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지금은 편리미엄이 대세
이제 ‘편리미엄’ 시대에 들어섰다. 편리미엄이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면 대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편리미엄을 내년도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다.편리미엄이 등장한 데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와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1인 가구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시간이 거의 없다고 느끼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 부족한 시간을 효율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가사일로 대표되는 귀찮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거리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편하게 처리하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전유물이던 ‘가사서비스’가 요즘은 대중화된 추세다.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이른바 가사서비스(육아, 청소, 요리, 세탁 부문)를 제공하는 모바일(웹 혹은 앱) 가맹점 20곳의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0월 5만6690건이던 결제 건수가 올해 같은 기간 19만42건으로 3.4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제 금액 역시 3배 이상 늘었다. 돈을 지불하고 외부업체의 가사서비스를 구매해 집안일을 아웃소싱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일 탈출! ‘삼신가전’이 편리미엄의 대표 상품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사진 제공 · LG전자]
가전업계는 이렇듯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가전제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물론, 가정에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의 시간 활용을 극대화해주는 삼신가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 40대 맞벌이 부부가 주 고객층이지만 의류건조기는 세대와 상관없이 인기”라고 전했다. 대표 제품은 2중 안심필터가 장착된 ‘LG 올뉴 트롬 건조기’와 유해살균 제거 효과가 있는 ‘LG디오스 식기세척기’, 청소 시간이 최대 90분에 달하는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R9 씽큐’가 있다.
삼성전자가 4월 출시한 로봇청소기 ‘파워봇’은 한국형 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장을 향해 있는 카메라로 집 안 구조를 파악했던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바닥을 인식하는 센서까지 채용해 청소할 공간의 구조를 좀 더 정확하게 매핑(mapping)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4인 이하 소형가구에 최적화된 용량과 슬림한 디자인의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좁은 공간에도 설치하기 쉽도록 기존 제품 대비 폭을 150mm가량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의류건조기 ‘그랑데’는 14kg과 16kg 대용량 제품으로 출시돼 덩치가 큰 이불 건조도 용이하다.
가사일을 도움 받을 수 있는 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가사도우미 관련 앱으로는 ‘홈마스터’ ‘청소연구소’ ‘대리주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대리주부’는 2018년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25만 회에 달한다. ‘맘시터’와 ‘자란다’처럼 아이돌보미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업체도 인기다.
주거환경 맞춤형 제품, 속속 등장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사진 제공 · 동원F&B, 사진 제공 · 폰타나]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출시 1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은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 개, 누적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다. 동원F&B도 ‘저으며 가열하는 공법’으로 만든 ‘양반 파우치죽’을 선보이면서 기존 용기 죽인 ‘양반죽’과 함께 성장 중이다. ‘양반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파우치죽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600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초스피드로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는 파스타소스도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정 식품으로 꼽힌다. 파스타소스의 대표 격인 폰타나의 매출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해 정통 아시안 소스 브랜드인 ‘티아시아키친’을 내놓았다. 하노이 쌀국수, 발리 나시고렝 등을 요리 초보도 금방 완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GettyImages]
[사진 제공 · 아베다, 사진 제공 · 세포라]
편리미엄 전문 플랫폼 전망 밝아
[GettyImages]
다만 불특정 다수를 연결하는 편리미엄 플랫폼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강력 범죄에 악용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의 이용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신뢰를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의 평가 시스템과 근로자들의 스크리닝을 강화해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1만3000명 마음 모인 행복의 하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