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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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SNS 의무 공개”… 비자 신청 유학생들 걱정 태산

미기재 계정 찾아내 거절 가능성… “SNS 정보 투명하게 제출해야”

  •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7-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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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0일 주한 미국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미국 비자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의무 공개 방침 관련 안내문. 주한 미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6월 20일 주한 미국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미국 비자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의무 공개 방침 관련 안내문. 주한 미국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많이 올리는데 학교 교수님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시물은 친한 사람만 볼 수 있게 설정해뒀다. 미국 유학 비자를 받으려면 이런 게시물까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설정하라는 미국 정부 방침은 과하다고 생각한다.”(미국 유학 비자 신청자 A 씨)

    “유학 비자 발급을 위해 주한 미국대사관 영사와 면접을 순조롭게 진행했지만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받고 비자 승인이 아닌 ‘그린 레터(추가 행정 심사)’ 처분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사가 강화됐다는 걸 체감한 순간이었다.”(미국 유학 비자 신청자 B 씨)

    미국 유학 준비생들이 미 정부의 비(非)이민 비자 신청자 SNS 계정 공개 의무화 방침에 대해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유학 준비생들은 “최근 딥페이크 등 사진과 개인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늘면서 SNS를 비공개로 설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상황인데, 미 정부의 SNS 계정 의무 공개 방침은 사생활 침해”라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비자 신청 시 SNS 계정을 공개하지 않으면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발급 승인도 거절도 아닌 ‘그린 레터’ 처분 증가 

    주한 미국대사관은 6월 20일 약 3주간 중단했던 비이민 비자 F(유학), M(직업훈련), J(연수 및 교수) 신청자의 면접을 재개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면접을 재개하면서 “비자 신청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소셜미디어의 사용자명을 비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하고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의 게시물 공개 범위를 ‘전체 공개’로 설정하라”고 안내했다. 이어 주한 미국대사관은 “비자 신청서에 소셜미디어 관련 정보를 누락하면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향후 비자 신청 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비자 신청자들은 미 정부의 SNS 계정 의무 공개 방침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가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로 유학을 갈 예정이라는 20대 설모 씨는 “5월 말에 비자 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SNS 검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공지가 없어서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계정 정보는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았는데, SNS 관련 정보가 누락되면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고 해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다”며 “요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미 정부의 SNS 계정 의무 공개 방침에 부담을 느끼는 신청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턴십을 위해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는 20대 김모 씨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미국 기업이 운영하다 보니 미국 정부가 삭제된 SNS 계정이나 게시물도 찾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유학생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비자 신청서 작성 시 잊어버리고 기재하지 못한 SNS 계정을 그냥 삭제했는데 비자 발급이 거절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이민 비자 면접 재개 이후 면접에 참석한 비자 신청자들은 비자 발급 심사가 까다로워졌음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면접에서 “SNS 계정을 전체 공개하라”는 안내와 함께 비자 승인도, 거절도 아닌 ‘그린 레터’ 처분을 받은 것이다. 6월 24일 F 비자 면접을 봤다는 20대 한모 씨는 “1시간 30분가량 면접 순서를 기다리면서 먼저 면접을 본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승인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다들 그린 레터를 받았다”며 “SNS 검열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영사들도 난처해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철기 법무법인 한미 대표변호사는 늘어난 그린 레터 처분에 대해 “과거에는 전체 비자 면접자 중 약 10~15%가 그린 레터를 받았다”며 “최근 미 국무부의 SNS 계정 의무 공개 조치로 비자 발급 심사 요건이 강화되면서 주한 미국대사관이 그것을 심사 기준에 적응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 그린 레터 발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비자 전문가들은 비자 신청 시 SNS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기 비자 전문 변호사는 “비자 신청자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과거 주소 등을 바탕으로 미 정부가 교차 정보 분석(Cross-Reference)을 해 신청서에 기재되지 않은 SNS 계정을 추적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면서 “기재하지 않은 SNS 계정이 발견되면 신청자가 고의적으로 계정을 은폐한 것으로 간주해 비자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신청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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