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호송하다니…
재직하고 있는 세종대학교에서 이번 학기의 마지막 강의를 하던 날은, 학교 박물관 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 ‘인공기’가 내걸려 있었다. 그날은 마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첫날(6월13일)이었다. 내 평생에 그렇게 큰 인공기를…
200006292006년 01월 31일이제라도 경제 초석 다져라
참여정부도 이제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고 있다. 과거 정권들이 그랬듯이 새 슬로건을 내세우기보다 집권 초 국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차분히 마무리 지어가야 할 때다. 그러나 지난주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들으니 씁쓸함을 금할…
200601312006년 01월 26일거리 ‘점령’한 플래카드
필자가 연구하고 가르치는 연세대학의 교정은 아름답다. 봄이면 봄대로 화사하고, 가을이면 가을대로 그윽하다.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연희관은 돌건물의 단아함을 보여주고, 청송대는 참나무와 소나무 이파리로 싱그럽다. 아침 저녁으로 학교의…
200006222006년 01월 25일시도 때도 없는 ‘분란의 정치’
삼류 개그라면 좋으련만, ‘유시민 장관 만들기’로 대통령은 여당에 어깃장을 놓고 초·재선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대들고 있다. 대통령은 여당 중진들을 모아놓고 국민은 납득할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정치가 아닌 정략을 계산하…
200601242006년 01월 23일무엇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나
매일 식탁에 오르는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발표에 모두가 경악했다. 그러나 그 알이 다 기생충으로 부화하는 것은 아니고, 혹 몇 마리가 부화한다 해도 건강 상태가 좋으면 별 문제가 안 된다는 후속 발표가 이어졌다. ‘웰빙’에…
200601172006년 01월 16일오동잎이 떨어지고 있다
민망한 얘기지만,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글자 그대로 난장판이다. 누구보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대학생들이건만 실상은 무법천지를 자행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고 훈육해야 할 대학교수들은 침묵 속에 방관하고 있다. 어느 대학…
200006152006년 01월 10일내 가슴속의 엑스 파일부터 지우자
설렘은 잠시다. 새해 새날을 맞을 때는 기대에 부풀지만, 막상 하루 이틀만 지나도 어느새 범상의 나날 속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신년 벽두의 다짐을 아무리 근사하게 해봐도, 이내 알게 된다. 특별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그런 걸 보…
200601102006년 01월 09일“황우석 교수님 보십시오”
황우석 교수님! 저는 전공은 다릅니다만 교수님을 지지해온 많은 이공계 학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지지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수님이 제출하신 논문이 교수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전문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두 차…
200601032006년 01월 02일비도덕적 사회와 윤리교육
어떤 이는 우리나라를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정부패는 사회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다시피 하며, 그 현상에 대한 국민의 불감증 또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요새 논란이 되고 있는 백두사업이나 고속철 문제는 그 생생한 …
200006082005년 12월 23일연금특위여! 첫술이라도 제대로 떠라!
여·야가 국회에 국민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를 구성하고 국민연금 개혁의 거보를 내디뎠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인기와는 거리가 먼 연금 개혁을 논한다는 자체가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것도 30년 뒤 일어날 …
200512202005년 12월 19일이젠 눈으로 말해봅시다
아시아 대중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비’. 엄청난 팬들을 끌어 모으면서 공연마다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무명의 백댄서 시절 그를 발굴해 오늘의 스타로 키워준 이는 박진영이다. 그는 비의 어떤 점을 보고 선발했을까…
200512132005년 12월 12일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지난 5월15일 한미합동조사단이 구성된 뒤 매향리 쿠니사격장에서는 사격훈련이 중단됐다. 주변 3000여 주민들은 반세기만에 되찾은 평온함에 놀라 “저녁에 텔레비전 보는 재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전화 통화할 때 악다구니를 하지 …
200006012005년 12월 05일로버트 김 앞에서 우리는 하나였다
로버트 김 선생이 19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1월24일 미국으로 떠났다. 예상보다 빨랐던 미 법원의 형 집행정지 판결로 김 선생의 방한 준비는 꽤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다. 최고조에 달해 있던 김 선생에 대한 …
200512062005년 12월 05일공적자금 투입, 때 놓치지 말라
2년 반 전에 발생했던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고 경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나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켜주지 않고 있다. 국가…
200005252005년 12월 02일무늬만 프로 vs 진정한 프로
최근 마카오에서 열렸던 제4회 동아시아경기대회 농구장에서 관중의 눈길을 모은 장면이 있었다. 본부석 한쪽에 자리 잡은 남자 장내 아나운서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음악을 틀어주면서 선수 소개는 물론 심판 판정이 있을 때마다 그 …
200511222005년 11월 21일지역감정과 알리바이
4·13총선 결과를 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라고 하는 지역감정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간의 정치적 대립과 싹쓸이 현상에 대해 개탄하며 이런저런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이런 논의들을 보면서 지역…
200005182005년 11월 17일막 나가는 고이즈미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재임 기간에 보여준 외교 행보는 역사적 책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주변 국가를 침략했지만 일본도 수백만 명의 인명이 희생된 제2차 세계대전이었기에 종전 후 일본인들도 군국주의라면 치를 떨…
200511152005년 11월 14일자칭 민주세력은 ‘민주장사’를 그만두라
최근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한 불구속수사 지휘는 검찰총장 사표에 이어 일파만파로 국정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헌정사상 처음 행사된 …
200511082005년 11월 07일얄팍한 가벼움의 시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가벼움이 출렁이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군화발과 최루탄, 화염병이 난무하던 무거움의 시대, 피와 눈물과 열정과 고함, 죽음, 그리고 그 뒤의 환희. 우리 시대를 지배하던 억압과 희망의 대결은 사라지고 그…
200005112005년 11월 01일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
검찰이 이중섭과 박수근 화백의 그림 58점을 모두 ‘가짜’라고 판명하고, 이중섭 화백의 작품 4점을 경매로 팔았던 서울옥션 대표의 사임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작가의 작품 대다수를 못 믿겠다는 의심을…
200511012005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