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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특집 | 여론조사를 어찌할꼬

대구에 퍼지는 여론조사 음모론

‘보이지 않는 손’ 작동 가능성에 뒤숭숭…대통령 참석하는 ‘眞朴부흥회’도 예고?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대구에 퍼지는 여론조사 음모론

대구에 퍼지는 여론조사 음모론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9월 7일 오후 대구 서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사활을 건 경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이 신호탄이었다. 특히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 때 대구 출신 새누리당 현역의원이 대통령 행사에 배제되면서 ‘현역 물갈이론’이 급속히 퍼졌다. 이후 박근혜 정부 내각에 참여했거나 청와대에서 수석을 지낸 소위 ‘진짜 박근혜계’, 이른바 진박 인사 6인이 대구에 대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진박의 대구 진격작전’은 가시화됐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새누리당 공천은 여론조사 결과로 후보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 대구 정가에는 ‘공천 관련 여론조사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수 있다’는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대구 정가에서 활동 중인 A씨의 얘기.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대구, 특히 진박 후보들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집중 실시되고 있다. 처음에는 후발 주자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특정 여론조사업체가 집중적으로, 그것도 비공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그에 대한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A씨가 전한 음모론의 요체는 이렇다. 먼저 특정 여론조사업체가 진박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구에서 여론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조사 결과가 축적되면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지지성향 윤곽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취약 지역에 대한 선거운동을 강화하는 등 선거 전략을 다시 짠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는 그 조사 결과를 구전 홍보 등에 적극 활용한다.



특정 업체의 잦은 자체 여론조사 왜?

총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중앙여심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하거나, 해당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언론 보도 등 공표를 목적으로 할 때는 중앙여심위에 등록해야 하지만,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해당 시·군·구 선관위에 신고만 하면 된다. 대구 시·군·구 선관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여론조사업체 B사는 대구 중구남구에서 3회, 동구갑 3회, 동구을 4회, 서구 3회 등 대구에서만 20여 회 이상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대구 동구 선관위에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신고된 건수는 2월 17일 기준으로 총 13건(동구갑 6건, 동구을 7건)이다. 이 가운데 반 이상을 특정 업체가 자체 여론조사로 실시한 것.
전화면접 여론조사의 경우 샘플당 최저 1만 원에서 많게는 1만5000원까지 비용이 든다. 한 번 실시할 때 최소 500샘플 이상이라는 점에서 B사가 대구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하는 데 억대 이상의 조사 비용을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B사가 특히 대구지역 여론조사에 나선 이유는 뭘까. B사 P대표는 “선거 예측조사를 위해 사전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선거일까지 서너 차례 더 선거구별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P대표와 2월 24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대구지역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한 이유는 뭔가.
“선거 당일 예측을 위해 사전조사를 한 것이다. 앞으로도 선거구별로 서너 차례 더 조사할 계획이다. 대구 (총선) 출구조사도 우리가 실시하려고 준비 중이다.”
▼ 자체 조사 결과가 대구지역 선거에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 결과는 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조사 결과를 알고 선거에 활용한다는 것인가.”
▼ 조사 결과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나.
“전혀 없다. 누가 우리 조사 결과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한다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려달라. 수사당국에 당장 수사를 의뢰하겠다.”
P대표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대구 정가에서는 B사가 축적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 여론조사에 악용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통령의 대구행?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대구에 퍼지는 여론조사 음모론

대구지역 예비후보로 나선 ‘진박’(진짜 친박근혜)계 후보 6명. 왼쪽부터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곽상도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사진 제공 ·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일반적으로 여론조사 목적으로 걸려온 전화는 02 또는 070 번호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국번으로 대구지역에 걸려온 전화 가운데 최근 ‘대출 알선’과 ‘휴대전화 변경’ 등 스팸전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여론조사에 쓰이는 국번이 스팸전화와 뒤섞이면 자연히 02 국번과 070 국번으로 걸려온 전화를 기피하게 된다. 이런 경향이 실제 공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특정 후보 지지층에게만 스팸전화가 집중되고 있다면? 진박이 아닌 이른바 비박 후보들이 공천 여론조사 실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언론 등에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천 결정에 쓰일 여론조사 결과가 지금까지 나온 조사와 크게 다르다면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만약 공천 여론조사 때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비박계 후보 진영 핵심 관계자의 얘기다. 대학 입시 때 평소 모의고사를 아무리 잘 봐도 막상 당락을 결정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치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평상시 여론조사 결과와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구를 방문해 ‘진박부흥회’를 열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지역 정가에 파다하다. 경북도청사 이전 기념식이 이날 오후에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데, 그에 앞서 오전에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육동인 대통령비서실 춘추관장은 2월 25일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의 대구행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총선 전 대구에 내려간다면 지지부진한 진박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대구의 대표 명소인 서문시장 등을 돌며 시민을 직접 만나면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소위 진박 후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최소한 진박 후보 지지율을 10% 가까이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16.03.02 1027호 (p12~1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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