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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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의 도하일기

아랍인들은 왜 매사냥에 열광할까

카타르 전통 매시장과 매 전문병원 르포 … 권위와 부의 상징

  •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입력2019-03-0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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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도하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수크 와키프’에는 매를 파는 가게만 모여 있어 ‘매시장’으로 불리는 골목(작은 사진)이 있다. 이곳의 대형 매 판매 가게인 ‘수단트힐’에선 카타르뿐 아니라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에서 온 매도 팔고 있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카타르 도하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수크 와키프’에는 매를 파는 가게만 모여 있어 ‘매시장’으로 불리는 골목(작은 사진)이 있다. 이곳의 대형 매 판매 가게인 ‘수단트힐’에선 카타르뿐 아니라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에서 온 매도 팔고 있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카타르 수도 도하의 중심가 코니시로드(해변도로) 한쪽에 있는 전통시장 수크(Souq·아랍어로 ‘시장’이란 뜻) 와키프. 사막 모래 색깔의 야트막한 전통 양식 건물들이 미로처럼 들어서 있는 이곳은 마천루가 가득한 도하 도심에서 가장 ‘옛날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장소로 꼽힌다. 수크 와키프는 향신료, 시샤(물담배), 공예품, 카펫, 전통의상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이뤄져 있다. 

    많은 카타르인은 수크 와키프에서 가장 특별한 구역으로 ‘매시장’을 꼽는다. 이곳에는 ‘수크 와키프 매 병원(SWFH)’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매 관련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2월 21일 오후 수크 와키프의 매시장에서는 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매를 파는 가게에서 매를 보고 있거나, ‘매 눈가리개’와 ‘매 장갑’을 둘러보는 사람도 많았다. 

    14년째 매를 팔고 있는 매 판매점 ‘아시다’의 아흐메드 다루시 씨는 “아랍인에게 매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자연과 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며 척박한 사막생활을 함께 해온 친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매를 길들여 사냥했지만 그 전통이나 문화가 아랍권만큼 강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랍인에게 매는 특별한 동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과거 사막 생활에서 매는 고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매를 이용해 토끼와 비둘기를 사냥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富)와 권위를 상징하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통상 많은 매를 길렀다. 아랍권에선 매에 대한 이야기와 전설도 많다. 아랍어에는 매와 관련된 용어가 최소 1500개가량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동지역의 스포츠 혹은 엔터테인먼트 TV채널에선 매 관련 프로그램을 쉽게 볼 수 있다.

    의료진만 45명 갖춘 최첨단 전문병원까지

    ‘수크 와키프 매 병원(SWFH)’의 의료진이 내시경을 통해 매의 소화기관을 검진하고 있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수크 와키프 매 병원(SWFH)’의 의료진이 내시경을 통해 매의 소화기관을 검진하고 있다.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카타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를 기르고, 이들을 아끼는지는 SWFH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매만 전문적으로 돌보는 의료진이 45명에 이른다. 동시에 매의 습성, 번식, 질병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수술실, 엑스레이실, 내시경, 유전자증폭검사(PCR) 기기, 최신 현미경까지 갖추고 있다. SWFH 측은 “규모와 수준 면에서 국제적으로 최고의 매 전문병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료실에서는 매를 마취시킨 뒤 내시경을 통해 식도와 위 등 소화기관을 점검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보였다. 옆 진료실에서는 최근 여러 차례 사냥을 나갔다 상한 매의 부리와 발톱을 의료진이 기계를 이용해 갈고 있었다. 엑스레이실의 의료진은 다리가 골절된 매의 사진을 판독하고 있었다. 

    큰 부상 혹은 병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장기적으로 치료가 필요해 입원 중인 매를 둘러보던 아흐메드 이브라힘 수석수의사는 “한창 매사냥 시즌이라 병원을 찾는 매도 많다”며 “입원 중인 매들은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료진이 24시간 집중 관리한다”고 말했다. 

    매사냥 시즌(더위가 가셔 사막 활동이 가능한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직전인 8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매달 평균 3000~4000마리의 매가 SWFH를 찾는다. SWFH는 카타르 정부가 지원하는 ‘국립병원’이다. 이브라힘 수석수의사는 “정부가 SWFH를 운영한다는 건 매 기르기를 중요한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매 병원’과 ‘두바이 매 병원’의 경쟁관계를 의식해 카타르 정부가 SWFH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매 병원도 다양한 매 치료 및 보호 활동으로 이름이 나고 있다. 

    SWFH 근처의 매 판매 가게들에서는 눈가리개가 씌워진 채 30~50cm 높이의 나무판에 앉아 있는, 가게당 수십 마리의 매를 볼 수 있었다. 눈가리개를 씌우는 건 매들이 낯선 사람을 보고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 농장에서 태어난 1~2세(매 수명은 평균 15년)의 어린 매들이었다. 카타르산 매도 있지만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에서 온 매도 많았다. 유럽산 매도 소수지만 있었다. 

    가격은 2000~5만 카타르리얄(약 62만~1545만 원)까지 다양했다.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수크 와키프 매시장에서 20만 파운드(약 2억9213만 원)를 넘는 가격에 판매된 매도 있다. 농장산 매가 사람에게 익숙해 길들이기 수월하지만, 가격은 보통 자연산 매가 더 비싸다.

    마리당 3억 원 육박하기도

    매 먹이로는 주로 생닭다리가 제공된다. 매 가게 ‘아시다’의 직원이 손님에게 눈처럼 흰 매를 소개하고 있다(작은 사진).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매 먹이로는 주로 생닭다리가 제공된다. 매 가게 ‘아시다’의 직원이 손님에게 눈처럼 흰 매를 소개하고 있다(작은 사진).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매 판매 가게인 ‘수단트힐’에서 매에게 먹이(생닭다리)를 주고 있던 한 직원은 “가격이 비싼 매와 싼 매의 차이 가운데 하나는 식사 횟수”라며 “보통 비싼 매는 하루에 두세 번 먹이를 주지만, 싼 매는 한 번만 준다”고 말했다. 

    매 가게에선 차를 마시며 매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매 주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실상 마즐리스(아랍어로 ‘앉는 장소’를 뜻하는 일종의 사랑방)인 셈. 이곳에서 서로 기르고 있는 매들과 좋은 매사냥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매 10마리를 기르고 있는 가넴 알 쿠와리 씨는 매사냥을 카타르뿐 아니라 이국에서도 즐긴다. 풍광이 아름답고, 매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예멘(전쟁 발발 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매사냥 여행을 다녔다. 그는 “매사냥을 나갈 때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며 “매 기르기는 전통문화를 지키는 활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 기르기는 고급 취미다. 매 가격도 비싸고, 키우고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매 기르기는 중동 산유국 중에서도 재정이 넉넉해 국민 복지가 잘돼 있는 카타르, 쿠웨이트, UAE에서 상대적으로 더 활성화돼 있다. 

    전통문화를 지키는 목적 못지않게 자기과시형 의미가 매 기르기에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카타르, 쿠웨이트, UAE 현지인은 어릴 때부터 대부분 전통의상을 입는다. 여기에는 자신의 정체성과 신분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매 기르기 역시 이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를 비롯해 중동 부국에선 매의 외모와 사냥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도 열린다. 또 많은 매 마니아들이 이런 대회에 경쟁적으로 참가한다. 

    카타르에 거주하는 한 팔레스타인인은 “중동 부국에서 유독 매 기르기가 인기인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전통적이며 특별한 취미라는 자기과시 목적도 있다”며 “다른 사람 혹은 부족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집과 마즐리스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세형_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카타르 도하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조사정책연구원(ACRPS)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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