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4

..

코로나 수혜 기업의 비결 하나, 빠른 사업 전환

  • reporterImage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0-11-08 08: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전년 대비 올해 1분기 매출 18%, 영업이익 4.1% 증가 / 2분기 매출 23%, 영업이익 45% 증가 / 3분기 매출 18.8%, 영업이익 7.7% 증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이렇게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은 가구 판매기업 ‘지누스’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도 불린다.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 관련 소비가 급증하고 온라인 소비 채널 이동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지누스는 이 두 가지 트렌드 변화의 직접적 수혜 기업’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비결은 뭘까. 빠른 사업 전환이 우선 꼽힌다. 텐트를 만들던 회사가 사업을 빠르게 바꿔 침대 매트리스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에 빠른 사업 전환을 뜻하는 피보팅(pivoting)이 주목받게 됐다. 피봇(pivot)은 원래 ‘한 발을 축으로 해 회전하는 것’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경제용어가 됐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태에서 여객기 내부와 동체를 화물용으로 개조해 화물 수송을 늘림으로써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흑자를 올린 대한항공 사례도 피보팅에 해당한다.

    텐트 제조사에서 글로벌 매트리스 기업으로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불리는 글로벌 온라인 가구 판매 기업 지누스. [지누스 홈페이지]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불리는 글로벌 온라인 가구 판매 기업 지누스. [지누스 홈페이지]

    지누스는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사업 영역을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다. 지누스의 전신은 1979년 텐트 제조회사로 설립돼 2000년대 한때 전 세계 텐트시장 1위를 차지했던 진웅이다. 당시 진웅은 20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텐트시장의 35%에 가까운 점유율과 연매출 2000억 원을 올렸지만 경쟁 심화와 사업 다각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2005년 상장 폐지되는 위기를 겪었다. 

    그 후 지누스는 10여 년간 회사 정상화 과정을 거쳐 침대 매트리스 기업으로 사업을 전환해 변신의 계기를 마련했고, 2013년 미국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판매를 시작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텐트 제조사 시절 축적한 압축 포장 기술을 매트리스 배송 시스템에 적용한 것은 지누스만의 강점이 됐다. 보통 매트리스는 무겁고 부피가 크기 때문에 전문 배송기사가 집 안까지 운반해 설치해야 한다. 지누스는 1인 가구의 경우 가구 배송과 설치 과정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 착안해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한 뒤 일반 택배로 배송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상자에 넣는 매트리스’ 개념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배송된 매트리스는 포장을 풀면 원상태로 부풀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이나 장비도 필요 없다. 2017년부터는 제품 라인업을 종합가구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6804억 원, 영업이익은 6.5% 늘어난 865억 원이다. 매출의 90%가량이 미국시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내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매출 성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온라인 가구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누스가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빠른 사업 전환과 함께 온라인 중심의 사업모델도 성장을 이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행 정보 제공에서 역직구 서비스로 전환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트립. [크리에이트립]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트립. [크리에이트립]

    지누스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핵심 역량 피보팅의 성공 사례라면, 고객을 그대로 두고 사업 콘텐츠를 완전히 전환한 사례도 있다. 크리에이트립은 원래 한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이 한국 여행 정보를 얻던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월 최대 170만 명에 이르렀다. 

    여행객이 방문을 원하는 관광지의 예약 및 할인 서비스도 제공해 거래액이 월 7억 원, 누적 이용자가 30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이 축소되자 3월 한국 상품을 대신 구매해 발송해주는 ‘역직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4월부터 국내외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제품을 소개하는 ‘한국 역직구 방송’ 콘텐츠도 제작해 방송하고 있는데, 10월 대만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의 경우 매출이 5000만 원에 이르고, 영상은 5만 뷰 이상 시청 기록을 올렸다. 

    크리에이트립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피보팅을 기획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올해 말쯤 ‘직구’를 메인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쌓아온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2019년 여행을 오지 못하는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3차례 공동구매 이벤트를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 고객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을 분석했다”며 “고객 니즈가 단순한 방문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체험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피보팅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역직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화권 누적 구매 건수가 5000건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사들여 해외 고객에게 팔고 있는 제품은 500개가 넘는다. 신발이나 모자 등 패션 상품, 과자나 즉석식품 등 식품, 이불이나 유아용품 등 생활용품이 많이 팔리는 제품군이다. 대만의 경우 현지에 창고를 마련해 당일 출고 시스템까지 갖췄다. 크리에이트립은 11월 중으로 역직구 서비스를 공식 론칭하고 다른 나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코웨이에서 7월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출시한 정수기. [코웨이]

    코웨이에서 7월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출시한 정수기. [코웨이]

    코로나19 시기에는 세일즈 피보팅도 기업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품 품목을 새롭게 기획하거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사업 전환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방문판매를 주요 채널로 활용하던 코웨이는 7월 자사 홈페이지와 온라인 공식 판매처에서 구매 가능한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생에 관심이 높아지고, 대면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스스로 관리하기를 원하는 고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용 제품 ‘코웨이 나노직수 정수기 모노’는 물이 나오는 코크를 쉽게 분리해 고객 스스로 세척하는 자가 관리가 가능하며, 필터 교체 등을 위한 전문가의 방문 관리 서비스는 1년에 2번만 받으면 된다. 코웨이 관계자는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전월 대비 50% 이상 증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폭풍 랠리’ 비트코인, 10만 달러 돌파 눈앞에

    정용진 이마트, 4년 만에 최대 영업익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