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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승계 하림, 공정위 48억 과징금 제재

4년 만에 처벌 확정… “공정위 제재 한계” “정부에 찍히면 안 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편법승계 하림, 공정위 48억 과징금 제재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동아DB]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동아DB]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목한 첫 번째 대기업 직권 조사 대상 기업은 하림그룹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외치며 대기업 총수 일가의 편법승계 등 사익 편취를 위한 부당한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하림그룹이 첫 대상으로 지목된 이유는 하림그룹 오너 2세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있어서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10월 27일 공정위는 하림그룹 계열사들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 올품을 부당 지원했다고 결론 내고, 과징금 48억 원을 부과했다.

지분 승계받고 매출 4배 상승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결국 지분 승계에서 비롯됐다. 하림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최대주주인 올품이 지주사인 하림지주를 지배하고 있다.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 구조. 하림지주는 김 회장이 지분 22.95%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지만, 올품(4.36%)과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인베스트먼트(20.25%) 지분을 합치면 준영 씨 지분이 24.61%로 더 많다.

공정위는 준영 씨가 하림지주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편법승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2012년 김 회장이 장남에게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준 덕분에 준영 씨가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를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동물용의약품과 사료첨가제 물량을 올품에 몰아주고, 올품은 높은 판매마진을 챙겼다. 팜스코 등 하림그룹 계열 농업회사법인의 올품 약품 사용 비중을 살펴보면 2012년 12.9%에서 2016년 26.1%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공정위는 주식 저가 매각도 불법 승계 일환으로 판단했다. 2011년 1월 하림그룹은 지주회사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구(舊)올품(양계·축산업체)의 NS쇼핑 주식(3.1%)이 ‘지주회사 행위제한규정(손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 위반에 해당하자 한국썸벧판매 측에 싼 가격에 팔았다. 당시 NS쇼핑 주가는 이에 비해 6.7~19.1배 높았다. 공정위는 이러한 편법들로 올품이 지원받은 금액이 약 70억 원에 달한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올품은 준영 씨가 한국썸밷판매 지분을 승계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분 증여 전인 2012년 말 한국썸벧판매 매출액은 861억 원이었지만 이듬해인 2013년에는 3464억 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그해 한국썸벧판매는 구올품을 흡수합병해 사명을 올품으로 바꿨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 하림그룹 측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의결서를 송달 받으면 검토 후 향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올품에 대한 부당 지원이 없었음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졌다”며 “아직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아보지 못해 대응 방안을 논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 “조심하자” 분위기 팽배

이번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대기업 편법 승계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정부에 찍히면 안 된다’는 인식 또한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2018년 하림그룹은 공정위 측에 조사에 참고한 실제 자료들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정상 가격 산정에 활용한 제3자 업체들의 거래 가격 등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2년 반 넘게 소송전이 이어졌다.

결국 4년 만에 과징금 부과 제재가 나오긴 했으나, 당초 대기업의 편법승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공정위 측 취지에 비해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기업들은 당국 행보에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다. 승계 과정에서 혹여나 책잡히는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승계나 상속 문제에 많은 공력을 들이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것들이 공정위 기조에 따라 혹여나 계열사 간 부당 이익 수취로 비치진 않을까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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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13호 (p16~1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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