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6월 20일 3년 5개월 만에 3000 선을 돌파했다. 동아DB
이 같은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6월 3일 대선 이후 출범한 신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기인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상법개정안,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대한 기대가 허니문 랠리(새 정부가 출범할 때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사회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하는 현상) 주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만약 이번 정책이 한국 증시를 만년 저평가에서 벗어나게 하는 실질적인 촉매 구실을 한다면 본격적인 리레이팅(재평가) 및 지수 레벨업(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5년 내 코스피 5000포인트) 계기가 될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세, 환율도 주가 상승 견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코스피 순매도(누적 -38조 원)를 기록한 외국인이 5월 이후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6월 한 달 동안 5조 원대라는 공격적인 순매수세를 보이며 코스피 급등을 견인하고 있다. 사실 단기간에 이렇게 주가가 급등하면 한국 증시 진입에 부담이 될 법하지만 이들 입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수급 빈집이다.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은 6월 20일 기준 31.4%로, 직전 바이코리아 장세(2023년 11월~ 2024년 7월)의 평균 지분율 32.8%, 2010년 이후 평균 지분율 33.4%, 2020년 이후 평균 지분율 32.4%를 하회하고 있다. 외국 증권사가 거버넌스 개선, 내수 부양 등 정책 모멘텀에 주목하면서 투자의견을 한국 증시 비중 확대로 선회했다는 점도 외국인투자자에게 한국 증시 매수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역시 선순환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 시 원화절상 용인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대선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 완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기대 등으로 환율이 1350원대에서 하향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스피 3000포인트 진입의 핵심 엔진은 오늘날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보유하지 못한 정책 모멘텀(상법개정안,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 부양 등)을 한국 증시는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한동안 PBR(주가순자산비율) 0.8~ 0.9배 레벨에 머물러 있던 코스피는 6월 말 현재 PBR 1.0배에 진입했다. PBR 1.0배는 시가총액이 장부상 가치와 일치하는 기준점인 만큼, 앞으로 시장 참여자의 관심은 1.0배 레벨에서 얼마나 더 상승할지에 쏠릴 것이다. 일단 투자심리 상으로는 분위기가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기에 주가가 3000포인트보다 높게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는 것이 적절하다(그래프1 참조).

과거 추세적 강세장 진입 성공 5차례뿐
다만 지금부터는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현실화될지가 중요하며, 이것이 한국 증시 상승 모멘텀의 지속성을 결정할 것이다. 주가 모멘텀의 지속성은 이익 성장과 매크로 환경에 달렸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시기는 총 11차례 있었고 기술적 강세장 진입 이후 1개월, 6개월, 12개월 평균 수익률이 각각 0.7%, 8.1%, 16.3%를 기록하기도 했다(그래프2 참조).하지만 2001년 11월, 2003년 4월, 2004년 10월, 2008년 11월, 2020년 3월 등 5차례만 기술적 강세장에서 추세적 강세장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을 뿐, 그 외 나머지 기간에는 실패했다. 이익 모멘텀이 가속화하거나 이익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확산하지 않는 한 주가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현 시점은 이익 전망이 하향하고 있는 구간이다.
결국 아무리 한국 증시가 여타 증시에는 없는 고유의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이라는 재료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이익, 관세,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펀더멘털과 대외 변수를 계속 도외시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그것에 이은 미국의 개입과 휴전 발표 등을 볼 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물론, 7월 8일 상호관세 유예 만료를 앞두고 트럼프의 관세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편이다. 7월 중순부터는 기업 실적 시즌도 대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이벤트를 순조롭게 치르고 나서야 코스피가 추가 레벨업이 가능하리라는 전제를 가지고 한국 증시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