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난해 8월 13일 미국 대권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How does your student loan debt make you feel?”
(학자금 대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Tell us in 3 ○○○○○s or less.”
(세 개 이하 ○○○로 답해주세요.)
#2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5월 13일 국내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트위터를 통해 ○○○를 공개했다.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Billboard)’는 즉각 이 소식을 보도하며 ‘방탄소년단은 케이팝(K-pop) 아티스트 중 2015년 한 해 트위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글로벌 뮤직 트렌드를 이끈 팀으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3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가 ○○○를 제작해 공개했다. 핀란드 상징인 사우나, 노키아 휴대전화, 헤드뱅어(록음악에 심취한 사람) 등 세 종류였다.
위의 ○○○○○ 또는 ○○○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단어는 뭘까. 위 사례에서 보듯 이미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정치·사회는 물론 문화산업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트렌드. 정답은 영어로는 ‘emoji’, 한글로는 ‘이모지’다.

8282 → ^^; →
한국인은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구분하지 않고 보통 이모티콘으로 통칭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키보드에 존재하는 문자와 기호 등을 조합해 만든 이모티콘과 상형문자 이모지를 구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 이모티콘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140바이트 제약이 있던 시절 집단지성의 결과로 생겨났다. 사람들은 짧은 글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자 단어를 압축 및 생략했고, 점차 자음 2개만으로 감정을 드러내거나(ㅋㅋ, ㅎㅎ), 긍정과 부정을 나타냈으며(ㅇㅇ, ㄴㄴ), 이내 문자로 표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보면 유치하지만 한때 꽤나 즐겨 사용했던 (^_^) (〉_〈) (o_o) (-_-) (@_@) (-_-;) 등이 바로 이모티콘이다. 창의력이 꿈틀대던 누리꾼들은 이후 키보드 문자를 이리저리 조합해 케이크를 만들고, 생일초를 만들고, 하트를 만들고, 산타클로스를 만들고, 복주머니를 만들기도 했다. 모두 옛날이야기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더불어 이모티콘이 쇠락하고 이모지 시대가 열렸다. 처음엔 ‘옐로 스마일(yellow smile)’류가 주를 이루다 카카오와 라인 등 인기 SNS를 통해 야무지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이모지가 인간 감정을 글보다 훨씬 리얼하게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삐삐에 8282(빨리빨리), 1010235(열렬히사모), 0404(영원히사랑해), 1004(천사), 0027(땡땡이침) 같은 숫자 암호를 보내며 낄낄대던 때가 아련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모지의 득세는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사전 편찬위원회’(편찬위)가 ‘올해의 단어’로 ‘the Emoji-Face with Tears of Joy’를 선정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녀석이다.
편찬위가 ‘올해의 단어’로 문자가 아닌 그림을 택한 건 2006년 미국 시사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한 것만큼이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타임’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개인미디어의 급성장을 조명하며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택했다. 지난해 편찬위 역시 이모지의 사회적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캐스퍼 그래스워홀 편찬위 회장은 당시 ‘올해의 단어’ 선정 이유를 밝히며 “강렬한 시각 효과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알파벳 같은 기존 문자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이모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