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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온라인 커뮤니티 상업화 논란

공유? 알고 보니 소유! 기업이 된 ‘중고나라’

1400만 회원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큐딜리온’…기업가치 300억 원

공유? 알고 보니 소유! 기업이 된 ‘중고나라’

공유? 알고 보니 소유! 기업이 된 ‘중고나라’

인터넷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 운영진은 지난해 초 합의 하에 운영회사 ‘큐딜리온’을 설립했다. 홍중식 기자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도 모이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장터나 시장이 이를 증명하는 단적인 예였으나 지금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렇다. 관심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거나 인맥을 확장하고자 불특정 다수가 삼삼오오 모여 만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자 혹은 가입자 수가 늘어나 거대 공동체가 된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수많은 물품 판매업자 혹은 광고기획자가 이들 공동체를 상대로 영업을 하려 들기 때문. 이들은 커뮤니티 운영자를 포섭해 상업화 방안을 제시하고, 운영자는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상업화 과정을 밟아 이윤을 추구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순수한 목적으로 커뮤니티에 모여들었던 이용자들은 크나큰 배신감, 상실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커뮤니티의 본질은 비영리?

2000년대 이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이트가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으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99년 설립됐다 사라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이다. 당시 프리챌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양대산맥을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가입자 1000만 명을 끌어 모았다. 대학생, 동호인, 회사원 등 오프라인 소규모 공동체들은 프리챌에 둥지를 틀고 사진과 글을 공유하며 교감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프리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02년 프리챌 운영자들이 일방적으로 커뮤니티 이용 유료화와 아바타 서비스 유료화 정책을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프리챌 운영자들은 이용자들이 애정을 갖고 쌓아온 자료들을 버려둔 채 쉽사리 이동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유료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다음’ ‘드림위즈’ 등 무료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사이트가 많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돈을 내는 대신 이탈을 선택했다. 이후 경영난에 허덕이던 프리챌은 결국 2011년 파산신청, 2013년 메인서비스 종료로 막을 내렸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2005년 개설된 국내 최대 휴대전화 정보공유 커뮤니티 ‘뽐뿌’(펌프질하는 것처럼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욕구를 빗댄 말)는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사이트 운영자가 공개적으로 상업화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가 반감을 드러냈음에도 운영자가 상업화를 추진한 탓에 많은 이가 등을 돌렸다. 현재 운영은 되고 있으나 과거 같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07년 개설된 지식정보 공유 사이트 ‘엔하위키’도 내홍을 겪었다. 엔하위키는 이용자들이 각자 관심을 가지고 축적한 지식정보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문서로 올리는 충성도 높은 공간이었는데, 올해 4월 운영자가 영리화를 선포하자 큰 반발이 일었다. 운영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보를 보였고, 현재는 이용자 수가 급감한 탓에 커뮤니티의 본질을 잃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중고나라’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3년 12월 누구나 중고물품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개설된 중고나라는 11월 현재 가입자 1406만여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다. 몇천 원짜리 저가 의류, 생필품에서부터 몇천만 원짜리 전자기기, 자동차 등 대한민국의 웬만한 중고물품은 이곳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나라 공지에 따르면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판매물품 건수는 10만~15만 건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연간 거래금액은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태프들이 무료봉사하는 중고나라

공유? 알고 보니 소유! 기업이 된 ‘중고나라’

인터넷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 상표권은 2011년 ‘(주)네스케’가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했고, 올해 10월 모든 권한을 ‘큐딜리온’ 측에 넘겼다.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캡처

11월 중순 이러한 파급력을 가진 중고나라가 증권사와 에인절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중고나라 운영진이 서비스 질 개선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위해 외부 전문가와 손잡고 지난해 초 설립한 회사 ‘큐딜리온’이 4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 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카페 사이트 하단에 사업자정보를 올려놓은, 공식적으로 카페 운영에 관여하는 법인회사다. 투자 사실을 확인하고자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 관계자에게 문의하자 “관련 부서에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협약 내용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 투자에 따른 세부 합의를 논의 중이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은 큐딜리온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해 40억 원 투자를 결정했을까. 한 벤처캐피털 업체 관계자는 “보도된 바와 같이 큐딜리온의 기업가치는 200억 원대로 평가된다.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 운영사이고 1400만 명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향후 중고시장이 더욱 확대되리라 전망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를 확정한 곳 외 투자를 고려하는 벤처캐피털의 잠정 투자액까지 합산하면 큐딜리온의 기업가치는 300억 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장 여기서 드는 의문은 2003년 카페 개설 당시 ‘비영리 인터넷 중고물품 장터’의 성격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가 어떻게 벤처기업 소유가 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는 “중고나라 운영진은 영리목적 없이 순수하게 카페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중고나라 규모가 커지고 사기 피해, 업자 난립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운영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사회적으로도 중고나라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제점 개선을 위해 운영진과 협의 하에 큐딜리온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고나라는 각종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제목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사기 피해, 실소를 자아내는 판매물품 등 몇 년간 문제가 됐던 사례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물건을 샀더니 벽돌이 배송됐다’거나 ‘파손된 물건이 도착해 따졌더니 배 째라는 식’ 등등 어처구니없는 사기 피해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고나라 운영진이 사기 판매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아이디를 강제 탈퇴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제하기가 어렵다.
이승우 대표는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며 “중고나라에 100여 명의 스태프(네이버 카페에서 운영자를 칭하는 용어)가 사기 판매자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무료봉사 성격으로 일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불만사항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또 사기 판매가 이뤄진 후 관련자를 카페에서 쫓아내는 조치만으로 안전한 중고거래 시스템이 마련될 수도 없다. 따라서 큐딜리온에서 중고나라 공식 모바일 앱으로 검증 절차를 강화해 회원 불편사항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큐딜리온에서 만든 중고나라 공식 앱은 지난해 7월 시험 버전으로 출시했다. 아직까지 서비스 항목을 온전히 갖추지는 못했으나 내년 초 정식 앱 버전에는 강화된 판매자 인증절차, 안전결제, 시세 조회, 배송, 공동구매, 물품 수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중고나라 카페 가입자 1400만 명이 모바일 앱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공식 앱을 다운받아 다시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현재 100만여 명이 가입한 상태다. 이 대표는 “중고나라 공식 모바일 앱을 1400만 회원이 설치하고 새로 가입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1년 동안 서비스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고 개발에 진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점들은 남는다. 중고나라가 법인회사에 의해 운영된다면 상표권은 누가 갖는 것일까. 이승우 대표는 “중고나라 상표권은 큐딜리온이 갖고 있다. 원래 카페 매니저(네이버 카페에서 대표 운영자를 칭하는 용어)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큐딜리온이 공식 운영사가 되면서 해당 권한을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상표권 등록 회사 ‘네스케’의 실체 모호

공유? 알고 보니 소유! 기업이 된 ‘중고나라’

지난해 7월 ‘큐딜리온’에서 만든 ‘중고나라’ 공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현재 시험 버전이 나온 상태로 내년 초 안전장치가 강화된 정식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중고나라 모바일 앱 화면 캡처

사실 확인을 위해 특허청 산하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에서 중고나라를 검색해보니 2011년 4월 20일 ‘(주)네스케’라는 곳에서 중고나라 상표권을 특허청에 정식 출원한 기록이 있다. 이듬해인 2012년 5월 특허청에서 상표권 등록 결정을 내렸고, 6월 1일 네스케는 정식으로 상표권을 등록했다. 이후 올해 10월 네스케는 중고나라의 상표권 권리를 큐딜리온에 전부 이전했다. 구직정보 사이트 ‘잡코리아’의 기업 정보에 따르면 네스케는 2007년 설립된 회사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와 프로모션 대행, 쇼핑몰 운영, 온라인 이벤트 기획을 하는 곳으로 명시돼 있다. 
즉 중고나라의 사유화는 이미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 현재 중고나라 대표 운영자는 닉네임 ‘헤닉’으로 돼 있는데, 2003년 12월 카페 개설 당시에는 닉네임 ‘족장’이 운영하다 2011년 6월 12일 현 운영자에게 권한을 넘겼다. 그런데 일부 회원은 중고나라 상표권 등록을 의문의 업체인 네스케가 완료한 뒤 대표 운영자 닉네임이 바뀐 것과 관련해 ‘기존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공지도 없이 회사를 세운 뒤 닉네임만 바꾼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네스케는 누가 설립한 회사이며 어떤 권한으로 중고나라 상표권을 등록할 수 있었던 것일까. 네스케 측과 접촉해 관련 사항을 문의하려 했지만 온라인상의 업체 전화번호는 해당 업체 번호가 아니었고, 공식 홈페이지도 없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승우 대표에게 네스케 측 혹은 중고나라 대표 운영자와의 접촉을 의뢰했지만 그는 “중고나라 대표 운영자가 모든 권한을 큐딜리온 측에 넘겼기 때문에 큐딜리온에 문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네스케는 운영진 몇몇과 연결돼 있던, 중고나라 운영과는 관계없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다. 중고나라에 여러 업체가 광고를 의뢰해오면 그것을 진행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중고나라를 운영한 주체는 아니었으며 큐딜리온이 그 첫 회사”라고 말했다. 네스케가 2011년 상표권을 출원한 배경에는 “중고나라 대표 로고를 디자인업체에 의뢰하면서 상표권 소유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정식으로 출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중고나라 운영사인 큐딜리온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운영진의 합의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이 대표는 “합의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함께 인지했던 부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사실 중고나라 스태프들은 과거 10여 년간 계속 바뀌어왔다. 따로 직업을 가진 개인이 시간을 할애해 중고나라를 운영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어서 자주 바뀌었다.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정은 모르지만 ‘중고나라를 제대로 관리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대표 스태프들과 논의 중인데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큐딜리온은 현재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투자금은 모바일 앱 시스템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고 한다. 수익모델은 내년 정식 버전 출시 이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주식시장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면 지분을 요구하는 운영자들이 생겨날 개연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승우 대표는 “현재 활동하는 스태프들은 헬퍼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돈을 바라고 스태프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도 그러한 스태프들의 생각을 존중해왔다. 향후 중고나라 모바일 앱에서 수익이 발생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분을 요구하거나 수익금 배분을 주장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상표권을 등록하고 회사를 설립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을까. 이에 대해 박도준 변호사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회원이 많다고 그들이 카페 주인은 아니다. 운영권은 운영자들이 갖고 있다. 이 경우 회원과 운영자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카페 내부 회칙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카페 운영자(네스케)가 해당 카페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하고 운영회사를 차렸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나라 카페가 속해 있는 네이버의 판단도 비슷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중고나라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모두 가지고 모바일 앱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문제될 것은 없다. 중고나라 공식 앱이 출시된다 해도 기존 1400만 회원을 가입시키려면 따로 홍보를 해야 한다. 이는 네이버와 관계없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인 중고나라 가입 회원들의 활동 정보와 개인정보를 큐딜리온의 공식 앱이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네이버 측은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카페 가입 회원들에 관한 내부 정보는 어떤 경우에도 외부 업체에 공개하지 않는다. 중고나라 공식 앱의 사용 편의를 위해 기존 카페 회원들의 활동 정보를 공개하거나 개인정보를 넘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큐딜리온 측과 협의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고나라 내 안전거래가 확대돼 안심하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것은 1400만 가입자 모두의 바람이다. 일단 중고나라 운영진의 합의 하에 설립된 회사가 안전장치를 강화해 모두의 바람을 실현해준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중고나라의 기업화 움직임은 과거 몇몇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의 상업화 움직임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몇몇 커뮤니티 이용자가 배신감을 느꼈던 경우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야 중고나라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5.12.02 1015호 (p22~25)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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