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01

..

원/달러 환율 저점 지났다

美 고용 둔화에도 경기 회복 기대감 증가… 연말 1400원 수준 전망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5-08-12 09:00:0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최근 원/달러 환율이 미국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1400원대까지 상승했다(그래프1 참조). 4월 이후 미국 자산의 신뢰도 약화 우려가 제기되며 달러화의 추세적 약세 전환 가능성이 부각됐는데,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면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일단 미국달러화는 연말로 갈수록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가 형성되며 우상향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분기 중에는 현 수준에서 강세 폭이 추가로 확대되기보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화 가치) 기준 90 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잔존 관세협상 불확실성(특정 품목, 중국 등)과 미국 노동시장 둔화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대미(對美) 투자 관련 세부 내용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협정 이행 과정에서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며, 중국과의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의약품 등 특정 품목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 이는 미국 실물경제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지연하며 달러 방향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에 따른 물가 충격은 제한적

    연준의 통화정책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관세 충격의 윤곽이 좀 더 명확해지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마련돼야 기업, 가계, 금융시장이 이후 행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는 단기적으로 공급 측 요인을 통해 재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데, 현재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공급망 압력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달리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관세는 공급망 훼손보다 비용 전가 주체(기업 vs 소비자)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기업들이 이익 마진을 일부 희생하거나 재고 소진을 통해 가격 전가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관세에 따른 물가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는 혼재된 흐름이 나타났다. 상품 물가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거비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물가는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부 충격이 제한적일 경우 수요 둔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로가 관세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노동 수요 역시 둔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7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결과를 나타냈다. 비농가 신규 고용은 7만3000건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0만 건 초반)를 크게 밑돌았다. 이전 두 달간 고용 수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는데 6월 고용은 14만7000건에서 1만4000건으로, 5월 고용은 14만4000건에서 1만9000건으로 각각 수정됐다. 두 달 합산 약 25만8000건이 줄어든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폭의 고용 하향 조정이다. 이로써 비농가 신규 고용의 3개월 이동평균은 3만5000건에 불과해 지난해 월평균 약 18만 건과 비교하면 현저히 둔화된 모습이다. 7월 민간 고용도 8만3000건 증가에 그치며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7월 미국 실업률은 4.2%로 전월(4.1%) 대비 소폭 상승했으며(그래프2 참조), 경제활동참가율은 62.2%로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 이는 노동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실업률이 상승한 것으로, 노동 수요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된다. 고용률 역시 59.6%로 전월(59.7%) 대비 소폭 하락하며 민간 고용 부진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연준 금리인하는 중립금리 수준에 머물듯

    구인율 하락과 낮은 채용률 역시 노동시장 모멘텀 약화를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결정을 지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 수요는 당분간 추가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급격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지만 연준이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경우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연준은 올해 하반기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한 기대감은 단기적으로 미국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경기 위축에 대응한 급격한 통화정책 완화라기보다 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을 자극하거나 억제하지 않는 균형 금리)보다 높은 제약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중립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따라서 연준이 하반기 중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인하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미국달러화가 연말로 갈수록 다시 강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연내 저점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말에는 1400원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단기적으로 달러화 약세 압력, 한미 무역협상에 따른 원화절상 압력,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중에는 130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1400원대에 안착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