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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누군가의 살을 만지는 느낌따뜻한 살갗 안쪽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가 흐르는 것 같다 곧 잠에서 깨어날 것 같다순간의 촉감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다두부는 식어간다 이미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한 것처럼 차분하게차가워지…
20140303 2014년 02월 28일 -
神보다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종교의 근본은 사랑이고 자비다. 그러나 인류는 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갈등과 대립의 깊은 골에 빠졌다.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임에도 피를 흘리는 곳에는 종교 갈등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한발 더 나아가면 신을 …
20140224 2014년 02월 24일 -
무슨 나무의
무슨 나무의 꽃인지 모르겠네향기가 나네알몸으로는아직 추운 2월의광풍狂風 이로세동네에 있는 어느 나무 이름이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해 겨울, 옷을 다 벗은 저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생각하다 봄에야 알았다. 나뭇가지에서 작은 은행잎이…
20140224 2014년 02월 24일 -
세상 바꾸는 지식의 변화는?
세계는 거미줄보다 더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시대를 살고 있다. 웹에 접속 가능한 사람은 누구나 지식 형성에 기여함은 물론, 지식을 소유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이런 지식의 수평은 지식 폭발과 동시에 지식 과부하와 불안정성을 부른다…
20140217 2014년 02월 17일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이 해변에 이르러…
20140217 2014년 02월 17일 -
가짜 납치극을 하다 죽다니…
“저를 납치해주세요. 그렇게 중얼거렸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여자가 내 손을 꽉 잡았다. 저를 납치하고 남편에게 협박 전화를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 중얼거리듯 말하고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것이 고미야마 사오리라…
20140210 2014년 02월 10일 -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은‘너를 사랑한다’고 말한 때는 아니다.그것은 어느 날이고 깨뜨리다 만침묵 바로 그 속에 있는 것.그것은 마음의 잽싸고도 남모를은근한 슬기 속에 깃들인 것.그것은 짐짓 꾸며 보인 엄격 속에은밀한 너그러움 속에 …
20140210 2014년 02월 07일 -
뭐든 다한다, 책을 팔 수 있다면
‘생산은 정체, 판매는 감소, 소비는 약세.’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3년 12월 펴낸 ‘출판산업동향 보고서’ 내용이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출판산업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
20140127 2014년 01월 27일 -
말 없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
세상은 온갖 소리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침묵보다 소음에 익숙하다. 도시는 24시간 온갖 소리를 통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현대인은 삶의 지루함과 공허함을 떨쳐내려고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인다. 살…
20140127 2014년 01월 27일 -
별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하늘에 별이 보이니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20140127 2014년 01월 27일 -
노년 인문학자의 사색 노트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팔순을 넘기다 보니,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지경에 빠져들곤 한다. 삶의 여백에 죽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어내기 쉽지 않다. 살다 살다 남은 삶, 본바탕은 삭아지고 가까스로 남겨진 나머지나 다름없는 삶을 지탱하고…
20140120 2014년 01월 20일 -
느낌 感遇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가지와 잎 그리도 향그럽더니,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눈물이 흘러 옷소매를 적시네…
20140120 2014년 01월 17일 -
선인들 감성으로 마음 밭 갈기
“사물은 오고 오고 다함없이 다시 오니(有物來來不盡來)/ 겨우 다 왔나 하면 또다시 쫓아오네(來盡處又從來)/ 오고 와서 본래 절로 비롯됨이 없나니(來來本自來無始)/ 묻노라 너는 처음 어디에서 온 것인고(爲問君初何所來).”‘송도 3절…
20140113 2014년 01월 13일 -
오늘 하루
오늘 아침 눈 뜨고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합니다1억5천만킬로 쉴 새 없이 달려와 정수리에 닿고 있는공중과 강과 대지에 차별 없이 내려쪼이는 무량한 빛과바다를 밀고 당기며 수억만 년 영겁의 춤을 추며생명을 키우는 고요한 달빛 아래 절합…
20140113 2014년 01월 13일 -
비울수록 채워지는 행복
소비가 미덕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평범한 4인 가족이 있다. 이 가족은 1년간 쓰레기를 고작 1ℓ만 배출한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해도 생활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
20140106 2014년 01월 06일 -
무제시편 26
눈이 그쳤다가난한 사람이 집을 나서면더 가난하다가난한 사람의 발자국이눈 위에오종종 찍혀 있다나온 개가 가다가뒤 돌아다본다개의 발자국순하디순하다왜 이다지 눈 온 세상은 서럽도록 부자냐딸부자냐아들부자냐눈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면, 발자…
20140106 2014년 01월 03일 -
우리 밥상이 건강 해친다고?
“누가 뭐래도 김치는 한국인의 DNA다. 해마다 김치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김치가 여러 면에서 유익하지만 약점도 있다. 바로 소금과 고춧가루, 그리고 젓갈이다. 너무 짠 김치는 혈압을 증가시키는 원인…
20131230 2013년 12월 30일 -
펜의 꿈
펜이잠자기 위해서옷을 벗을 때펜은 단단히 결심했다죽은 듯이 자겠다고불을 모두 끄고그는그렇게 할 수 있었다타고난 완강한 성격 때문에세상의 어떤 힘보다도펜의 척추에 내재한 힘이가장 강하리라그것은부러지기는 할지언정굽히지는 않는다펜은결코 …
20131230 2013년 12월 27일 -
살아 있는 현자와 따뜻한 대화
“교회는 항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결이 노동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일하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요. 하지만 오늘날 많은 경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물건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우…
20131223 2013년 12월 23일 -
익모초
죽은 할배가 오셨다세상의 길 잘못 밟아배앓이 하던할배가 늘 달여 마시더니올해엔 아예 할배가 되어마당가에 와 서 있다- 효치야바람의 지리를 읽어 내리다가한눈팔고 발을 헛디뎠을 때문득, 나를 부르는 소리 섬뜩하다무엇이 내 머리 부딪쳤을…
20131223 2013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