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가우디의 예술혼이 담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바르셀로나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도시다. 한 도시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가우디의 ‘열정’과 ‘꿈’이 가득한 도시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 독특한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성가족 대성당)뿐 아니라 구엘 공원과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그의 독특한 건축물이 바르셀로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성당
백미 중 백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이 성당은 가우디가 1882년 3월 19일 공사를 시작해 세상을 떠난 1926년 이후에도 작업이 이어졌다. 36년 시작된 스페인 내전 기간에 중단됐다가 50년대 재개한 공사는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들어하던 가우디가 자신의 부를 모두 버리고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건축한 건물로, 그의 열정과 철학, 혼이 담겼다.
“언제 이 성당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까.”
“이 성당 건축 의뢰인은 하나님인데, 그분은 무척 가난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영생하는 분이니 바쁜 분이 아닙니다. 쉬엄쉬엄 지어도 큰 문제가 없죠.”
생전에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우디가 한 말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건물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당신이 짓고자 하는 건축의 이상은 무엇입니까.”
“저기 보이는 나무가 나의 가장 좋은 건축 표본이자 스승입니다.”
가우디가 스승으로 삼고 표현하려 했던 자연. 성당 안은 성당이라기보다 마치 거대한 숲을 옮겨놓은 듯 외관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나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성당 기둥들은 처음엔 하나로 올라가다 천장 가까이 가면 여러 갈래로 나뉜다. 하나의 기둥에서 나뭇가지처럼 기둥이 갈라짐으로써 각 기둥이 감당해야 하는 지붕 무게가 훨씬 줄어드는 원리다. 그리고 하늘 높이 뻗은 나뭇가지 모양의 기둥 사이로 은은한 빛이 들어와 성당 안 곳곳을 빠짐없이 비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왼쪽)와 외부.
앞으로 정문에 조각이 새겨질 테고, 중앙에 큰 첨탑 2개와 그 주변에 탑 4개가 더 세워질 것이다. 성당 외벽은 예수 탄생과 죽음, 부활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뉘어 조각됐는데 동쪽에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cade), 남쪽엔 영광의 파사드(Glory Facade), 그리고 서쪽엔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cade)가 있다. 각 파사드(건물 앞면)마다 믿음, 소망, 사랑을 의미하는 문 3개가 있으며, 그 위에는 2개씩 짝을 이룬 탑 4개를 세웠다. 완성되면 탑은 모두 12개가 되는데, 이는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특히 탄생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유일하게 대부분을 완성한 것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유년 시절까지를 조각해놓았다. 예수를 둘러싸고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우디는 이를 통해 기쁨과 슬픔, 선과 악 등 삶을 묘사하고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기 삶을 비춰보며 선하게 살기를 원했다.
놀라운 것은 이 조각 속 인물들이 가우디의 주변 사람과 여러 곳에서 찾은 사람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다. 현재 동쪽 탄생의 파사드와 서쪽 수난의 파사드가 완성된 상태로, 수난의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와 비교된다. 탄생의 파사드가 사실적이고 섬세한 곡선 조각이라면 수난의 파사드는 다소 파격적이고 직선적이다.
차가운 돌에 새긴 따뜻한 마음
가우디의 자연친화적 건축 정신이 잘 드러나는 구엘 공원.
그리고 얼마 후 수비라치는 가우디의 건축이념을 따르면서도 단순하고 추상적인 자신만의 스타일로 수난의 파사드를 완성했다. 최후의 만찬을 나누는 장면도,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도 모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그리고 감동적인 사실 하나는 수비라치가 조각에 가우디 모습을 새겨 넣어 자신이 존경하는 건축가가 성당의 일부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차가운 돌에 따뜻한 마음을 함께 조각한 그들이 부럽다.
1926년 6월 7일 평소처럼 산 펠립 네리 광장으로 산책을 나섰던 가우디는 광장으로 가려고 교차로를 건너다가 마주 오던 전차를 미처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사흘 후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31세에 시작해 43년의 시간을 바치며 매진했음에도 그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성은 보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의 일생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묘지에 묻혔다.
오직 건축을 위해서만 살았던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가우디는 결국 이루지 못한 미완의 꿈속에 그렇게 영원히 잠들었다. 하나의 도시를 아름답게 재창조한 건축가 가우디의 열정이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축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건물은 아직 살아 움직인다. 도시 한가운데 우뚝 선 채 도시를 상징하고 도시의 가장 큰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바르셀로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엄하고 웅장한 건물은 가우디의 꿈을 이루려는 후대 건축가들 손에 의해 언젠가 완성될 것이다. 아마도 2026년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상상한 대로 이뤄지는 ‘완벽한 미완성’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나는 한참을 홀린 듯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