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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예산 삭감, 동대문은 제로 서초는 126억

민주당 우위 구의회 민주당 구청장엔 ‘선심’, 한국당 구청장엔 인색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박동우 인턴기자·국민대 경제학과 4학년

예산 삭감, 동대문은 제로 서초는 126억

[뉴스1]

[뉴스1]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동대문구의회는 5724억 원 규모의 동대문구청 예산안을 동대문구가 제출한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기초자치단체 예산안이 구청이 요청한 대로 삭감 없이 통과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 구의회 내부에서 ‘도농상생 공공급식센터’ 사업예산(1억2140만 원)을 놓고 갈등이 있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센터는 농촌에서 수확한 친환경 식자재를 직거래로 조달할 수 있게 한 시설로, 서울시 산하 각 구청에 설치된다. 동대문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9명 위원 중 한국당 소속 5명은 “구 조례를 마련한 뒤 관련 예산을 편성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지만, 동대문구청은 “서울시 조례가 이미 시행 중이므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동대문구의회는 본회의에서 이 사업예산을 구청안대로 통과시켰다. 동대문구의회 의원은 총 18명으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의원이 과반인 10명.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예산 삭감, 동대문은 제로 서초는 126억
지난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 기초단체장과 구의회 의석을 싹쓸이한 뒤 기초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주요 자치구 본회의에서 가결된 올해 예산안을 살펴보면 구청 원안에서 사업비를 감액한 수준이 예년 대비 미미한 편이었다(표 참조). 이런 경향은 구청장과 구의회 다수가 ‘민주당 사람’으로 채워진 경우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상임위 부결 안건도 본회의 상정 후 ‘통과’

서울 용산구의 올해 예산은 4468억 원으로, 지난해(3854억 원)보다 15.9%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2009~2018) 평균 증가율 3.41%보다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구청이 제출한 원안에서 삭감된 사업비는 2억 원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평균 삭감액 15억 원과도 차이가 크다. 은평구의 올해 예산은 7430억 원으로 지난해(6590억 원)보다 12.8%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증가율(9.4%)과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그러나 올해 예산 삭감액은 11억 원으로, 최근 10년 평균 삭감액 18억 원 대비 6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당 소속 양기열 은평구의회 의원은 지난해 말 예산 심의 당시 은평구청의 신설 부서 ‘정책연구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양 의원은 “중앙정부나 서울시가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주제들을 굳이 구청에서 따로 돈을 들여 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의 여지가 있다. 이름만 정책연구단일 뿐, 구청장 산하 정무직 비서관이 자신을 보좌하는 인력을 따로 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정책연구단 인건비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했으나,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의 반대로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은평구의회 19석 가운데 민주당은 15석, 한국당은 4석이다. 양 의원은 “사업비 삭감을 주장하면 여당 의원들로부터 ‘구청장더러 일하지 말라는 얘기냐’라는 핀잔을 듣는다”고 전했다. 



표 대결을 노리고 구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을 다수당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중구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어르신 공로수당 지원 조례안을 찬성 5표, 기권 4표로 가결했다. 중구의회 9명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5명, 한국당 소속은 4명으로 민주당 전원은 찬성을, 한국당 전원은 기권을 했다.


지역에 뿌리 둔 정당 육성해야

어르신 공로수당은 중구의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기초연금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1만2800명에게 매달 10만 원씩 수당을 더 지급하는 것. 중구청에 따르면 연간 156억 원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중구청 전체 예산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르신 공로수당 지원 조례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상임위원회(복지건설위원회)에서 찬성 2, 반대 2로 부결됐다. 찬성은 민주당, 반대는 한국당 의원들로부터 각각 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향후 주민 고령화에 따라 예산 폭증의 우려가 있고 보건복지부와 협의도 안 된 상황”이라며 상임위원회에서 부결을 이끌어냈지만, 중구의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본회의에 이 안건을 직권 상정해 통과시켰다. 

반면 서울 서초구는 85개 사업에서 126억 원이 삭감돼 서울 주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예산안 참패’를 보였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삭감액(84억 원)의 1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잘 알려졌다시피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유일한 한국당 소속. 서초구의회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7석, 바른미래당이 1석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 소속 박지남 서초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은 “예산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항목 혹은 설계비에 대해 10% 또는 20%씩 일괄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당 소속 오세철 서초구의회 의원은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날 본회의장에서 “가로등 시설물, 아스팔트 포장 등은 정비가 필요할 때마다 계약하기 어려워 연간 단가 계약을 맺는데, 그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관련 예산까지 일괄 삭감했다”며 “기초적인 회계 원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구청장과 구의원들의 당적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의 ‘살림살이’가 좌우되는 것을 막으려면 주민의 삶과 밀착된 ‘생활 정치’를 펼 수 있도록 각 지역에 뿌리를 둔 정당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지역 정당(local party)을 포함해 정당 여러 개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기초단체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9.01.11 1172호 (p64~6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박동우 인턴기자·국민대 경제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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