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댁에는 ‘까치호랑이’가 걸려 있습니까
민화를 판화로 대량 제작해 적잖이 재미를 본 젊은 문화사업가가 있었다. 그때가 90년대였다. 문화상품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던 때다. 전통 민화를 아이디어 상품으로 개발해내자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그 덕분에 박물관이나 아트숍 등에…
200209052003년 05월 09일
보조금과 상계관세 부과
2000년 12월, 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는 3년 전에 발행한 회사채 만기로 파산 일보 직전에 놓였다. 도무지 회생할 것 같지 않았던 이 회사의 목숨을 건진 것은 이른바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현대전자의 회…
200305152003년 05월 07일
효과 만점의 비타민 국악요법
전공 분야가 국악이다 보니 평소 ‘국악의 쓸모’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우리 것을 알아야 한다거나, 또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점만 내세워 국악을 권하는 일은 일상의 대화치고는 좀 부담스럽다. 그래서 좀 더 자연스럽…
200305082003년 04월 30일
‘매트릭스’와 총을 가진 보안관
최근 ‘미국 vs 유럽, 갈등에 관한 보고서’란 책이 화제다. 미국의 신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이념가인 케이건은 이 책에서 최근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심화된 경위를 냉정하게 분석한다.케이건에 따르면 유럽이 반전과 반…
200305012003년 04월 23일
미국의 욕망 … 그 끝은 어찌 될까
속절없이 가는 봄날이기에 짧은 봄밤은 황홀하다. 이태백은 반가운 얼굴들을 불러 술자리를 마련한다. 복사꽃 자두꽃이 달빛에 젖어 요염한데, 시인이 어찌 운을 떼지 않고 지나갈쏜가. 그러나 시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가락은 꽃노래가 아닌 …
200304242003년 04월 16일
개혁의 네 가지 성공조건
개혁.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개혁이란 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그러나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혁명은 기존…
200304172003년 04월 10일
잘못된 대통령이 되는 길
청와대란 항상 세 가지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통치라는 큰 틀을 이루어 가는 곳이다. 그 세 가지 논리란 정치논리, 경제논리 그리고 개혁논리다.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통치의 기반, 즉 국민적 지지기반을…
200304102003년 04월 02일
이라크전의 암운과 동양사상의 희망
국제사회가 국제연합(UN·United Nations)을 통해 그토록 막으려 애썼던 이라크전쟁이 결국 시작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탄생한 국제연맹이 무력화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던 과거 세계사를 상기해보면 이번 이…
200304032003년 03월 26일
밭에 씨 뿌릴 날이 기다려지네
골짜기에 버려져 있던 300평이 좀 안 되는 큰 밭을 샀다. 원래 마당 앞에 텃밭이 있었는데 콩걷이가 끝나자마자 텃밭 한쪽을 연못으로 만들었다. 연못에 백련을 심고 싶은 오랜 꿈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채소 심을 터가 마땅찮아진 것이…
200303272003년 03월 19일
참여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노무현 정부 들어서 시민 참여가 부쩍 강조되고 있다. 이름부터 ‘참여정부’라고 했고 장관 후보를 인터넷으로 추천받았을 정도로 인터넷 정치에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시민들…
200303202003년 03월 12일
세 가지 비밀 털어놓는 기막힌 사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을 알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처럼 여러분 앞에 서서 말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모두에게 감…
200303132003년 03월 05일
나는 그를 모른다
새벽에 택시를 탄다. 운전석의 남자와 나는 표면적으로는 기사와 승객의 관계다. 그러나 그 사실 외에 ‘나’는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어떻게 자라왔으며 어떤 품성을 가졌으며, 심지어 실제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단지 운…
200303062003년 02월 27일
협상 앞서 農政 방향부터 제시하라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으로 WTO체제가 출범함으로써 세계경제는 이른바 세계화라는 개방의 길로 접어들었다.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어서 UR협상의 결과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이 사실상 개방되었다. 물론 당시 농산물시장…
200302272003년 02월 20일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하나이다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다.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에게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나마 전하고자 함은 비록 헛되다 해도 남은 자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한 방식이 된다. 그래서일까, 미 항공우주국도 공중폭…
200302202003년 02월 12일
산중에서는 낙숫물 소리도 반갑다
눈이 그치고 난 후 나는 운동도 할 겸 처소를 돌면서 지붕을 살폈다. 지붕에 쌓인 눈이 녹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햇볕을 받는 양에 따라서 눈 녹는 순서가 다른데, 방향으로 얘기하자면 남쪽 지붕이 가장 먼저 녹고, 그 다음 …
200302062003년 01월 29일
“장관들에게 힘 실어줍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정 지배구조가 다소 개선될 모양이다.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가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라는 고유 업무만 담당하고 장관들의 업무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정권이 …
200301302003년 01월 22일
여성운동가 마쓰이 씨의 명복을 빌며
살다 보면 아주 작은 인연인데도 큰 울림으로 남는 사람이 있고 큰 인연으로 만난 것 같은데도 별 의미 없는 관계로 끝나는 사람이 있다. 상대의 됨됨이, 그리고 상호간의 코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세밑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한 …
200301232003년 01월 15일
개혁을 대통령에게만 맡길 텐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한국으로 오기 위해 일본을 경유했다. 일본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뒷줄에서 그리운 한국말이 들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돌아보니 회사원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의 청년 둘이 서 있었다. 해외출장을 …
200301162003년 01월 08일
제대로 한판 싸울 수 있겠구나
새해다. 지난 세밑에 어떤 천재적인 시나리오 작가도 짜지 못할 드라마틱하고 흥미진진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노무현 시대’가 열렸다. ‘노무현 당선 사태’에 충격을 받은 보수적 논객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노무현 시대’의 특성과 의미에…
200301092003년 01월 03일
“人時를 얻었으니 지혜를 보태소서”
이번 대선만큼 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드라마는 일찍이 없었다. 막판에 터진 변수, 그리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는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그러나 극이 끝나면 조명은 꺼지게 마련. 극장의 어둠 속에서 싹튼 감동은 거리의 햇살 아…
200301022002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