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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차를 제압하는 팀, 리그 제압할까

사실 강팀이 강할 뿐, 1점 차 승률은 큰 의미 없어

1점 차를 제압하는 팀, 리그 제압할까

6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SK 최정이 9회 초 1사 솔로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동아DB]

6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SK 최정이 9회 초 1사 솔로홈런을 친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동아DB]

“성욕이야, 사랑이야?” 

관객 28만3323명(1.65UBD·UBD는 영화 ‘엄복동’의 최종 관객 수 17만 명을 측정 단위로 한 유행어로 1UBD=17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쳐 많은 분이 보지 못하셨을, 그러나 정말 잘 만든 영화 ‘미성년’에서 영주(염정아 분)는 바람을 피우다 걸린 남편 대원(김유석 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대원은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성욕이 곧 사랑이었을 테니까요. 

“운발이야, 실력이야?” 

6월 24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표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의 기록을 훑어볼 때면 저 혼자 이렇게 묻곤 합니다. 1점 차 승부에서 승률 0.947(18승 1패)을 기록하고 있다는 건 분명 행운과 실력이 뒤섞인 결과일 테니까요. 

지금까지 프로야구 역사상 어느 팀도 1점 차 승부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번 시즌 전까지 1점 차 승부에서 제일 강했던 팀은 프로야구 원년(1982)의 OB(현 두산) 베어스였습니다. OB는 그해 1점 차 승부에서 승률 0.778(21승 6패)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SK처럼 당시 OB도 리그 최강 전력으로 손꼽혔던 팀. OB는 그해 결국 한국시리즈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강팀이 되려면 1점 차 승부에 강해야 하는 걸까요?


“사과 하나를 훔치면 좀도둑이지만 왕국을훔치면 왕이 되거든.”
(영화 ‘알라딘’ 중에서)

성적은 최하위지만, 1점 차 승부에서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kt 위즈. [동아DB]

성적은 최하위지만, 1점 차 승부에서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kt 위즈. [동아DB]

kt 위즈는 1군 무대 2년 차였던 2016년 1점 차 승부에서 21승 12패(승률 0.636)로 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111경기에서 32승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것. 그 결과 종합 성적 53승 2무 89패(승률 0.373)로 꼴찌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17년에는 NC 다이노스가 24승 13패(0.649)로 1점 차 승부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 승률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가장 높았던 1점 차 승률입니다. 그해 NC는 79승 3무 62패(0.560)로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kt보다 사정이 낫지만 강팀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애매한 성적입니다. 그러니까 프로야구에서는 1점 차 승부에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강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강팀은 1점 차 승부에 강합니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37년 역사 동안 시즌별 1점 차 승부 승률 1위를 차지한 팀이 제일 많이(12번) 기록한 정규리그 순위는 1위였고, 2위가 9번으로 그다음이었습니다. 순위별 성적을 살펴봐도 최근 10년(2009~2018) 동안 정규리그 1위 팀은 1점 차 승부에서도 승률 0.557로 제일 좋은 기록을 남겼고, 2위 팀이 0.550으로 역시 2위였습니다. 

이렇게 ‘A면 B가 아닌데 B면 A’인 현상이 빚어지는 건 강팀은 원래 많이 이기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많이 이기는 팀이니까 1점 차 경기에서도 많이 이기는 겁니다. 상·하위권으로 팀을 나눠봐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10년 동안 정규리그를 1~5위로 마친 팀이 1점 차 경기에서 기록한 승패를 모두 더하면 승률 0.527(896승 805패)이 나옵니다. 6~10위 팀은 0.467(651승 742패)이 전부입니다. 2016년 kt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팀은 ‘1점 차 승부에서도’ 약합니다. 

그러니 1점 차 승부가 유독 여타 경기와 다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정말 그럴까요?


“너무나 눈부시게 평범해서 우리에게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영혼의 여정(Ciel)’ 중에서)

퀴즈 하나. 10년 동안 프로야구는 총 6160경기를 소화했습니다. 제일 자주 나온 점수 차는 몇 점이었을까요? 정답은 1점 차(1547번)입니다. 프로야구 네 경기 가운데 한 경기(25.1%)는 1점 차이로 끝이 났습니다. 1점 차 승부는 뭔가 희소성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일 평범한 승부인 겁니다. 퀴즈 하나 더. 10년 동안 한 팀이 제일 자주 올린 점수는 몇 점이었을까요? 정답은 4점(12.7%)입니다. 그다음은 3점(12.0%)이었습니다. 

마지막 퀴즈. 그러면 10년 동안 제일 많이 나온 최종 점수는 몇 대 몇이었을까요? 맞습니다. 4-3(4.9%)입니다. 4점과 1점 차이가 나는 점수가 3점만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5-4(4.0%)가 두 번째로 많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1점 차 승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1점 차 승부에 ‘짜릿하다’는 표현이 따라붙는 건 ‘오버’일까요? 아닙니다. ‘승률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연도별로 팀을 구분하면 10년 동안 총 90개 팀이 프로야구 무대에서 승부를 겨뤘습니다. 이 중 상위 20%에 속하는 18개 팀의 경기 결과를 모두 더하면 승률 0.612(1472승 934패)가 나옵니다. 하위 18개 팀은 0.392(937승 1454패). 두 그룹 사이 승률은 0.220 차이가 납니다. 

이 상위 20%가 1점 차 승부에서 기록한 승률은 0.551(321승 262패)입니다. 하위 20%는 같은 상황에서 승률 0.473(284승 317)을 기록합니다. 승률 차이가 0.078로 줄어드는 겁니다. 

이러면 당연히 승부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승률 예측 방식(로그5)에 따르면 전체 승률을 기준으로 상위 20%가 하위 20%를 물리칠 확률은 71%이지만 1점 차 승률 기준으로는 57.8%입니다. 


1점 차를 제압하는 팀, 리그 제압할까
재미있는 건 이렇게 성적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1점 차 승부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 90개 팀을 승률 순서로 20%(18개 팀)씩 A~E 5개 그룹으로 나누면 점수 차가 커질수록 승률 차이도 벌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표 참조). 결국 큰 점수 차이로 자주 이기는 팀이 강팀인 겁니다. 

하지만 ‘저 팀은 1점 차 승부에 강하다’는 말이 ‘저 팀은 5점 차 이상 승부에 강하다’는 표현보다 확실히 더 ‘섹시’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1점 차 승부에는 눈을 떼지 못해도 양팀 점수가 5점 차 이상 벌어지면 TV 채널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모든 일에는 운명이 따르는 거라고생각해요.”
(영화 ‘세렌디피티’ 중에서)

SK 와이번스가 1점 차 승부에서 고배를 마셨다면 두산 베어스가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동아DB]

SK 와이번스가 1점 차 승부에서 고배를 마셨다면 두산 베어스가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동아DB]

빌 제임스는 1점 차 경기 기대 승률 공식도 만들었습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올해 SK는 1점 차 승부에서 승률 0.551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무시하기 힘든 승률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승률 최상위 20%가 1점 차 승부에서 기록한 승률(0.550) 수준이니까요. 여기까지는 실력입니다. 

SK의 1점 차 승부에서 실제 승률은 0.947입니다. 그렇다면 0.397(=0.947-0.550)이 ‘운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전체 승률(0.387)보다 높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만약 SK가 실력대로 1점 차 승부를 마쳤다면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겠지만 이 운발 덕분에 실제로는 2위 두산에 4경기 앞서 1위 독주체제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야구에서 이 정도 행운이 계속 이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그래서 SK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1점 차 승부에서 절대강자 면모를 자랑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SK가 남은 시즌 1점 차 승부에서 승률 0.375(3승 5패)만 기록해도 1982년 OB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는 행운이 이미 결과물을 만들었다면 그 누구도 이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 역시 운발이 쌓이면 결국 실력이 되기 마련입니다.






주간동아 2019.06.28 1195호 (p60~62)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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