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유럽연합(EU)에 부과하기로 한 50% 관세 시행 시기를 7월 9일로 연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그럼에도 관세·금리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관세와 관련해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관세 리스크를 주입하고 있다. 그는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현재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6월 1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한편, 애플과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해외 생산 품목들에는 25%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美 국가 신용등급 강등, 과거만큼 충격 크지 않아
더군다나 미국과 중국이 관세 유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해도 ‘관세전쟁 조기 종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에 대한 관세율 10%가 여전히 발효되고 있는 데다, 이번 관세 합의에 자동차, 철강,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유예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2018~2019년 트럼프 1기 무역분쟁 당시 ‘양국 간 휴전 합의→취소 및 관세 인상→재합의’ 과정을 반복했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관세 리스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EU, 애플·삼성전자에 대한 관세 발언은 협상용 레버리지 수단일 것으로 보인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대다수 아시아 국가는 좋은 제안을 하는 반면, EU는 각 회원국 간 집단행동 문제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플·삼성의 반도체, 정보기술(IT) 품목과 관련해서도 실제 관세를 부과한다기보다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금융시장도 2월부터 4월까지 트럼프의 관세 리스크에 여러 차례 노출되는 과정에서 내성과 학습 효과가 생겼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중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한 7월 9일까지 관세 뉴스 흐름이 중간 중간 증시에 제약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겠지만 방향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 제한적인 변동성만 유발하리라는 기본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도 시장 참여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먼저 5월 중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은 직접적인 충격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2011년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 2023년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가 부진세가 2개월 연속 이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주가 부진이 장기화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는 강등 속도, 매크로, 실적 환경이 상이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재정적자 확대, 美 지위에 대한 의구심 키워
2011년 8월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부채한도 협상 직후 사흘 만에 기습적으로 단행됐고 미국 신용등급이 사상 최초로 강등된 사건이었던 만큼 주가 폭락이 불가피했다. 또한 당시 주가 부진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전 세계 교역과 기업 이익 둔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2023년 8월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또한 등급 전망 하향 2개월 뒤에 이뤄졌으며, 이미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를 경험한 전력이 있어 급락 정도는 2011년 8월에 비해 크지 않았다. 이후 저점까지 확인하는 데 50거래일 이상 걸리긴 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 및 고금리 장기화 부담, 국내 2차전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후 주가 폭락 파급 효과 등 신용등급 강등 이외의 하방 요인도 작동했다.

또한 트럼프가 실행하겠다고 마음먹은 메가빌 법안(감세안)의 경우 10년간 2조5000억 달러(약 3430조7500억 원) 이상이라는 막대한 재정지출을 예고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정치권과 금융시장의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22일 미국 하원은 해당 감세안을 1표 차이로 통과시켰으며, 감세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면 재정건정성 악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감세안의 최종 통과까지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공화당이 53석으로 우위를 점한 상원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며, ‘상원의 일부 수정안 제시→하원 재표결→상원 표결→트럼프 서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6~7월 초까지는 관세 협상 진행 과정,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보여줄 스탠스 변화, 각종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관세 여진 등 관련 노이즈들이 주가,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방향성을 부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