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3

2016.06.22

경제

중국 금융위기? 원죄는 따로 있다

정치논리가 경제보다 우선, ‘당-국가 체제’의 뿌리 깊은 위험

  • 이종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jonglee@cau.ac.kr

    입력2016-06-17 17: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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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역시 그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파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의 본질이 중국식 당(party)-국가(state) 체제에 내재된 일종의 원죄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당치(黨治)금융이다.

    중국 비금융 민간 부문(가계 및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용 비중은 2008년 117%에서 지난해 말 200%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 기업의 GDP 대비 부채 비중은 160%로 비금융 민간 부문 부채의 대부분이 기업부채였다. 중국의 기업부채 정도는 한국(106%), 일본(102%), 미국(71%), 유럽연합(104%)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최근 6% 후반대로 성장률이 저하되고 과잉생산으로 기업이윤율이 하락하면서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중국의 1000대 대규모 기업 중 16%가 세전소득보다 대출금 이자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면 비금융 민간 부문의 신용 비중이 200%를 상회한 나라는 대부분 금융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불황과 경기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90년 비금융 민간 부문의 신용 비중이 210%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당시 비금융 민간 부문 신용 비중은 170%였으나, 역시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이 큰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중국 경제와 금융 부문의 규모를 감안할 때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위험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 부문을 갖고 있다. 자산규모만 30조 달러(약 3경5250조 원)로 글로벌 전체 GDP의 40%에 달한다.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4대 국유상업은행은 고스란히 세계에서 가장 큰
    4대 은행이다. 주식시장 규모도 6조 달러(약 7000조 원)로 미국 다음으로 크다.
    7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채권시장은 세계 3대 규모다. 지난해 8월과 올해 초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가 세계 주식시장과 통화시장, 상품시장에 미친 파장을 고려하면 중국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후폭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를 살펴보면 외부와 내부의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외부 원인에 의한 금융위기는 1990년대 말 한국이 겪은 아시아 금융위기처럼 해외차입이 경제호황과 붐을 조성하고 거품이 붕괴됨으로써 발생한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외부 원인으로 금융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채무의 95%는 국내 채무다. 3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고 단기외채의 비중도 낮다. 상당한 정도의 자본통제도 이뤄지고 있다.

    내부 원인에 따른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으로 인한 대차대조표 위기로 발생한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주된 원인은 부실대출이었다.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와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금융위기가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촉발한 것과 달리 중국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기업대출, 특히 국유기업대출이 될 개연성이 높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160%)이 가계부채(40%)의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부채는 대부분 은행대출이 차지한다.

    중국의 전체 은행대출 중 국유기업대출은 50% 선이다. 민간기업의 부채-자본 비율이 최근 하락하는 추세인 반면, 국유기업의 레버리지는 2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은행의 총 부실대출 규모는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말 현재 1조3000억 위안(약 231조1200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1.7% 수준이다. 5월 27일자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부실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최저 15%, 최대 35%에 달해 중국 공식통계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부동산담보부대출이 전체 대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선전,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음을 감안하면 이들 시장의 거품이 붕괴할 경우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부동산 투자에 나선 지방정부 소유 국유기업과 은행이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중국 금융위기의 가능성은 중국식 당-국가 체제가 잉태한 일종의 ‘원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식 당-국가 체제의 핵심 정책수단은 국유기업과 국유상업은행이다. 국가 소유인 국유기업과 마찬가지로 국유상업은행도 최대주주는 정부다. 국유상업은행은 ‘상업’은행으로서 이윤 극대화 동기도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유’은행으로서 당-국가의 정책적 의지를 따를 수밖에 없다.



    부실한 기업, 부실한 지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자 중국은 2008년 이후 국유상업은행을 통해 대대적인 단기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 주된 수혜자는 국유기업이었다. 단기간에 급증한 신용은 시장논리를 통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했고, 이것이 오늘날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잉태했다. 투자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당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부실채권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금융위기 가능성을 배태했다고도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우리가 겪은 금융위기는 외환위기였고 그 진원지는 외부였다. 반면 중국발 금융위기는 내환(內患)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고, 당-국가 체제의 핵심인 국유기업과 금융기관이 진원지가 될 개연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경제에 대한 당과 정부의 통제력에 비춰볼 때 금융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 장악력이 크다는 사실은 양면적 속성을 갖는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층 신속한 정부 개입을 가능하게 하지만, 반면 당의 의지에 정부, 국유기업, 국유금융기관이 순응하다가 부실기업에 대한 부실지원을 낳아 문제를 키울 수 있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른 지원이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 공방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단순한 관치(官治)금융을 넘어 당-국가 체제하의 당치금융이라는 점이 위기 가능성의 핵심 요인인 셈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보다 우선시될 가능성은 중국식 당치금융하에서 훨씬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최근 금융위기 가능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부실대출을 신규대출로 충당하는 방안, 부실대출을 그 기업의 자본(equity)과 교환(swap)하는 출자전환 방안 등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위기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은행과 기업이 부실해져도 당과 정부라는 기댈 언덕이 있다는 믿음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잣대로 부실기업을 부실지원하는 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자기 밥은 자기 밥그릇에 맞게 먹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각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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