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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익선동 한옥마을 독닙료리집

독립운동가들의 식탁이 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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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19-06-28 17: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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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운동도 배가 불러야 하는 거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에서 독립운동가 ‘속사포’의 대사다. 독립운동가들의 출생이나 활동, 죽음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독립운동이라는 명패를 벗은 이들의 삶은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자리한 ‘독닙료리집’은 독립운동가들의 식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 식당으로, 신한금융그룹의 공익법인 신한희망재단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열었다. 100년 전 독립투사들이 즐겨 먹던 한 끼를 현대화했다. 원래 이곳에서 영업하던 식당 ‘르블란서’를 빌려 6월 18일부터 7월 21일까지 약 한 달간 기간제로 운영된다. 6월 26일 백범 김구 선생 서거 70주기를 맞아 ‘독닙료리집’을 찾았다.

    작은 임시정부 ‘독닙료리집’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독닙료리집’ 내부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김우정 기자]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독닙료리집’ 내부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다. [김우정 기자]

    식당 안은 개량 한옥촌이던 익선동의 분위기를 살려 내부를 고친 모습이었다. 서빙하는 직원들의 의상도 눈에 띄었다. 검은색 바지에 요즘은 보기 힘든 멜빵과 단색 셔츠 차림으로, ‘모던보이’ 느낌이 물씬 났다. 

    안 그래도 이색 나들이 장소로 유명한 익선동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이라 이미 입소문이 퍼진 것 같았다. 오후 6시가 되기 전 식당을 찾았는데 34개의 좌석이 거의 다 차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독립운동가는 안중근 선생이었다. 그가 중국 하얼빈에서 즐겨 먹은 음식은 돼지고기 튀김. 그곳 직원의 귀띔에 따르면 이를 재해석한 ‘꿔바로우’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혼자 왔다며 다른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김구 선생이 드신 담백한 주먹밥 ‘쫑쯔’에 돼지고기 김치찜도 잘 어울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돼지고기 김치찜은 김구 선생의 모친 곽낙원 여사가 자주 만들던 음식이다. 추천대로 주문했다. 김구 선생이 즐기던 한 상을 받는다니, 시간을 거슬러 겸상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외에도 지복영 선생의 간식인 ‘총유병’, 임시정부 요인들의 반찬 ‘납작두부볶음’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식사 후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현장에서 20% 할인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 이용 금액의 일부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금으로 쓰인다. 


    ‘독닙료리집’ 외부의 모습. [김우정 기자]

    ‘독닙료리집’ 외부의 모습. [김우정 기자]

    ‘독닙료리집’ 프로젝트의 총괄기획을 맡은 서영민 신한금융그룹 브랜드전략팀 팀장은 “독립운동가나 그 가족들이 남긴 일기 등의 사료를 바탕으로 실제 그들이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 파악했다. 다만 기록에는 음식 이름만 나와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요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조리 방법도 알 수 없기에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현했다. 손님들이 맛있게 식사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의 뜻도 상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문을 마치자 직원이 다시 와 바구니 하나를 건넸다. 바구니에는 작은 두루마리들이 들어 있었다. 식사가 나오기 전 하는 ‘밀서’ 이벤트였다. 두루마리는 임시정부의 ‘비밀지령’. 하나를 골라 펴보자 ‘수행 임무’가 나온다. ‘독닙료리집 현장 사진과 함께 아래 단어들을 보고 공통적으로 관련 있는 단어를 적어 인수타구람(인스타그램)에 게시하시오. 상하이, 김구, 독립신문, 1919년.’ 직원은 임무를 완수하면 ‘작은 선물’도 있다고 알려왔다. 작은 선물은 추억의 간식인 ‘눈깔사탕’으로 식후 입가심에 제격이었다. 

    밀서를 읽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식탁에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은 냉국. 김치찜을 주문하면 공깃밥과 함께 나오는 메뉴다. 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이 즐겨 먹던 ‘조선식 냉채’를 재현한 음식이다. 맑은 국물에 미역과 채 썬 양파, 어슷 썬 청양고추가 떠 있었다. 시큼한 냉국을 기대했지만, 식초 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간도 심심한 편이라 단숨에 들이켜기에 부담 없었다.

    ‘김구 선생의 한 상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이어서 ‘쫑쯔’가 나왔다. 중화 만두가 들어 있을 법한 작은 대나무 찜기를 열자 하얀 김과 함께 대나무향이 퍼졌다. 찜기 안에 대나무 잎으로 감싼 주먹밥이 보였다. 조금 식혀 대나무 잎을 벗겨내니 옅은 갈색의 밥이 나왔다. 찹쌀을 썼는지 주먹밥이 잎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 입 베어 물고 나니 입안에 닭고기의 감칠맛과 호두의 고소함이 가득 들어찼다. 식감은 보통의 주먹밥보다 약식에 가까웠다. 

    마지막으로 나온 메뉴는 김치찜. 곽낙원 여사는 버려진 배춧잎을 주워 만들었다지만, 올라온 음식은 푸짐했다. 작은 배추 반 포기 정도의 김치와 삼겹살이 들어 있었다. 오래 익힌 김치는 젓가락질이 거의 필요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긴 시간 김치와 함께 익은 삼겹살에는 신 김치의 풍미가 물씬 배어 있었다. 

    식당 한켠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관련 물품이 전시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방문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종의 포토존. 김구 선생이 입었을 법한 검은색 두루마기와 둥근 뿔테 안경 등 다양한 소품도 구비돼 있었다. 

    방문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친구 2명과 함께 식당을 찾은 홍서희(31·여) 씨는 “원래 이 자리에 있는 레스토랑(르블란서)을 찾아왔다. 모르고 왔지만 독립운동을 기린다는 취지가 좋은 것 같다. 독립운동가들이 즐겨 먹었다는 음식도 만족스럽다.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 맛도 좋다. 좋은 취지의 식당이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이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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