탁 개발인데,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의 단가다.
    현재 방위사업청의 원가자료 관리체계에는 해당 소프트웨어의 단가가 개당 1000만 원으로 반영돼 있다. 쏠리드가 방위사업청에 제출한 C사 견적서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쏠리드와 C사의 2011년 계약 당시 C사가 제시한 견적서에는 해당 소프트웨어의 단가가 개당 100만 원으로 기입돼 있다. 한화탈레스에 쏠리드윈텍이 납품하는 가격은 C사로부터 납품받은 가격의 10배인 것이다. 본래 운용관리기는 1700대가량이 납품될 계획이었다.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쏠리드윈텍은 중간에서 개당 900만 원, 총 153억 원을 이득으로 취할 수 있다. C사 외에도 다른 협력 업체들을 관리하면서 드는 비용 등을 참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10배의 단가 차이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위사업청 해명 미흡..."원가 검토중"

    주간동아는 방위사업청에 이 사실을 알리고 해명을 요청했다. 방위사업청은 C사가 2011년에 제시한 개당 100만 원의 견적서는 1년 단위 라이선스 단가라고 답했다. “양산 목표 비용 검토회의 과정에서 2011년 제출받은 ‘1년 단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견적으로 양산할 경우 소프트웨어의 총 수명주기 비용이 개당 3000만 원(100만 원×30년)으로 상승함에 따라, 비용 절감을 위해 2012년 ‘영구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견적(개당 1000만 원)을 추가로 제출받아 검토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2011년 10월 당시 쏠리드-C사의 ‘양산 및 기술 라이선스 계약’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을(쏠리드)은 운용관리기 기술 및 운용관리기 브랜드에 관한 실시권(라이선스) 또는 사용을 제3자에게 (중략) 허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며 갑(C사)은 이에 동의한다. (중략) 실시권의 범위는 운용관리기 제품을 사용, 양도, 대여, 생산, 판매, 유지보수로 제한한다. 실시권의 허여 기간은 영구적이다.’ 게다가  C사가 2015년 쏠리드윈텍에 제출한 견적서에서도 운용관리기 소프트웨어의 단가가 개당 146만 원으로 기재돼 있다.
    방위사업청측은 “해당 사업의 원가 검증이 현재진행형이며 본지의 보도 내용 또한 검증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방위사업청이 직접 관리하는 업체가 아닌) 3차, 4차 업체들 사이의 계약 관계 등을 일일이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방위사업청은 2015년 초도생산 계약 시 업체에서 제시한 ‘영구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견적(개당 1000만 원)의 원가자료에 대해 미확정된 상태로 검토 중이고, 2016년 후반기에 원가 검증을 통해 계약가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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