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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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 확대 호재 두산에너빌리티, 시가총액 10위 기염

‘SMR 육성’ 새 정부 국정 과제… 가스터빈 경쟁력도 세계적

  •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6-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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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5일(현지 시간) 체코 플젠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증기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3월 25일(현지 시간) 체코 플젠에 있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증기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명품백 산 셈 치고 들고 간다. 에너지 패권 전쟁을 시작하면 지금이 저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이 고점 같은가. 나도 2만 원 중반대가 고점인 줄 알았다.”

    6월 18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 글들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력 수요 증가와 SMR(소형모듈원전) 수주 기대가 겹치면서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10위에 올랐다. 올해 초 11조 원대였던 시총은 6개월 만에 3배 이상인 35조 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말 1만8000원이던 주가는 6월 18일 6만1000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서만 238%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SMR 수출 본격화하나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는 원전 수주 모멘텀이 가장 먼저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에서 우선사업자로 4월 최종 선정됐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핵심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26조 원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성사된 대규모 해외 원전 수출이기도 하다. 6월 5일 체코 수주 성사 발표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전 기업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체코 테믈린 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계획이 확정될 경우 이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글로벌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원전 수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혜영 KB증권 연구원은 “SMR 시장은 미국 정부의 인허가 기간 단축 기조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도 주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대통령은 SMR 육성 및 차세대 원전 개발을 국정 과제에 포함했으며, 해외 수출 확대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현재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5개국뿐이다. 이 중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및 유럽과의 갈등으로 제약을 받고 있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5월 15일(현지 시간) “한국은 엔지니어링, 건설, 유틸리티, 금융 등 민관 협업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며 “발주국 입장에서는 하나의 통일된 창구와 상대하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이후인 6월 11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가진 첫 통화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시금석”이라며 “양국 간 협력이 원전을 넘어 첨단산업, 인프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공약 때문에 원전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하되, 원전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다”며 ‘에너지 믹스’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 유일 가스터빈 독자 개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뿐 아니라 가스터빈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자체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올해 들어 총 5건, 약 4조3000억 원 규모의 해외 가스복합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터빈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버 수천 대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가스터빈은 고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설비다. 현재 전력 수요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지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용량은 63.4GW(기가와트)였지만, 2029년 전망치는 112.3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5년 만에 약 77%가 증가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스터빈 사업을 두산에너빌리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평가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380MW(메가와트)급 대형 가스터빈을 제작할 수 있는 후발 주자지만, 글로벌 3사(미국 GE, 독일 지멘스에너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보다 납기 일정이 2년 이상 빠르다”며 “미국의 주요 데이터센터 개발사들과 공급계약을 논의 중이고,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수주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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