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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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에서 Z세대 유행 발견하는 법

[김상하의 이게 뭐Z?] 그림으로 결제하고 회사 부수기가 릴스 리포트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11-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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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릴스에선 팔로어들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으로 유행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내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관심사는 물론, 지금 사람들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도 한눈에 보인다.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면 이번 주 릴스에서 Z세대가 좋아요를 누른 영상들을 살펴보자.

    돈 대신 그림을 지불하는 동대문만물미술트럭. 인스타그램 ‘geunsungc’ 계정 캡처

    돈 대신 그림을 지불하는 동대문만물미술트럭. 인스타그램 ‘geunsungc’ 계정 캡처

    #돈 대신 그림 받습니다

    3년 전 의류 브랜드 ‘김씨네 과일가게’가 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마스 트럭에서 과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파는 콘셉트는 레트로한 감성과 위트를 모두 챙긴 기획이었다. 그 뒤를 이을 새로운 트럭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동대문만물미술트럭’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문을 열었던 이 트럭은 작가가 직접 100만 원을 인출해 다양한 물건 100개를 구매한 뒤 판매하는 만물상이다. 특이한 점은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고, 도화지에 그 물건을 그린 그림으로 지불하면 된다. 

    이 미술트럭은 ‘2025 동대문페스티벌’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천근성 작가가 기획했다. 돈 대신 그림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하루짜리 예술시장이라 10월 18일 하루 동안만 운영됐다. 물건 99개가 판매 완료.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참여자 스스로 예술의 일부가 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천 작가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날의 운영 영상이 남아 있다.

    자녀로부터 갤럭시 워치 받는 방법을 강의하는 유튜브 ‘김종구채널’의 김종구 씨. 인스타그램 ‘bellnine59’ 계정 캡처

    자녀로부터 갤럭시 워치 받는 방법을 강의하는 유튜브 ‘김종구채널’의 김종구 씨. 인스타그램 ‘bellnine59’ 계정 캡처

    #아저씨가 한 수 알려준다

    Z세대는 요즘 ‘시니어 셀럽’에 주목한다. 박막례 할머니를 시작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개성 넘치는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와 쇼츠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친숙함도 있지만, 배울 점도 많고 유쾌하기까지 한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Z세대 릴스에서 가장 뜨거운 시니어 크리에이터는 ‘김종구채널’을 운영하는 김종구 씨다. 게시된 쇼츠는 4개뿐이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9만3000명을 넘는다. 김 씨의 콘셉트는 Z세대 인기 크리에이터 ‘준빵조교’와 닮았다. 자녀에게 갤럭시 워치를 선물 받는 방법, 아내에게 낚싯대를 걸렸을 때 대처하는 방법, 조기축구 형님에게 예쁨을 받는 방법 등 현실감 넘치는 주제들로 강의 형식의 영상을 올린다. 화이트보드와 칠판까지 배치해 진지하게 강의하는 모습은 마치 실제 강연처럼 보인다. “팔로우 해주시면 숨이 덜 차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는 고정 댓글도 센스 있다.

    이 영상을 본 준빵조교 역시 ‘아빠한테 갤럭시 워치 안 사주는 법’이라는 영상을 올리며 역공을 펼쳤고, 김 씨는 다음 영상에서 갤럭시 워치 3개를 차고 등장해 응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유의 장난스러운 티키타카가 Z세대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했다. 아무래도 이번 갤럭시 워치 대전의 승자는 김 씨인 것 같다.

    회사 건물을 몰래 부수는 콘셉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 ‘office_breaker’ 계정 캡처

    회사 건물을 몰래 부수는 콘셉트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 ‘office_breaker’ 계정 캡처

    #회사를 몰래 부수는 사람들

    최근 릴스에는 무언가를 몰래 조금씩 부수는 영상이 올라온다. 유행의 시작은 ‘도른자’ 계정(@office_breaker)이다. 그는 회사 몰래 건물을 조금씩 파괴하는 영상을 올려 조회수 640만 회를 기록했다. 물론 실제로 무너지는 건 아니다. 벽을 손바닥으로 툭 치거나 주먹으로 쾅 두드리는 정도다.

    이 계정의 특징은 매일 한 편씩 영상이 올라온다는 점이다. 11월 5일 기준 16일 차 영상까지 연재 중이며, 부수는 방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신발을 던지거나 물에 젖은 휴지를 투척하는 등 소심하지만 창의적인 파괴 루틴을 이어간다.

    이 콘텐츠가 인기를 얻자 패러디 릴스가 쏟아졌다. 사장님 차 부수기, 지도교수 연구실 부수기 등 각자 일상에서 소소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콘셉트로 확산됐다. 단순한 장난 같지만 ‘회사 몰래’라는 설정과 리듬감 있는 편집, 반복되는 형식이 중독성 있다. SNS를 운영하는 회사나 마케터라면 자신들의 세계관에 맞춰 한 번쯤 패러디해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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