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 분야에서 대발견이 이뤄졌다! 우주가 태어난 직후 1초 이내 우주 팽창이 급격하게 진행됐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숫자로 표현하면 우주가 태어난 직후 약 0.00…001(0이 모두 35개)초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약 100…00(0이 모두 30개)배 급팽창(inflate)해야 한다. 이 ‘급팽창 우주론(inflationary cosmology)’은 30년이 넘도록 이론적으로만 주장돼왔다. 하지만 이번 대발견으로 관측적 근거를 확보하게 돼 ‘정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발견을 이해하려면 급팽창 우주론은 물론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CBR)와 중력파(Gravitational Wave)까지 섭렵해야 한다. 최대한 쉽게 그 개념들을 정리해보겠다.
한 점에서 출발 실체 증명
허블(Hubble)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그러니까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관측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은하가 한 점에 모여야 한다. 그렇다면 태초 우주는 밀도가 엄청나게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하다. 그 상태에서 빅뱅(Big Bang·BB·대폭발)을 일으켜 팽창우주가 됐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정설이다. 빅뱅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당연히 밀도와 온도가 감소한다. 따라서 초기 우주 모습과 나중 우주 모습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이론과 달리 초기 우주와 나중 우주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는 우주론이 제시됐다. 우주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져 태초의 빅뱅을 피할 수 있다는 우주론이다. 즉 태초가 무지막지하게 뜨거울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시간이 원래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계속 하나씩 추가돼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CC) 우주론이라 부른다.
BB와 CC의 대결은 1950~60년대 과학사에서 대사건이 됐다. 이는 당시 미국의 두 여배우 MM과 GG의 대결에 자주 비교됐다. 여기서 MM은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GG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를 가리킨다. BB는 가모(Gamow) 등 미국 천문학자에 의해, CC는 호일(Hoyle) 등 영국 천문학자에 의해 주장됐다. 이 미국과 영국의 대결 결과는 BB 판정승으로 끝났다.
CBR는 BB가 CC를 이기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왜냐하면 CBR는 마치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뒤 목욕탕에 남은 수증기와 같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남아 있는데 앞사람이 찬물로 샤워했겠는가. 마찬가지로 CBR는 당연히 태초가 뜨거웠던 BB를 지지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빅뱅 우주는 팽창을 계속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CBR는 우주공간 전체에 골고루 퍼진 ‘식어버린’ 전파다. 얼마나 식어버렸느냐. 온도로 환산하면 영하 270도, 절대온도 3도에 해당한다. CBR는 마이크로웨이브 파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CMB(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같은 것이다. 미국 펜지어스(Penzias)와 윌슨(Wilson)은 1964년 우연히 이 CBR를 발견해 78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CBR는 놀라울 정도로 등방적(isotropic)이었다. 즉 CBR는 어느 방향을 관측해도 정보가 똑같은 것이다. 이 말은 측정치가 소수 몇십 자리까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CBR는 어느 방향에서나 우주에서 가장 빠른 광속으로 우리에게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두 전령이 평양과 전주로부터 그 당시 가장 빠른 운송수단인 말을 타고 최대한 빨리 한양으로 달려와 임금에게 올린 정보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전화나 e메일이 없는데 사전에 어떻게 정보를 교환했겠는가.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미국 구스(Guth)는 1980년 급팽창 우주론을 도입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강릉에 같이 있던 두 전령이 정보를 공유한 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처럼 각각 평양과 전주로 엄청나게 빠른 공간이동을 한 후(즉, 급팽창한 후) 한양으로 각각 출발했다고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대발견을 제일 반길 사람은 구스일 것이다.
우주공간에 떠도는 중력파
이번 대발견에 이용된 전파망원경 바이셉(Background Imaging of Cosmic Extragalactic Polarization·BICEP)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관측우주론 그룹이 주축이 돼 설치했다. 칼텍은 미국 드라마 ‘The Big Bang Theory’의 배경으로 나오는 이공계 명문대다. 바이셉은 저온, 저습, 안정된 대기 조건을 갖춘 남극대륙에 설치했다. 바이셉1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개량형 바이셉2는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운용됐다.
바이셉은 CBR의 편광 패턴을 관측했는데, 이는 중력파와 관련 있다. 중력파란 고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원형 파동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우리가 헤어질 때 손을 흔들어도 엄밀히 말하면 중력파가 발생해야 한다. 이는 전기를 띤 물체가 움직이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과 같다. 빅뱅은 우주공간에 엄청난 세기의 중력파를 방출했을 것이다. 바이셉은 이 ‘우주배경중력파’(Cosmic Background Gravitational Waves·CBGW)를 CBR 편광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한 것이다. 즉 중력파는 시공간을 흔들어 CBR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CBGW는 CBR처럼 우주가 급팽창하지 않아도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급팽창한 경우에는 다른 특성이 CBR에 반영되고 바이셉이 그것을 관측한 것이다. 즉 빅뱅 직후 1초 이내에 있었던 급팽창이 약 30만 년 후 퍼져나가기 시작한 CBR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CBR가 빅뱅 직후 퍼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력파로는 1993년 헐스(Hulse)와 테일러(Taylor), CBR로는 2006년 스무트(Smoot)가 이미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에 두 분야가 융합한 이번 대발견 관계자들도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스가 포함될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벨상은 상대적으로 이론가에겐 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티븐 호킹도 관측되지 않는 이론만 많이 만들어 정작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대발견을 이해하려면 급팽창 우주론은 물론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CBR)와 중력파(Gravitational Wave)까지 섭렵해야 한다. 최대한 쉽게 그 개념들을 정리해보겠다.
한 점에서 출발 실체 증명
허블(Hubble)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그러니까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관측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은하가 한 점에 모여야 한다. 그렇다면 태초 우주는 밀도가 엄청나게 크고 무지막지하게 뜨거웠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으니 이는 당연하다. 그 상태에서 빅뱅(Big Bang·BB·대폭발)을 일으켜 팽창우주가 됐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정설이다. 빅뱅 우주론에서는 우주가 팽창을 거듭함에 따라 당연히 밀도와 온도가 감소한다. 따라서 초기 우주 모습과 나중 우주 모습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이론과 달리 초기 우주와 나중 우주의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는 우주론이 제시됐다. 우주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은하가 하나씩 없어져 태초의 빅뱅을 피할 수 있다는 우주론이다. 즉 태초가 무지막지하게 뜨거울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시간이 원래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 우주론에서는 은하가 계속 하나씩 추가돼야 한다. 그래서 이 우주론을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CC) 우주론이라 부른다.
BB와 CC의 대결은 1950~60년대 과학사에서 대사건이 됐다. 이는 당시 미국의 두 여배우 MM과 GG의 대결에 자주 비교됐다. 여기서 MM은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GG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를 가리킨다. BB는 가모(Gamow) 등 미국 천문학자에 의해, CC는 호일(Hoyle) 등 영국 천문학자에 의해 주장됐다. 이 미국과 영국의 대결 결과는 BB 판정승으로 끝났다.
CBR는 BB가 CC를 이기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다. 왜냐하면 CBR는 마치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뒤 목욕탕에 남은 수증기와 같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남아 있는데 앞사람이 찬물로 샤워했겠는가. 마찬가지로 CBR는 당연히 태초가 뜨거웠던 BB를 지지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빅뱅 우주는 팽창을 계속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CBR는 우주공간 전체에 골고루 퍼진 ‘식어버린’ 전파다. 얼마나 식어버렸느냐. 온도로 환산하면 영하 270도, 절대온도 3도에 해당한다. CBR는 마이크로웨이브 파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CMB(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같은 것이다. 미국 펜지어스(Penzias)와 윌슨(Wilson)은 1964년 우연히 이 CBR를 발견해 78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CBR는 놀라울 정도로 등방적(isotropic)이었다. 즉 CBR는 어느 방향을 관측해도 정보가 똑같은 것이다. 이 말은 측정치가 소수 몇십 자리까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CBR는 어느 방향에서나 우주에서 가장 빠른 광속으로 우리에게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두 전령이 평양과 전주로부터 그 당시 가장 빠른 운송수단인 말을 타고 최대한 빨리 한양으로 달려와 임금에게 올린 정보가 완벽하게 똑같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전화나 e메일이 없는데 사전에 어떻게 정보를 교환했겠는가.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미국 구스(Guth)는 1980년 급팽창 우주론을 도입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강릉에 같이 있던 두 전령이 정보를 공유한 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처럼 각각 평양과 전주로 엄청나게 빠른 공간이동을 한 후(즉, 급팽창한 후) 한양으로 각각 출발했다고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대발견을 제일 반길 사람은 구스일 것이다.
우주공간에 떠도는 중력파
이번 대발견에 이용된 전파망원경 바이셉(Background Imaging of Cosmic Extragalactic Polarization·BICEP)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칼텍) 관측우주론 그룹이 주축이 돼 설치했다. 칼텍은 미국 드라마 ‘The Big Bang Theory’의 배경으로 나오는 이공계 명문대다. 바이셉은 저온, 저습, 안정된 대기 조건을 갖춘 남극대륙에 설치했다. 바이셉1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개량형 바이셉2는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운용됐다.
바이셉은 CBR의 편광 패턴을 관측했는데, 이는 중력파와 관련 있다. 중력파란 고요한 수면에 돌을 던지면 원형 파동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우리가 헤어질 때 손을 흔들어도 엄밀히 말하면 중력파가 발생해야 한다. 이는 전기를 띤 물체가 움직이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과 같다. 빅뱅은 우주공간에 엄청난 세기의 중력파를 방출했을 것이다. 바이셉은 이 ‘우주배경중력파’(Cosmic Background Gravitational Waves·CBGW)를 CBR 편광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한 것이다. 즉 중력파는 시공간을 흔들어 CBR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CBGW는 CBR처럼 우주가 급팽창하지 않아도 이론적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급팽창한 경우에는 다른 특성이 CBR에 반영되고 바이셉이 그것을 관측한 것이다. 즉 빅뱅 직후 1초 이내에 있었던 급팽창이 약 30만 년 후 퍼져나가기 시작한 CBR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CBR가 빅뱅 직후 퍼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력파로는 1993년 헐스(Hulse)와 테일러(Taylor), CBR로는 2006년 스무트(Smoot)가 이미 노벨상을 받았기 때문에 두 분야가 융합한 이번 대발견 관계자들도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스가 포함될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벨상은 상대적으로 이론가에겐 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티븐 호킹도 관측되지 않는 이론만 많이 만들어 정작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