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말 백신 때문에 자폐증 환자가 증가한 것일까.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란은 1998년 영국의 한 의사가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어린이 12명이 MMR백신(홍역, 볼거리, 풍진을 동시에 예방하는 혼합백신) 접종 후 자폐증 및 위장관 부작용(복부 불편감, 구역질, 설사 등)을 보였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커졌다. 미국의 한 의사는 90년 1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던 자폐증이 요즘에는 68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며 그 이유가 백신 접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년대에는 필수 접종 백신이 몇 가지에 불과했는데 요즘은 취학 전 아동에게 약 30가지의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걸 그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백신 접종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자 2003년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에 대한 여러 연구를 시행했다. 그리고 ‘MMR백신과 수은이 함유된 백신은 자폐증과 관련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CDC는 이 연구 결과와 상관없이 백신 내 수은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백신에 함유된 미량의 수은을 제거하도록 했으며,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수집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는 전담 기구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독감백신에 함유된 수은 등 첨가제의 독성과 이에 따른 어린이 및 임산부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독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독감 합병증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감염에 취약하고 폐렴 같은 합병증이 쉽게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16세 미만 65세 이상 연령대는 독감 합병증 발생이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어 독감백신 접종을 추천한다.
질병으로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18세 미만 어린이 및 청소년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 시 간과 뇌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는 ‘라이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어 필수적으로 독감백신을 맞아야 한다. 또 어린이와 노인이 있는 가정의 가족들, 어린이집, 학교, 양로원 등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독감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할까. 독감백신은 크게 3가 백신과 4가 백신으로 나뉜다. 여러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중 A형과 B형이 주로 독감을 유발하는데, 3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2종과 B형 독감 바이러스 1종을 함유한 백신을 가리킨다. 4가 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을 모두 담은 백신에 붙은 이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A형 및 B형 독감 바이러스 4종 가운데 그해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A형 2종, B형 1종을 예측해 발표한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 바로 3가 백신이다. 문제는 WHO가 B형 바이러스 예측에 실패할 때가 적잖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약 50%의 실패율을 보였다. 이것이 3가 백신보다 4가 백신을 맞는 게 독감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선전하는 이유다.
여기까지 읽고 독감백신 안에 바이러스가 있다니, 백신을 맞고 독감에 걸리는 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독감백신 안의 바이러스는 활성이 없는, 쉽게 말해 ‘죽은 바이러스’라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백신이 몸의 면역반응을 유발해 발열이나 통증이 생길 수 있으니 접종 후 충분히 쉬어야 한다. 또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병원에 30분 정도 머무는 것이 좋으며,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 전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독감백신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되므로 10월 말부터 11월까지 접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어떤 백신도 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으니 독감을 피하려면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면역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