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가 X(옛 트위터)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두 사람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뉴시스
머스크 “후회한다” “너무 나갔다”
트럼프는 이날 머스크의 후회 표명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갈등을 일으킨 건) 약간 실망스럽지만 탓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JD 밴스 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중재로 X 계정에 게시 글을 올리기 전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 관계는 머스크가 지난달 말 정부효율부(DOGE)를 떠나면서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머스크는 국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트럼프 감세정책에 반대해왔는데, 정부 업무에서 손을 떼자마자 X 계정을 통해 “(감세 법안은) 역겹고 혐오스럽다”고 직격했다. 국정 핵심 기조를 공격받은 트럼프가 즉각 반격에 나섰고 이후 상황은 난타전으로 흘렀다. 머스크는 트럼프 탄핵을 요구하는 글에 “찬성” 댓글을 다는가 하면, 트럼프가 미성년자 성범죄 관련 문서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머스크 행동을 마약 투약과 연관 짓고 자신의 테슬라 자동차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은 서로를 향한 실질적 위협으로까지 이어졌다. 머스크는 감세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민주당 후원 가능성’으로 해석됐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와 공화당에 약 2억8800만 달러(약 3900억 원)를 후원한 최대 후원자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민주당 후원 가능성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머스크의 사업을 정조준했다. “미국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끊는 것”이라며 스페이스X 등 머스크 기업과 연방정부의 계약 철회를 언급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만 38억 달러(약 5조2000억 원)의 정부 수주를 받았다. 누적 규모는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정면충돌에 테슬라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트럼프가 연방정부 보조금 계약을 거론한 6월 5일에는 주가가 전일 대비 15% 가까이 급락한 284.7달러(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이날 하루 만에 머스크 개인 재산 약 340억 달러(약 46조2200억 원)가 증발했다. 이후 머스크의 항복 선언이 나오면서 주가는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트럼프 “관계 회복 가능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양쪽 모두 잃을 것이 많다는 점에서 당장 관계를 청산하진 못하지만,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우파’와 ‘테크 우파’의 결합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머스크는 감세 외에도 이민, 보호무역 등 분야에서 트럼프와 시각차를 드러냈다. 머스크는 고급 인력 유치 차원에서 전문직 취업비자(H-1B)에 찬성했고, 자유시장 논리에 위배되는 상호관세에 반대했다. 4월에는 국세청장 직무대행 임명에 대해 ‘외부 개혁 인사’를 주장하다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동안은 트럼프가 머스크를 두둔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으나, 머스크가 결국 정부를 떠나게 된 건 트럼프를 비롯해 백악관 내부에 쌓인 ‘머스크 피로감’ 때문이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머스크를 위한 환송회를 열어 대외적으로는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했으나, 머스크가 자신의 핵심 정책인 감세 법안을 비난하자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마가 우파와 테크 우파 동맹의 지속성에 대해 “많은 트럼프 지지자가 여전히 실리콘밸리(테크 진영)의 화해 제스처가 단지 기회주의일 뿐이라고 의심하고 있고, 트럼프가 기술 대기업에 더 적대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는 머스크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도 관계 회복에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머스크와의 관계를 전처럼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는 이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지금 내 유일한 임무는 이 나라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AI 시대 인간, AI 부리며 AI 위에서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풀무원·CJ제일제당 평양냉면 밀키트, ‘싼 만큼 맛도 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