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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싼 맛에 산 해외직구, AS는 포기?

다이슨, 샤오미는 불가  …   LG · 삼성은 서비스 차원에서 유상 수리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싼 맛에 산 해외직구, AS는 포기?

다이슨 제품은 한국 판매가와 해외 판매가가 20만 원가량 차이 나 해외직구하는 소비자가 적잖다. 사진은 다이슨의 최신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 [shutterstock]

다이슨 제품은 한국 판매가와 해외 판매가가 20만 원가량 차이 나 해외직구하는 소비자가 적잖다. 사진은 다이슨의 최신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 [shutterstock]

무선청소기는 집 안 청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주부들은 유선청소기의 긴 코드를 콘센트에 꽂은 채 방방마다 본체를 끌고 다니며 힘겹게 청소해야 했던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자 열광했다. 그 선봉에 섰던 제품이 영국 다이슨 무선청소기다. 

다이슨은 2011년 청소기 모터를 손잡이 쪽에 놓은 형태의 무선청소기 ‘V2’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해 2019년 현재 ‘V11’을 판매하고 있다. 10여 분에 불과하던 연속구동시간은 V11에 이르러 60분까지 늘어났다.


20만 원 아껴 산 V8, 한국선 수리 못 해

2년 전 해외직구한 다이슨 무선청소기 ‘V8 앱솔루트’는 여기저기 흠집이 났다. 급기야 먼지통 뚜껑 접합 부위(걸쇠)가 깨져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가 그대로 빠져 나온다. [정혜연 기자]

2년 전 해외직구한 다이슨 무선청소기 ‘V8 앱솔루트’는 여기저기 흠집이 났다. 급기야 먼지통 뚜껑 접합 부위(걸쇠)가 깨져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가 그대로 빠져 나온다. [정혜연 기자]

제품은 훌륭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다이슨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의 경우 영국 현지에서는 80만 원대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11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2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자는 2017년 초 입소문이 자자하던 ‘V8 앱솔루트’를 독일 직구로 배송비 포함 88만 원에 구매했다. 당시 백화점 판매가는 100만 원이 넘었다. 몇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해외직구를 선택한 것이 화근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V8의 성능은 듣던 대로였고, 유선청소기에서 해방된 즐거움에 매일 알뜰하게 사용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니 V8 군데군데에 흠집이 갔고, 여기저기 깨진 곳도 생겼다. 급기야 최근에는 먼지를 모아두는 통의 뚜껑 접합 부위(걸쇠)가 깨져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고 덜렁거리기에 이르렀다.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왼손으로 뚜껑을 잡은 채 청소하고 있다. 

해외직구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불문율이기에 다이슨 공식 AS센터에 문의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터넷에서 다이슨 무선청소기 AS 후기를 봤던 터라 어렵지 않게 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먼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서울 용산전자상가 인근의 사설 수리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대부분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곳이었고 먼지통의 뚜껑 걸쇠를 수리해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온라인 검색 결과 또 다른 다이슨 수리업체로 대우전자서비스센터가 있었다. 이곳은 다이슨뿐 아니라 일렉트로룩스, 테팔, 애플 등 다양한 해외 제품을 취급했다. 서울 강남센터로 찾아가자 직원은 대뜸 “해외직구 상품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그는 “수리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다이슨코리아와 제휴를 맺은 공식 서비스센터였던 것. 다이슨은 현재 대우전자서비스센터와 유베이스를 통해 AS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은 “수리 접수와 부품 발주는 다이슨코리아에서 진행하고, 우리는 접수받은 대로 처리만 해준다. 일단 접수부터 해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알려주겠지만 해외직구 상품은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응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도 안 돼   …   애플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먼지통의 뚜껑 걸쇠 부품만 주문하면 집에서도 끼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다이슨코리아 측에 문의했다. 친절히 응대하던 접수원은 ‘해외직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그때부터 “죄송합니다만…”을 연발했다. 그러면서 “구매하신 곳으로 문의하길 바란다”고 방법을 알려줬다. “독일어도 모르는데 독일 판매처에 문의할 수 없지 않느냐. 부품만 주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해도 “회사 정책상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회사 정책이 무엇인지 되묻자 그는 “해외직구 상품은 해당 판매 국가의 전압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국 정식 판매 제품과 설계나 부품이 달라 AS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상의 이유로 아예 접수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테이프를 붙여서 사용하고 도저히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AS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싸게 사는 맛에 가전제품의 해외직구는 계속 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휴대전화,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선풍기 등 ‘가성비’ 좋은 전자제품의 해외직구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샤오미의 AS 상황을 알아보고자 판매처에 문의했다. 다이슨과 마찬가지로 샤오미 측은 “원칙적으로 해외직구 상품은 AS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정식 수입업체를 통해 판매된 제품만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짧게 답했다. 

반면 애플은 조금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컴퓨터의 경우 어떤 나라에서 구매한 어떤 기종인지에 따라 AS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 예를 들어 호주에서 산 아이폰은 국내 AS가 되지만, 일본에서 산 아이폰은 불가능하다. 

애플의 공식 AS센터에 문의하자 직원은 “전자기기는 판매 국가별로 적용 법령이 다르고 그것에 따라 사용 부품의 종류도 달라진다. 특히 스마트폰은 국가별 규제가 다양해 더욱 그렇다. 해외직구한 애플 제품은 AS센터에서 일련번호를 입력해봐야 한국에서의 수리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해외직구하기 전 미리 일련번호를 파악한 뒤 AS센터에 문의해 한국에서 수리 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국내산 전자제품도 해외직구를 하는 경우가 적잖다. 매년 11월 말 진행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가 반값에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직구족들은 배송이 오래 걸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대형 전자제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AS 가능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해외직구 제품 유상수리, 판매회사 재량

2~3년 전부터 다이슨의 여러 제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AS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다이슨 매장 내부 모습. [shutterstock]

2~3년 전부터 다이슨의 여러 제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AS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다이슨 매장 내부 모습. [shutterstock]

LG전자와 삼성전자 측 모두 동일한 답변을 내놓았다. 제품번호만 알면 해외직구한 제품이라도 대부분 국내에서 유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LG전자서비스센터 직원은 “TV의 경우 제품 뒷면에 적힌 일련번호와 함께 파손 부위 및 상태를 얘기해주면 수리기사의 출장 여부와 AS 비용 상담까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 역시 “휴대전화, 청소기, 노트북컴퓨터 등 이동 가능한 전자기기의 경우 센터에서 수리 받을 수 있다. 또 TV 같은 대형 가전제품은 수리기사가 방문해 제품 상태를 확인한 후 부품이 있는 경우 수리해준다. 부품이 없으면 현장에서 수리가 어려울 수 있고, 추후 부품 주문 후 재방문해 처리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국내 전자제품 회사가 해외직구 제품을 AS 해주는 것은 ‘서비스 차원’에서다. 삼성전자 홍보팀 서비스 부문 담당자는 “고객이 해외에서 산 제품까지 국내에서 AS를 의무적으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회사 내부 방침에 따라 고객 편의 차원에서 해외직구 제품도 AS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AS는 순전히 판매회사의 재량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포함해 글로벌 전자제품 회사는 대부분 월드 워런티(World Warranty·전 세계 보증)를 제공한다. 이 경우 보증 기간이 끝나도 유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다. 요즘같이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노마드족(Nomad)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품을 구매한 나라에서만 AS를 해주는 정책을 고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이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애증은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 다이슨의 각종 전자제품이 큰 인기를 끄는 데 비해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제품은 프리미엄, AS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해외직구 제품이라도 소비자 편의를 위해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해외직구 제품이라도 소비자 편의를 위해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말 다이슨의 ‘V10 앱솔루트’ 무선청소기를 해외직구로 구매한 박모 씨는 “요즘은 국내 전자제품 회사에서도 무선청소기가 잘 나오긴 해도 다이슨은 ‘프리미엄 전자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AS만큼은 프리미엄 수준이 아니다. 최근 다이슨의 AS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정식 수입 판매 제품에 대한 AS마저 시원찮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고심 끝에 해외직구로 구매했는데 고장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쓰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이슨 측이 해외직구 제품에 대해 AS를 실시하지 않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이슨코리아 홍보팀 직원은 “국내에는 다이슨코리아뿐 아니라 다수의 정식 수입사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AS는 그쪽에서 판매한 제품을 우선으로 해 진행한다. 해외직구 제품까지 수리할 경우 오히려 정식 수입사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부품만 유상으로 판매하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어 진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에게는 정식 수입사를 통한 구매를 권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프랑스 전자제품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설계나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AS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기술적으로 수리를 못 할 부분은 없다. 업체마다 AS 정책이 다른 것은 해외직구 제품까지 수리해줘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직구 제품의 AS 불가 정책이 마케팅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B씨는 “어떤 기업에서 해외에 지사를 낼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나가 팔려면 해당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인데,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해당 국가에서 쓰는 광고비와 2년 무상 수리 비용 등도 제품 가격에 일부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정식 수입 제품은 그만큼 워런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즉 기업은 해외지사 운영을 위해서라도 해외직구 제품과 차이를 둬 정식 수입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9.05.10 1188호 (p24~27)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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