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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공기를 마실 수만 있다면!

산소캡슐방·방독면·목걸이 공기청정기까지… 역대 최악 미세먼지에 관련 아이템 각광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3-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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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소캡슐방 ‘솜누스’는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산소캡슐 내부에는 공기청정 시스템과 함께 산소발생기가 설치돼 1~2시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상윤]

    산소캡슐방 ‘솜누스’는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자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산소캡슐 내부에는 공기청정 시스템과 함께 산소발생기가 설치돼 1~2시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상윤]

    3월 초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지척에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세계 여러 나라 도시의 공기 질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 ‘에어비주얼’에서 공기 질 최악의 도시로 서울과 인천이 나란히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틀 정도 지나면 걷힐 것 같던 최악의 미세먼지는 3월 3일부터 근 일주일 동안 계속됐다. 시민들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을 자제했다. 외출할 땐 차단율 KF90 이상인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겨우 안심이 될 정도였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24시간 작동시켜야 했고, 시간단위로 공기 질을 확인하면서 잠깐 수치가 떨어질 때 짧게 환기해야 했다. 

    개개인이 미세먼지에 대응했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이가 적잖았다. 워킹맘 이혜미(39) 씨는 “출근할 때 마스크를 껴도 목이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이 정도인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집에서는 공기청정기 4대를 거실과 각 방에서 돌리지만 답답하기만 하다. 환기를 못 하니까 실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지는 것 같다. 산소발생기가 있다고 하는데 추가로 구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씨처럼 맑은 공기를 갈구하는 이들을 위한 각종 미세먼지 관련 아이템이 조명받고 있다. 산소발생기를 부착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한 산소캡슐방, 맑은 공기를 캔에 담은 산소캔, 독성 가스를 걸러주는 방독면, 목걸이 형태의 휴대용 초소형 공기청정기 등이다. 각 아이템별로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산소캡슐방 방문객 급증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산소캡슐방 ‘솜누스’ 내부. [이상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산소캡슐방 ‘솜누스’ 내부. [이상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산소캡슐방 ‘솜누스’는 지난해 초 안락한 수면을 위해 문을 연 힐링 카페다. 오픈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다 최근 미세먼지가 극심해지자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는 성인 한 명이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캡슐 형태의 부스가 두 대씩 위아래로 설치돼 있다. 남성과 여성이 따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역은 분리돼 있고, 각 구역에 총 16대 정도 마련돼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드를 대면 문이 열리고, 내부에 카드를 꽂으면 문이 닫히면서 잠금장치가 작동한다. 이용자가 캡슐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에서 문을 열 수 없는 구조다. 비상시를 대비해 관리자만 마스터키로 문을 열 수 있다. 캡슐은 ABS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직원 설명에 의하면 불이 잘 붙지 않는 난연 소재로 소방법도 통과했다고 한다. 



    캡슐 내부로 각각 산소발생기가 연결돼 있다. 1~2시간 수면을 취하는 동안 외부에 부착된 산소발생기를 통해 캡슐 안으로 맑은 산소가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내부에 설치된 자그마한 선반 위에 책을 놓고 독서를 해도 되고, 은은한 수면 유도등을 켠 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수면을 취해도 된다. 이용 시간이 끝나갈 때쯤 이용자가 편하게 잠에서 깰 수 있도록 푸른색 조명이 켜진다. 

    산소캡슐방의 강점은 맑은 산소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배준석 대표는 “보통 대기 중 산소 포화도는 19~20%이다. 지하철 안이나 사람이 밀집한 공간의 산소 포화도는 17~18%인데 설악산이나 동해안 등 자연 속에서는 22%가량 나온다. 반면 산소캡슐 내부 산소 포화도는 25% 정도로 높은 편이다. 잠을 자는 동안 혈액 속으로 산소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30~40명이 산소캡슐방을 찾는다고 한다. 오픈 초창기에는 데이트를 하려는 20대 커플이 많았지만 차츰 연령대와 직업군이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배 대표는 “미세먼지가 유독 심한 겨울과 봄철에는 직장인 혹은 어르신 등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숙면을 취하려고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해가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산소캡슐만 따로 설치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솜누스는 산소캡슐방을 운영하는 것과 동시에 산소캡슐을 중국으로부터 주문해 조립, 판매하고 있다. 이미 관공서와 대기업,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산소캡슐을 설치하기도 했다. 

    배 대표는 “캡슐 하나당 360만 원 정도다. 기존에는 야간근로자들을 위해 여러 대 구매해 회사 내부에 설치하는 업체가 많았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를 피하려는 이들을 위한 설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찾아와 미세먼지에 지친 고객을 위해 백화점 내부에 설치하는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소캔 수요도 크게 늘었다. 산소캔은 응급 구호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 산악지대 등반가 등이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겨울철과 봄철에 ‘청정 숲속 맑은 산소’를 담았다며 여러 업체가 다양한 산소캔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산소캔을 검색하면 판매 업체만 3000여 곳이 올라올 정도다. 

    지리산 맑은 공기를 담았다는 산소캔 ‘지리에어’. [지리에어 홈페이지 캡처]

    지리산 맑은 공기를 담았다는 산소캔 ‘지리에어’. [지리에어 홈페이지 캡처]

    특히 산소캔 ‘지리에어’는 100% 지리산 천연공기를 압축해 넣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리산 출입통제구역의 자연 공기는 일반 도시 공원에 비해 피톤치드는 최대 10배, 음이온은 최대 30배까지 높다고. 지리에어의 함유 성분을 보면 산소 21%, 질소 79%, 기타 비활성기체라고 표기돼 있다. 가격은 판매처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8000~1만3000원가량이다. 

    실제 판매량도 두드러지게 뛰었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산소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9%, 전주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캔을 판매하는 업체의 주가도 덩달아 뛰는 실정이다. 인체공학적 설계로 편안한 산소 흡입이 가능한 산소캔과 전용 스프레이 캡을 개발하는 ‘대륙제관’은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수치를 기록한 3월 5일 장중 한때 6000원을 육박하기도 했다. 전날 종가는 5590원이었다.

    독가스용 방독면, 일매출 5배 뛰어

    방독/방진 마스크 구매 후기 가운데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사용하는 이의 후기가 최근 3개월 사이 급증했다(왼쪽). 미세먼지용, 황사용 마스크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방독/방진 마스크를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한 업체는 일평균 매출이 5배가량 뛰었다고 밝혔다. [유진세이프티 프리미엄몰 홈페이지 캡처, 3M 홈페이지 캡처]

    방독/방진 마스크 구매 후기 가운데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사용하는 이의 후기가 최근 3개월 사이 급증했다(왼쪽). 미세먼지용, 황사용 마스크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방독/방진 마스크를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한 업체는 일평균 매출이 5배가량 뛰었다고 밝혔다. [유진세이프티 프리미엄몰 홈페이지 캡처, 3M 홈페이지 캡처]

    군대 화생방 훈련 때나 쓸 법한 방독면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산업현장의 독가스나 염산, 황산 등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방독면을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에는 3월 들어 후기가 눈에 띄게 늘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사람들 눈길 따윈 두렵지 않다’ ‘미세먼지는 명백한 생화학테러이니 방독면은 이제 필수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선택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등 후기가 흡사 전쟁을 앞둔 이의 각오를 떠올리게 한다. 

    방독면의 종류는 4~5개인데 대체로 주변의 시선을 그나마 덜 받을 수 있는, 코와 입만 막는 반면형을 선호한다. 여기에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방독/방진 정화통과 필터를 따로 사 부착해 쓰는 형태다. 가격은 방독면이 1만5000~2만5000원이고, 정화통과 필터가 5000~3만 원가량이다. 일반 미세먼지 마스크는 일회용 혹은 3~4회 다회용이지만 방독면은 정화통과 필터를 교체하면 미세먼지용으로는 한 달까지도 재사용할 수 있다. 

    판매량은 어느 정도 늘었을까. 3M 방독면을 판매하는 ‘유진세이프티 프리미엄몰’의 김모 대표는 “평소에는 매출이 하루 평균 70만 원가량 발생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심했던 

    3월 3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일평균 매출이 400만 원까지 뛰었다. 이후 꽃샘추위가 불어닥치면서 미세먼지가 수그러들자 방독면 주문량은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산소캔·목걸이 공기청정기에 갸웃

    목에 거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등장했다. 음이온을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흡착하면서 밀어내 반경 1m 이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준다고 광고한다. [각 판매처 홈페이지 캡처]

    목에 거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도 등장했다. 음이온을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흡착하면서 밀어내 반경 1m 이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준다고 광고한다. [각 판매처 홈페이지 캡처]

    기존 방독면 구매자는 페인트 작업을 하거나 농약을 뿌리는 등 특수 목적으로 사서 쓴 다음 후기를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봄철 미세먼지 방지용으로도 조금씩 판매되다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매출이 신장했다고. 해가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져 방독면 매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방독면은 미세먼지 방지용으로 사용하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매출이 늘어 좋기는 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은 현상은 아니다. 사실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방독면까지 쓸 필요는 없다. 미세먼지 마스크로도 충분한데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목에 거는 초소형 목걸이 공기청정기도 관심을 받고 있다. MP3 플레이어처럼 생긴 목걸이 공기청정기는 음이온을 초당 200만 개 방출해 방사구로부터 반경 1m 이내 초미세먼지, 진드기, 박테리아, 바이러스, 담배연기 등을 흡착하면서 밀어내 ‘클린존’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지하철이나 실내 공공장소에서 목걸이 공기청정기를 하고 있으면 이로부터 1m 이내 클린존이 생성돼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은 5만~20만 원대로 천차만별이다. 

    공기청정의 원리가 바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의외로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갖는 이가 적잖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는 ‘고민하다 목걸이 공기청정기를 샀는데 괜찮은 것 같다. 아이 목에 걸어줬더니 기침이 덜하고, 코와 목이 덜 아프다고 한다. 미세먼지 계측기로는 수치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이에게 미세먼지 마스크와 목걸이 공기청정기를 함께 착용시켜주니 한결 안심이 된다’는 내용의 후기가 올라와 있다. 

    이에 다른 회원들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실외에서는 효과가 덜하겠으나 아이들이 교실에서 실내 활동을 할 때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해외에서는 대중적이라 직구로 구입할 생각’ 등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이처럼 미세먼지 방지용 아이템이 쏟아지고 있지만 방독면을 제외하고는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환경부 한 서기관은 “산소캡슐방이나 산소캔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한다. 또 음이온을 발생시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목걸이 공기청정기가 실험실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해도 외부 환경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라돈침대가 문제가 됐던 것도 관련 업체가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것만 부각하고 그 음이온이 라돈의 붕괴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내부사정을 알 길이 없는 소비자는 광고에 현혹돼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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