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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각지대에 놓인 경찰관

공무 중 부상·발병으로 年 1000명 이상 쓰러져

일선 경찰관들 “공상 인정 요건 완화해야”

공무 중 부상·발병으로 年 1000명 이상 쓰러져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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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작은 뉴스 하나가 경찰 조직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근무 중 숨진 최준영 경장에 대해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재심위)가 순직을 인정한 것이다. 애초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는 “업무와 사망의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부상, 질병 등 재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한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공공기관이다. 재심위는 법원으로 치면 2심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 소속 최 경장(당시 30세)은 야간근무 중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해 11월 공무원연금공단이 순직을 인정하지 않자 동료와 유족이 나섰다. 전국 경찰관, 소방관 5만3973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5만1702명이 동참했다. 일부 국회의원도 공무원연금공단과 인사혁신처에 의견서를 전달하며 힘을 보탰다. 

선진국에서는 치안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찰관을 예우하고 시민도 그 권위를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찰관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권위도 인정받지 못한다. 경찰관은 소방관과 더불어 위험도가 매우 높은 직군이다. 공무 중 다치거나 병을 얻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허다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순직한 경찰관은 76명이다. 순직 승인율은 59.4%에 지나지 않는다. 총 128명이 신청했는데 52명이 인정받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순직은 공상(公傷·공무 중 부상)에 비해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상 불이익 우려 재심, 소송 꺼려

“순직이 인정되면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유족연금이 지급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도 있다. 국가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공상보다 승인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같은 기간 공상 경찰관 수는 8820명에 달한다. 연평균 1764명이다. 승인율은 93.7%. 신청자 9410명 중 590명이 인정받지 못했다. 사유를 구분하면 안전사고가 4048명으로 가장 많고 범인 피습 2443명, 교통사고 2095명, 질병 234명 순이다. 

이러한 수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맡은 경찰관이 정작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지키는 데는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꿔 말하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그만큼 경찰관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뜻이다. 

공상이 인정되면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규정한 ‘공무상 재해인정기준’에 따르면 공무 수행 중 발생한 부상과 질병은 다 공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절차나 승인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불만이다. 때로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양평파출소에 근무하는 전상민(57) 경위.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전 경위는 “공단 측에서는 ‘소송하라’고 하는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6일 오전 10시 영등포경찰서 신길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전 경위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려 인근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니 뇌경색이었다. 그는 27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복귀했고, 공무원연금공단에 공상을 신청했다. 공단은 4개월 뒤인 올해 1월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결과는 불인정이었다. 

“병원 진료기록과 더불어 근무 일지, 주요 실적, 포상 내용 등을 담은 책자 3권을 공무원연금공단에 보냈다. 심사위원들이 그 서류를 제대로 봤는지 의문이다. 내가 죽어야만 공상을 인정할 텐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그토록 헌신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경찰청을 통해 전 경위에게 통보한 불승인 사유는 다음과 같다. △당해 질병(뇌경색)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보면 상병인의 직무 수행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으로 적절한 관리가 필요했다 △발병 전 수회에 걸쳐 뇌경색증의 후유증 내역이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위 사유를 나열하면서 ‘자신의 체질적 소인(素因) 및 공무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 질병에 이르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라며 ‘공무 및 공무상 과로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전 경위는 “50대 후반에 고혈압이나 당뇨는 흔한 질병이다. 그런 증세가 있었다고 뇌경색 발병이 직무와 관련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발병 전 비슷한 증세로 쓰러진 적도, 병원을 찾은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병이라도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공상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똑같은 뇌경색인데 누구는 되고…

2016년 10월 20일 범인이 쏜 사제총에 맞아 순직한 김창호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 [동아일보]

2016년 10월 20일 범인이 쏜 사제총에 맞아 순직한 김창호 경위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 [동아일보]

전 경위는 2010년 2월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린 40대 취객을 맨몸으로 받아낸 일로 유명하다. 자해소동을 벌이던 취객은 전 경위 덕분에 전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전 경위는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공상 신청을 하지 않아 자비로 치료비를 댔다고 한다. 2002년 9월엔 전 경위의 선행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가 서울지방경찰청이 선정한 ‘참 경찰인 20명’에 포함돼 표창을 받은 무렵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 노량진경찰서 상도파출소 소속 전 경사가 도움을 준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은 50여 명. 1997년부터 틈나는 대로 도시락과 쌀, 과일, 속옷 등을 전달해왔다고 한다. 

전 경위는 또 기소중지자 검거 실적 전국 1위로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올해 3월만 해도 영등포경찰서 관내에서 기소중지자 검거 실적이 가장 우수했다고 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규정한 공무상 재해는 질병과 부상으로 나뉜다. 공무상 질병은 다음 세 가지 요건에 해당돼야 한다. △공무 수행 중 발생한 질병 △공무 수행으로 기존의 질병이 현저히 악화 △공무상 질병 치료 중 새로 발생한 질병. 이 기준에 따르면 전 경위 처지에서는 충분히 따질 만한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 경위처럼 뇌경색으로 공상을 인정받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제주 동부경찰서 소속 고충옥(49) 경위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제주대병원에 입원한 고 경위는 공상을 인정받았다. 2016년 5월 충북 보은경찰서 소속 이청범(47) 경위도 비슷한 사유로 공상을 인정받았다. 지구대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이다. 

두 경찰관의 공통점은 모두 재활치료를 받을 정도로 장기 입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 경위의 경우 치료 기간이 짧았던 게 문제일까. 전 경위는 업무에 복귀한 후 혈액을 묽게 하는 약만 복용하고 다른 치료는 받지 않는다. 

공무원연금공단 측에 따르면 치료 기간이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발병 원인이다. 공단 관계자는 “질병의 경우 부상과 달리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은 대부분 공상으로 인정받는다. 집에서 쓰러졌더라도 업무와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공상이) 인정된다. 부상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부상이라도 공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다 인정된다. 다만 부상은 시간과 장소, 경위가 중요하다.” 

현실과 규정은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근무 중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임에도 공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적잖은 것이다. 다음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그렇다.

#1 경기 남양주경찰서 모 파출소 김모 경사는 2013년 12월 26일 밤 11시 20분 아파트 현관문 앞에 주취자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집에 보내려 흔들어 깨우자 주취자가 욕설하며 복부를 걷어차 부상을 입었다. 

#2 경기 광명경찰서 모 지구대 김모 경위는 2016년 8월 6일 새벽 4시 30분 지구대에서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던 중 머리 부분에 피가 쏠리면서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이어 미귀가자 수색 중 팔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 진단 결과 뇌경색이었다. 

#3 경기 부천원미경찰서 모 지구대 남모 경사는 2016년 9월 15일 밤 10시 30분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노상에서 술에 취해 석재 타일을 들고 날뛰는 피의자를 체포해 수갑을 채우다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가 격렬하게 반항하는 바람에 함께 넘어져 오른쪽 어깨를 지면에 부딪친 것. 단순 통증으로 생각해 찜질 등 자가치료를 했으나 낫지 않았다. 그해 11월 병원을 찾아 ‘우측 견관절 상관절와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4 대구 대구강북경찰서 모 지구대 권모 경위는 2016년 9월 22일 밤 11시 노상에서 동료 직원과 대화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한 결과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위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야간근무 중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무 중 일어난 일인데 공상으로 처리되지 않은 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은 탓일 수 있다. 당사자들이 불복하면 재심이나 소송 등 이의 신청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어느 기관이든 2심, 3심에선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지 않나.”


“보상받지 못한 동료들 오래 기억하자”

2월 28일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열린 ‘희생 경찰관 돕기’ 자선공연.

2월 28일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열린 ‘희생 경찰관 돕기’ 자선공연.

길은 열려 있지만, 실제로 재심이나 소송을 통해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뒤집히는 것도 흔치 않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공직자 신분이라는 부담 때문에 신청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013~2017년 5년간 재심이나 소송을 통해 공상을 인정받은 사례는 9건에 지나지 않는다. 

2월 28일 저녁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이색 공연이 열렸다. 경찰관들이 주축인 록밴드 3개 팀이 ‘희생 경찰관 돕기’를 내걸고 자선공연을 한 것이다. 청중 100여 명은 대부분 경찰관이었다. 현장에서 모은 성금은 공상을 인정받지 못한 일부 경찰관과 재단법인 참수리사랑에 전달했다. 참수리사랑은 공무 중 숨지거나 쓰러진 경찰관들을 돕는 민간재단이다. 

공연 기획자인 이지은(40·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장) 경정은 “고(故) 최준영 경장 사건을 지켜보면서 밴드 멤버들과 상의해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근무 중 쓰러져도 공상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보상받지 못한 동료들을 돕고 오래 기억하자는 뜻에서 공연을 기획했다. 경찰청 게시판에 공연 계획을 알렸는데 많은 경찰관이 호응하고 동참해줬다.”
 
경찰 안팎에선 최근 공무원재해보상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을 계기로 공상 인정 요건이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예산이 쓰이는 만큼 경중을 가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도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설 공무원재해보상법은 어떤 내용?
현장조사 확대, 재활운동비도 지원
3월 13일 기존 공무원연금법에서 재해보상제도를 분리한 공무원재해보상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순직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심사체계를 간소화하는 한편 보상 규모도 늘렸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해 보상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이로써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도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둘째, 재해 보상 수준 현실화. 순직유족급여를 산업재해보상의 53~75%에서 92~93% 수준으로 인상했다. 아울러 재직 기간에 따른 차등 지급을 폐지하고 유족가산금제를 도입했다. 

셋째, 재해 보상 심사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무원연금공단 급여심의회에서 1심을, 인사혁신처 급여재심위원회에서 재심을 맡았다. 이를 격상해 1심은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의회, 재심은 국무총리실 소속 재해보상위원회에서 맡도록 했다. 아울러 서면심사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조사와 현장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재활운동비와 심리상담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36~38)

  •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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