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본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청와대 입장이 다시 제한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 경복궁과 청와대를 묶어 한국 지도자의 과거·현재를 아우르는 관광지로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20대 시민 B 씨)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부터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고, 청와대를 빠르게 보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청와대로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방침에 동의하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 품에 안겼던 청와대가 다시 통제되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청와대가 3년간 관광객에게 노출됐던 터라 보안 문제상 집무실로 재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 요원들이 도청기 심어놨을 수도”
이 대통령은 4일 18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하지만 당장 집무실로 쓸 곳이 마땅치 않아 일단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며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청와대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틀 전인 6월 2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 측은 청와대 보수에 서너 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2022년 5월 10일 대중에게 개방된 청와대는 3년간 관광객을 맞았다. 청와대 본관 1층 영부인 집무실과 2층 대통령 집무실 등은 관광객이 내부를 직접 걸어볼 수 있었고, 대통령과 가족의 사적 거주 공간이던 관저는 창문을 통해 마당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는 지하 벙커와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 등은 위치는 알려졌으나 내부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 누적 관람객은 올해 3월 8일 기준 700만 명을 돌파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만큼 청와대를 집무실로 다시 사용하기에는 보안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대 시민 C 씨는 “아무리 청와대 내 모든 시설을 공개한 게 아니라지만 시민 수백만 명이 청와대 내부 곳곳을 돌아다닌 만큼 대통령이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을 때 경호상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집무실은 기밀이 유지돼야 하는 시설인데 청와대는 이미 너무 장기간 대중에게 공개됐다”며 “다른 나라 요원들이 도청기를 청와대 내부에 많이 심어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재사용하기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20년 이상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2000년까지 대통령경호실 경호부장을 역임했던 유형창 전 경남대 경호보안학과 교수는 “그동안 관람객들이 청와대에 들어와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폭발물 설치 개연성 등 안전 문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경호 전문가로서 원칙적으로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다시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교수는 “청와대 도청 문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부터 보안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돼왔던 데다, 현재는 관람객들까지 청와대를 다녀간 상태라서 청와대를 집무실로 다시 사용하려면 고도로 정밀한 기계를 사용해 도청 장치를 낱낱이 검사해야 한다”며 “정밀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어디에 설치돼 있을지 모를 작은 도청 장치까지 전부 찾아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