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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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해 알박기’, 진짜 의도는 서해 내해화(內海化)

시추 설비 없는 해상 플랫폼, 레이더·미사일 배치하면 언제든 요새화 가능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5-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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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형 항공모함 ‘푸젠’. 뉴시스

    중국 신형 항공모함 ‘푸젠’. 뉴시스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거대한 구조물을 여러 개 설치한 사실이 4월 국내에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2018년부터 해당 수역에 불법 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하기 시작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올해 2월 중국이 불법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하자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조사차 접근했는데, 이를 중국 측이 노골적으로 방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중국은 한중 PMZ에 현재까지 대형 구조물 3개를 불법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해당 시설은 양식장과 어업 보조시설”이라고 해명했지만 거짓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수온 높은 서해에서 연어 양식?

    해당 수역에서 2022년 3월 한국 측이 처음 발견한 중국 구조물은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이다. 1982년 프랑스에서 건조돼 중동에서 석유시추선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선박으로 분류된 이 구조물에는 국제해사기구(IMO) 번호와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가 있다. IMO와 MMSI를 추적해보면 선박 소유주는 2015년 중국 국영기업 ‘산둥해운’에 인수된 미국 업체 ‘노던 오프쇼어’로 확인된다. 석유 시추업체인 노던 오프쇼어는 2021년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사들였다. 이상한 점은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이 2013년 덴마크에서 시추 설비가 제거되고 해상 숙소로 개조됐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추 설비가 없는 ‘깡통’과도 같은 해상 플랫폼이 먼바다에 덩그러니 설치된 것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보지만 여기에 중국 정부가 관여됐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해당 시설을 해상 전진기지로 쓰려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중국은 한중 PMZ에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설치한 뒤 인근에 선란(深藍) 1·2호로 명명한 대형 구조물을 2018년과 2024년 4월에 각각 추가로 설치했다. 현재 선란 3호 설치도 앞두고 있으며, 중국은 이런 해상 시설을 12개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선란의 제작·설치 주체는 중국 국영기업 ‘산둥해양그룹’ 자회사인 ‘산둥심해개발’이다. 해당 업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장하는 해양강국 건설 실현을 목표로 운영되는 곳이다.

    중국 정부와 산둥심해개발이 밝힌 선란 1·2호의 용도는 ‘심해 연어 양식’이다. 실제 선란 1·2호와 비슷한 시설이 노르웨이에 수출돼 연어 양식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그럴싸한 설명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어는 한해성(寒海性) 어종이다. 14℃ 미만에서 최소 18~20개월 이상 키워야 마리당 4~6kg의 상품성을 가진 연어를 출하할 수 있다. 연어는 15~16℃에서는 발육이 더디고 20℃ 안팎 수온에서는 폐사한다. 그런데 서해의 경우 여름철 표층 온도가 25℃를 가볍게 넘어간다. 심해 수온은 표층보다 통상 6℃가량 낮지만 여름에는 20℃까지 상승한다. 1년 이상 키워야 하는 연어가 제대로 자라기는커녕 폐사하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연어 양식이 어려운 해역에 초대형 구조물을 설치했다면 실제 목적은 다른 데 있을 것이다. 

    한중 PMZ 제2광구 석유·천연가스 매장 가능성

    공교롭게도 중국이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구조물은 모두 한중 PMZ 제2광구 외곽에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이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는 서해 대륙붕 해저광구에는 제1~3광구가 자리한다. 이 중 제2광구는 서해 여러 대륙붕 해저광구 가운데 석유 및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서해 공정’이 제2광구 장악을 위한 전진기지 확보인 것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중국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해양 구조물. 뉴시스

    중국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해양 구조물. 뉴시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유사시 한중 PMZ에 레이더·드론·미사일을 배치해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산둥반도 일대 군사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산둥성은 한반도에 대한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중국군 북부전구 관할 지역이다. 산둥성에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4개 항공여단이 배치돼 있다. 각각 웨이하이 다수이보에서 J-10C를 운용하는 제34여단, 웨이팡 주둔 J-16 운용 부대인 제15여단, 옌타이 라이산국제공항에 있는 JH-7A 전투폭격기 부대인 제14여단, 취푸 소재 J-20 스텔스 전투기 부대인 제55여단이다. 이들 전력만 해도 대단히 강력한 데다, 중국은 2022년부터 칭다오 주변에 대규모 비행장 2개를 추가로 건설했다. 

    칭다오 유치만(灣)에는 중국 북해함대 핵심 거점인 유치해군기지가 있다. 이곳은 중국 최초 항공모함(항모) 랴오닝의 모항이기도 하다. 중국은 여기서 서남쪽으로 약 33㎞ 떨어진 다창 지역 농지를 수용해 2400m 규격 활주로가 있는 비행장을 최근 완공했다. 이와 별개로 유치해군기지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 떨어진 시다오자오 일대도 간척해 3000m 규격 활주로가 있는 비행장을 완성했다. 다창 기지에는 최신 항모 푸젠에 배치될 해군항공대 제10여단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5월 초부터 J-15T 전투기와 KJ-600 항모 탑재 조기경보기의 비행 훈련이 포착되고 있다. 

    완공 단계에 접어든 시다오자오 기지에는 어떤 부대가 배치될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랴오닝성 싱청 해군항공기지에 주둔하는 제1해군항공단 함재기가 시다오자오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청에 해군항공기지가 들어선 이유는 이곳에서 가까운 다롄조선소에서 중국 첫 항모인 랴오닝 개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항모 건조 거점은 상하이, 운용 거점은 칭다오로 옮겨간 상황이다. 굳이 함재기 운용 거점을 항모가 있는 곳에서 500㎞ 넘게 떨어진 싱청에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싱청 기지에 있는 항모 함재기가 시다오자오의 새 기지로 옮겨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치해군기지는 이미 2개 항모 전단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상업용 위성 센티넬-2가 4월 하순 촬영한 유치해군기지를 보면 랴오닝 전용으로 쓰이던 대형 부두 말고도 여러 개의 부두와 정비·보급 설비가 건설되고 있다. 당초 푸젠 항모는 하이난 위린 기지에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이난에서는 항모 추가 배치를 위한 시설 증축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곧 실전 배치될 푸젠 항모는 하이난다오에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J-15T 함재기. GETTYIMAGES

    중국 J-15T 함재기. GETTYIMAGES

    中 신형 항모 푸젠, 북해함대 배치 전망

    중국 최초 ‘슈퍼 캐리어’ 푸젠은 동력기관은 구식이지만 기존 랴오닝·산둥보다 함재기 운용 효율은 훨씬 뛰어나다. 중국 항모로는 처음으로 미국식 사출기 이착함 방식(CATOBAR)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푸젠에는 기존 함재기 J-15보다 레이더·엔진·전자장비가 개선된 J-15T와 스텔스 전투기 J-35, 중국 최초 함재 조기경보기 KJ-600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4월 초 마무리된 7차 시범항해를 통해 함재기 이착함 평가를 마친 푸젠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취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푸젠 항모의 칭다오 배치에 앞서 해군기지와 비행장을 모두 정비했다. 푸젠과 함께 항모 전단을 구성할 055형 구축함과 052DL 방공구축함, 054B 신형 호위함도 북해함대에 추가로 배치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 공략을 최우선 안보 과제로 천명해왔다. 이에 따라 대만의 취약 지점인 남서 방면으로 공격해 들어갈 수 있는 남해함대 전력 강화를 중시했다. 그래서 푸젠 항모가 처음 진수됐을 때만 해도 남해함대에 배치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랬던 중국이 왜 푸젠 항모를 남해함대가 아닌 북해함대에, 그것도 이미 랴오닝 항모가 있는 칭다오에 배치하려는 것일까. 이는 중국공산당 수뇌부가 유사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서해를 먼저 요새화해야 전시에 베이징 국가지도부가 공격받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미국은 서태평양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일본 또한 해상자위대 함대 규모를 키우고 장거리 타격 자산을 급격히 강화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유사시 서해를 거쳐 베이징으로 날아드는 미사일·드론을 저지하려면 산둥반도의 해공군력을 강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중국이 한중 PMZ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이 구조물을 설치한 곳은 상선 항로 인근인 동시에 칭다오로 접근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곳은 국제법상 특정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해(公海)다. 하지만 중국이 이곳에 해상구조물을 여럿 설치할 경우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반경 500m를 ‘안전지대’로 선포하고 타국 선박의 통행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해당 해역을 사실상 영해처럼 통제할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그랬듯이, 중국이 해상 인공 구조물을 통해 서해 상당 부분을 내해화(內海化)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해양 구조물은 언제든 해상 요새로 변신할 수 있다. 

    필리핀 해군이 한국에서 구입한 호셀 리잘급 호위함.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필리핀명 ‘서필리핀해’) 영유권 분쟁에 대비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 제공

    필리핀 해군이 한국에서 구입한 호셀 리잘급 호위함.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필리핀명 ‘서필리핀해’) 영유권 분쟁에 대비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 제공

    오늘날 한중 PMZ의 토대인 한중어업협정은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1년 후 효력이 사라진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서해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도 중국은 한국의 동의 없이 암묵적으로 제2광구 일대를 시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일대에서 대형 유전이라도 발견되면 중국은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중어업협정을 파기하고 서해 내해화에 골몰할 것이다. 중국의 서해 침탈 시도가 이미 시작된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도 한국 조야는 별 관심이 없다. 

    동남아 국가들이 빚내서 한국산 군함 산 이유

    한국 해군은 유사시 중국과의 서해상 무력 충돌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서해를 방어하는 해군 2함대는 근거리 방어만 겨우 가능한 호위함 7척과 북한 구식 경비정을 잡는 데나 효과적인 고속함 7척 정도가 전력의 전부다. 이 정도 함대로 항모 2척과 대형 전투함 30척을 갖춘 중국 북해함대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가 중국의 ‘해양 공정’에 맞서 빚을 내면서까지 한국산 군함과 무기를 사갔다. 그럼에도 한국은 ‘K-방산 쾌거’를 자축할 뿐 동남아 국가의 안보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중국의 서해공정에 대응할 범국가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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