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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아바타2’의 수중 장면 촬영 비밀은?

캐머런 감독, 340만L 물탱크 속 연기를 모션 캡처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아바타2’의 수중 장면 촬영 비밀은?

혁신적인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제공]

혁신적인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제공]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13년 전 영화 ‘아바타’에서 우리를 환상적인 판도라 행성으로 안내했다. 당시 촬영에만 3년이 걸렸고, 3억5000만~4억 달러(약 4500억~5140억 원)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개봉한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또한 진화된 그래픽과 시각효과로 CG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영화는 특히 물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도전적이다.

섬세하게 나비족 CG 구현

거대한 물탱크에서 수중 모션 캡처를 진행하는 ‘아바타2’ 촬영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제공 ]

거대한 물탱크에서 수중 모션 캡처를 진행하는 ‘아바타2’ 촬영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제공 ]

아바타2 제작을 위해 애니메이션과 3D(3차원) 렌더링, 그래픽,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등 영화의 시각적 효과에 투입된 업체만 수백 곳에 달한다. 그중 대표 업체는 ‘반지의 제왕’과 ‘혹성탈출’ 제작에 참여한 세계적인 시각효과 회사 ‘웨타FX’(옛 웨타 디지털)다. ‘아바타’ 작업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업체이기도 하다. 웨타FX는 이번에도 몇 가지 새로운 수중 시뮬레이션 특허를 개발함으로써 CG 세계의 개척자임을 입증했다.

아바타2는 더욱 정교해진 CG와 함께 다양한 시각 기술도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는다. 아바타 제작에 쓰인 비주얼 기술은 엄밀히 말하면 시각효과 기술 ‘VFX(Visual Effects)’다. VFX란 실생활에 존재하지 않는 화면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VFX를 통해 실제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경, 사물, 생물,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판도라 행성을 배경으로 한 아바타 시리즈의 경우 VFX가 주축이 된다.

CG는 VFX의 한 방식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생성된 일러스트레이션, 삽화 또는 구성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이번 영화를 위해 웨타FX는 800개 넘는 컴퓨터 생성 캐릭터와 상세한 CG 설정을 자랑하는 1800개의 시각효과 샷을 만들었다.

아바타 시리즈는 가상세계와 가상 캐릭터인 나비족을 구현해야 하기에 시각적으로 더욱 섬세한 묘사가 필요하다. 일례로 웨타FX는 나비족의 파란색 피부가 플라스틱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조명을 설정하기 위해 하와이 열대우림에 직접 가 빛이 식물에 반사되는 방식과 하늘에서 빛이 얼굴로 내리쬐는 방식을 연구했다. 그 결과 얼굴을 제대로 표현하는 작업에 흰색과 함께 녹색 반사광을 적용했다고 한다.



캐머런 감독은 비디오 프로덕션 ‘스튜디오 바인더’를 통해 “CG 및 실세계에서 가상의 캐릭터와 함께 완전한 실사 촬영을 하는 진정한 하이브리드를 지향한다”며 “목표는 결국 관중이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CG가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가짜 이미지를 더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자 장면에 실세계의 일부 요소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CG로만 처리할 경우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모션 캡처 기술은 실제 동물이나 사람의 연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기반으로 CG로 제작하는 캐릭터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모션 캡처를 위해 연기자들은 블루 스크린(blue screen) 역할을 하는 모션 캡처 슈트를 입고 특수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슈트에는 적외선을 반사하는 마커들이 표시돼 있다. 배우가 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팀은 이전보다 6배 큰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세부적인 움직임과 얼굴 표정 등을 3D 카메라 여러 대가 촬영한 다음 디지털 그래픽으로 그 위를 덧입히는 원리다.

난도 최상인 수중 모션 캡처

촬영을 위해 특수 제작한 수중 이동 수단은 영화 속에서 바다생물로 변한다. [존 랜도 페이스북 ]

촬영을 위해 특수 제작한 수중 이동 수단은 영화 속에서 바다생물로 변한다. [존 랜도 페이스북 ]

이미 최신 모션 캡처 기술의 교본이라고 할 만큼 영화 아바타는 향상된 모션 캡처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마커 및 추적 시스템과 얼굴 캡처가 더욱 개선됐다. 하나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단일 시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개의 경량 헤드 캠을 사용하는 등 배우의 안면 촬영과 추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헬멧에 장착된 헤드 캠은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촬영한다. 이전에는 배우들이 수백 개의 작은 구형 마커를 얼굴에 붙여야 했지만 한층 진화된 방식으로 얼굴 반응 데이터를 캡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바타2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이 배경이다. 그동안 물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대부분 건식 촬영 기법(dry for wet)으로 제작됐다. 배우가 와이어를 사용해 공중에 매달린 채 물속에 떠 있는 듯한 연기를 하면, 나중에 CG 작업으로 물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물속에서 직접 연기하고 촬영해야 하는 고충이 없는 대신, 물속 느낌을 나타내기 위한 물리학과 사실적인 조명 효과 등을 구현하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아바타2’ 수중 촬영장 모습. [존 랜도 페이스북 ]

‘아바타2’ 수중 촬영장 모습. [존 랜도 페이스북 ]

캐머런 감독은 CG로 만든 물은 실제 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우 어려운 수중 촬영을 강행했다. 아바타2 배우들은 90만 갤런(약 340만L) 물탱크에 직접 들어가 표정과 몸짓 연기를 펼쳤다. 바다의 소용돌이치는 해류와 부서지는 파도를 모방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대형 수조다. 그 속에서 고차원적인 수중 모션 캡처로 물속 장면을 그려냈다. 여기에는 수많은 인원과 장비가 동원됐다. 마치 로켓 발사 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촬영 현장은 매번 안전팀과 카메라 이동, 유압 장치 이동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하는 거대한 조직적 협력체였다.

수중 촬영에 사용된 카메라는 광학 왜곡 없이 촬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소니 시네알타 베니스 3D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해상도와 이미지 품질 부분에서 IMAX(초대형 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촬영) 표준을 충족한다. 제작팀은 물속에서 원활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다기능 잠수정과 원격으로 작동하는 수중 차량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디지털 풍경과 실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 카메라도 설치했다.

1년간 수중 촬영 문제 해결

수면에 떠 있는 하얀색 공들은 반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존 랜도 페이스북]

수면에 떠 있는 하얀색 공들은 반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존 랜도 페이스북]

수중 모션 캡처는 처음 도전하는 영역인 만큼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했다. 직접 물속에서 촬영한다는 건 배우들에게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기포가 일면 센서 정확도가 방해받기 때문에 선명한 캡처를 위해 물속에서는 스쿠버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배우들은 전문적인 프리다이버 훈련을 받아 스쿠버 장비 없이 수 분간 숨을 참아야 했다. 물 밖에서 비치는 조명이 일렁이는 수면에 반사되거나, 모션 캡처 슈트의 마커가 물에 반영돼 잘못된 표식을 만드는 것도 큰 문제였다. 캐머런 감독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물탱크의 수면 위를 흰색 탁구공 같은 비드로 덮어 반사를 막았다. 그는 영화 전문 사이트 ‘콜라이더’와 인터뷰에서 “수조 속 물과 공기의 상호작용이 모든 표식이 반사되고 그것을 반영하는, 마치 움직이는 거울을 만들어낸 듯했다”며 “수중 촬영에서 직면하는 광학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모션 캡처를 인식하는 방식인 적외선이 물에 흡수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발견했다. 이에 물속에서는 카메라 센서에 의해 포착되는 자외선으로 바꿨다. 또 퍼포먼스 캡처 시스템이 물 아래에서는 작동하지 않아 2개의 서로 다른 장치를 만들었는데, 이때 두 장치가 서로 동기화되게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다. 예를 들어 물속으로 점프를 하면 수면 위아래에서 함께 캡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바타2’에서 프리다이빙 전문가로 작업한 커크 크랙은 “캐머런 감독은 마치 1500명의 사람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미켈란젤로 같다”며 “‘아바타2’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물리학과 움직임이 모두 이해될 때까지 촬영을 멈추지 않은,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영화”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1370호 (p30~32)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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