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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턴 ‘소비기한’ 챙기세요

팔아도 되는 ‘유통기한’ 대신 ‘먹어도 되는’ 소비자 중심 사용 기간

  •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새해부턴 ‘소비기한’ 챙기세요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 날짜 표시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GettyImages]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 날짜 표시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GettyImages]

# 30대 워킹맘 김 씨는 식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꼼꼼히 살핀다. 하루라도 날짜가 긴 식품을 사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소진하기 위해 주말이면 냉털(냉장고 털어 먹기)도 자주 한다. 또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경과한 식품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바로 버린다.

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발견했다면 김 씨 사례처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유통기한은 제조일을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보관 기준을 준수했다면 기간이 조금 초과해도 품질 변화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는 통상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먹을 수 있는 식품까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한국 음식물 폐기량은 연간 548만t으로, 처리비용만 매년 1조960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20년 환경부 조사 결과 음식물 폐기 제품 중 65%가 섭취하지 않은 완제품 상태였다.

2023년 1월 1월부터는 식품 날짜 표시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뀐다.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이후 38년 만이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에 표시된 보관 조건을 지킬 경우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간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유통기한이 ‘팔아도 되는’ 영업자 중심이라면, 소비기한은 ‘먹어도 되는’ 소비자 중심의 사용 기간인 것이다.

유통기한보다 20% 긴 소비기한

식품에 표기된 날짜는 해당 제품의 판매와 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식품의 품질과 안전을 위해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다. 그 종류에는 앞서 말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외에 제조일자(제조·가공이 끝난 시점), 품질유지기한(고유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으로 장기간 보관하는 당류·절임류·장류에 적용)이 있다. 이 중 유통 및 소비기한은 제조업자가 제품의 특성과 유통 과정을 고려해 관능검사(제품의 외관, 맛, 냄새, 색깔 등을 전문 요원이 오감으로 검사하는 방법), 미생물·이화학·물리적 지표 측정 등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제품 유통 중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기간으로 설정한다. 통상 유통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 수준에서 정해지고, 소비기한은 이보다 20%가량 길다.

식품 날짜 표시 제도를 바꾼 것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식품 폐기와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해 먹을 수 있는 제품까지 쓰레기로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썩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8~10%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올 정도다.



소비기한 도입은 국제적 추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2018년 식품 표시 규정에서 유통기한을 삭제하고 소비기한 표시를 권고했다. 미국의 경우 소비기한, 유통기한, 포장일자, 품질유지기한, 판매기한 등을 사용하는데 식품 보관법을 자세히 명시한 품질유지기한 사용을 권장한다. 일본은 소비기한과 상미기한(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을 구분해 각각 표기하고 있다.

식약처, 소비기한 참고 값 공개

국회는 지난해 7월 기존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2023년 1월 1일부터 변경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비기한 표시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올해 7월 권장 소비기한(영업자 등이 소비기한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시한,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 설정 등 기술적으로 지원할 ‘소비기한 연구센터’가 한국식품과학연구원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영업자가 소비기한을 설정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식품 유형별 권장 소비기한을 설정할 예정이다. 또한 식약처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식품공전’에 있는 약 200개 식품 유형 2000여 개 품목의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올해는 우선적으로 햄류·이유식류·과자류·빵류 등 50개 식품 유형 430여 개 품목의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12월 초 식약처는 두부·햄 등 23개 식품 유형 80개 품목의 소비기한 참고 값 설정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표 참조). 두부의 경우 유통기한은 17일이지만 소비기한은 6일 늘어난 23일이다. 유통기한이 38일인 햄의 소비기한은 20일가량 늘어난 57일이다. 발효유의 경우 유통기한은 18일, 소비기한은 32일이다.

소비기한 도입을 앞두고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통기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기한을 초과한 식품은 섭취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날짜 표시는 가급적 기한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기존 포장지 소진과 제도 안착을 위해 내년 말까지 소비기한 계도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포장지를 스티커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한시적 조치다. 또한 냉장 보관하는 우유류는 냉장 유통 환경 개선 등을 위해 2031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기한에 익숙한 일부 소비자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어도 괜찮다고 오인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소비자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통해 소비기한에 대한 가이드를 정확히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마트에서 냉장 관리를 제대로 안 할 경우 소비기한 전 음식이 상할 수도 있다”며 “특히 영세 마트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꼼꼼한 점검과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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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70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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