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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올려도 ‘사면초가’ 한전, 올해 적자 30조 원 육박 전망

“원전 가동률 낮추고 LNG 발전 늘린 탓”… 국제 에너지 값 상승에 직격탄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전기요금 올려도 ‘사면초가’ 한전, 올해 적자 30조 원 육박 전망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뉴시스]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뉴시스]

“글로벌 연료 가격 인상이 직격탄이긴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한전(한국전력공사) 영업이익을 계속 악화시키다 이제야 고름이 터졌다고 봐야 한다.”

올해 1분기 한전 적자 7조7869억 원

최근 천문학적 적자로 경영난에 빠진 한전을 두고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이 내놓은 진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영업 손실은 7조7869억 원에 달한다(그래프1 참조). 지난해 4분기 4조7303억 원 규모의 영업 손실이 나온 데 이은 적자 행진이다. 지난해 1분기 5716억 원 흑자를 기록한 한전은 같은 해 2분기(-7648억 원)와 3분기(-9367억)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6월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가 15조5000억 원까지 불어나면서 2022년 적자 규모만 최대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의 적자 규모가 커지자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6월 30일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를 ‘사업수익성 악화(징후) 기관’으로 규정했다. 기재부가 사업 수익성이 악화됐거나 그런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 한전 등 공기업은 비(非)핵심 자산 매각, 투자 및 사업 정비를 비롯한 경영 효율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한전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2016년 5월 13일 장중 한때 사상 최고가 6만3700원을 기록한 이래 한전 주가는 하락세다. 올해 3월 20일엔 장중 역대 최저가 1만5550원을 찍기도 했다. 이후 2만 원대를 회복하긴 했으나 7월 7일 종가 기준 2만2350원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반등 조짐은 아직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행렬에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투자 의견 ‘중립’을 제시하고 나섰다.

60% 이상 오른 LNG 가격

한전의 경영 상황 악화는 국제 연료 가격 인상으로 ‘전기 값’이 높아진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4월 평균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킬로와트시(㎾h)당 202.11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그래프2 참조). SMP는 전력거래소가 원전이나 석탄발전기를 제외한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반 발전기로 생산한 전력에 적용하는 시장 가격이다. 대개 발전 단가가 비싼 LNG 가격이 SMP에 큰 영향을 끼친다. 6월 LNG 가격은 기가칼로리(Gcal)당 7만999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LNG의 가격 척도가 되는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가격(JKM)’은 7월 6일 MMBtu(열량 단위)당 38.7달러를 기록해 지난 한 달 동안 6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90% 이상 상승했다.

최근 국내 전력 생산에서 LNG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발전량은 57만6316GWh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같은 시기 원전발전량은 1.4% 감소한 반면, LNG를 통한 전력 생산은 15.3%,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발전량은 각각 0.6%, 4.4%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LNG를 비롯한 발전용 연료 가격 상승으로 한전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 구입비 부담이 커졌다”면서 “특히 자회사나 민간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가 높아진 반면, 요금은 그만큼 인상하지 못해 영업적자가 덩달아 커졌다”고 말했다. 온 교수는 “지난해 한전이 뒤늦게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전기요금을 동결하다 올해 적자 규모가 더 커지니까 뒤늦게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은 산하 자회사와 민간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도매가에 구매한다. 한전이 지급하는 전력 구입비는 국제 유가나, LNG·석탄 같은 발전에 쓰이는 연료 시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간에 전기를 판매할 때 매기는 전기요금은 정부 시책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한전은 지난해 1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뼈대로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발전용 연료 등 원자재 가격 변동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제도가 시행된 후에도 정부의 압력으로 요금 인상이 여러 차례 유보됐다. 결국 올해 들어 한전은 전기요금 본격 인상에 나섰다. 한전은 7월 1일 전기요금을 ㎾h당 5원 올렸다.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으로 계산하면 약 4.0%(1535원) 오른 셈이다. 앞선 2분기에도 한전은 ㎾h당 전기요금을 6.9원 인상했다. 올해 10월에도 4.9원 인상이 예고됐다.

“원전 가동률 회복해야”

다만 잇단 전기요금 인상에도 당장 한전의 경영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전의 1~4월 평균 전력 판매 단가는 ㎾h당 108.8원으로 평균 전력 구입 단가(㎾h당 152원)보다 낮다. 전력을 사고팔 때마다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을 소폭 인상하는 것보다 에너지원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곪았던 한전 문제가 이제 드러난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난 정부 들어 원전 가동률이 낮아지자 이를 대체하고자 LNG 발전 비중이 높아졌다. 원래도 (LNG 발전이) 원자력발전보다 전력 생산 비용이 비싼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LNG 가격이 올라 문제가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2~2016년 81.6%였던 원전 가동률이 문 전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71.5%로 떨어졌다. 과거 수준의 원전 가동률을 유지했다면 LNG 발전 비중을 높이지 않아도 됐다. 이를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의 손실은 11조 원으로 추산된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없애려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취소해야 한다. 또한 원전 가동률을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론 원자력발전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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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47호 (p16~18)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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