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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선만으로도 제 몫 했다”

‘0선 중진’ 우려 씻은 ‘당대표’ 행보… 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준석, 당선만으로도 제 몫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홍중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홍중식 기자]

교통수단, 목적지 모두 달랐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6월 13일 국회로 출근해 주목받더니, 취임 첫 행보로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55인의 서해수호 희생 장병 묘역 앞에 섰다. 국민의힘 이준석(36) 대표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정당으로서 안보에 대한 언급은 많이 했지만, 보훈 문제나 여러 사건·사고 처리에 관해서는 적극적이지 못했던 면이 있다”고 반성했다. 이후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을 찾아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국립대전현충원 방문·당직공개채용으로 차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동아DB]

그간 보수정당 대표들은 임기 첫 일주일 두 가지 공통된 행보를 보여왔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이 하나다. 이 대표는 국립대전현충원과 호남을 선택했다. 이 같은 행보는 명분(국립현충원 방문)과 실리(호남 표심)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틀 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역대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 보수정당 대표들과 달리 보은 인사 논란도 없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2019년 3월 4일 당 사무총장과 전략기획 부총장 등 주요 당직에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전당대회 당시 황 대표를 지원한 의원들이 당직에 임명돼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보은 인사로 취임 첫 주 내부 비판을 받았다. 2017년 7월 10일 공개 회의석상에서 당시 이재만 최고위원은 “인사를 자기 식구 꽂아 넣기 식으로 하면 문재인 정부의 친문(친문재인) 코드 인사와 무엇이 다르냐”며 “내 의견에 최고위원들이 다 동의해 뜻을 같이했다. 내가 대표로 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보수정당 최초 호남 출신 당대표이던 그는 취임 당일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다음 날 당시 김재원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만나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곤 이틀 후 비서실장과 비서실 부실장 모두 친박계 인사로 임명했다.

이준석 대표는 대변인과 상근부대변인을 선발하는 ‘공개 경쟁 토론 배틀’을 쟁점화하며 보은 인사 논란을 피했다. 선발된 100명의 면접자를 이 대표가 직접 압박면접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선거 기간 보은형 엽관제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도 “당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당 인사체계를 경쟁선발체계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선거 기간 캠프 사무실·문자메시지 홍보·지원 차량이 없는 3무(無) 선거운동을 펼쳤다. 당대표 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된 김철근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 등 소수의 사람만이 선거 기간 이 대표를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시민의 반응은 뜨겁다. 6월 16일 국민의힘 사무처에 따르면 5월 12일부터 한 달간 시민 2만3000여 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다. 당비를 내야 하는 책임당원도 1만7400여 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설화 우려 있지만…”

5월 28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5월 28일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당내 분위기는 복잡하다.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되살아나면서 당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고 휩쓸려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원칙주의자 면모 때문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설화(舌禍)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이슈는 물론, 대선주자와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 당내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사람들의 관심도 그리로 이동할 것이다. 당대표 당선만으로도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대선주자가 정해질 때까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중진의원들은 ‘당대표 이준석’과 ‘0선 중진 이준석’은 다르다고 했다. 3선 조해진 의원은 “중도·반문(反文)진보·2030세대·호남 일부 민심을 우리 당으로 끌고 와줬다. 대선을 앞둔 비상 시기인 만큼 정국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없진 않다. 다선 중진의원들이 병풍 역할을 하며 커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대표 역시 중진들과 화합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선 박대출 의원은 “당대표직을 맡은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언행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오신환 전 의원 역시 “이 대표는 개별 정책, 이슈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지만 당 운용에 필요한 정무 영역에서는 별개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갈등 요소를 초기에 진화하려고 물밑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다양한 입장을 어떻게 조합할지 고민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체제’에 대한 1차 평가는 경선버스 출발 시간으로 예고한 8월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홍준표 의원 등이 대선주자로 언급된다. 누구도 불리하지 않게 공평한 룰을 만들겠다”면서 “당 밖에서 참여하는 분이라면 최소한 대선 6개월 전인 8월부터 당원들과 소통하며 결합해야 한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두고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이 대표는 6월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막판에 뿅 하고 나타난다고 당원이 지지해주지는 않는다”며 다시금 입당을 촉구했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 역시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서 “윤석열의 대선 시간표와 이준석의 대선 시간표는 다르지 않다”고 화답했다.

의외의 장소에서 복병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당 측에서 합당 조건으로 당명 변경을 내건 것. 안 대표는 6월 1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그것(당명 변경)을 포함해 모두 다 우려하는 부분들을 꺼내놓고 실무협의를 진행해 합의점을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명 변경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당명 변경은 당 위상을 일신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당원 가입이 폭증하고 이미지가 좋은 상황에서는 바꿀 이유가 없다”며 반대 견해를 내비쳤다.





주간동아 1294호 (p12~1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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