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뚝심 좋은 호박을 닮고 싶다
올해 우리집 고추 수확은 이웃 농가보다 한두 주일 늦었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한가하게 구경만 하는 동안 농부들은 서둘러 고추를 따다가 산길에 널곤 했던 것이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어머니께서 고추를 따지 않았더라면 …
200310022003년 09월 24일
가을 뜨락 국화꽃 향기
세상에는 삶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죽음을 두려워할 만큼 아름다운 현상들이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투명한 햇살이 찬란하게 비치는 가을 뜨락에 핀 자줏빛 국화꽃 향기만큼 아름다운 것이 …
200309252003년 09월 18일
국민연금법 개정 이대로 좋은가
보건복지부는 최근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대폭 수정한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세대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현행 국민연금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연금재정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200309112003년 09월 04일
아바타 세대와 非아바타 세대
‘혈관 연령’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혈관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저명한 내과의사인 윌리엄 오슬러는 “인간은 자신의 혈관 나이만큼 늙어간다”라고 말했다. 이 혈관 연령은 개개인의 물리·생리적 나이와는 다른 육체적 노화 상…
200309042003년 08월 28일
깊은 산이 흰 구름 보고 미소하네
아침에는 좀 독특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오이냉채가 있기에 국수를 삶아 거기에 말았더니 뜻밖에 시원한 오이냉채 국수가 되었다. 열무김치 국수는 위장을 자극하는 매콤한 맛으로 먹지만 오이냉채 국물에 만 국수는 …
200308282003년 08월 21일
지방박물관도 할 말 있다
며칠 전 ‘주간동아’ 기자로부터 대단히 곤혹스러운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는 5월 일어난 국립공주박물관의 문화재 강탈사건과 관련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몇몇 지방 박물관장들에게 부탁해보았으나 모두 거절하더라면서 필자마저 손사…
200308212003년 08월 13일
‘경험과 연륜’ 팽개치는 나라
‘Thanks for the Memory(추억을 남겨줘서 고마워요)’는 얼마 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보브 호프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다. 영국 태생으로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17세에 미국 시민이 되…
200308142003년 08월 08일
‘석유 위기’ 앉아서 당할 셈인가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계속해왔다. 그 동력은 값싸고 풍부한 석유였다. 석유 때문에 교통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경제규모가 급속하게 팽창했다. 현재 석유는 세계 에너지 수요의 40%, 교통수단에 제공되는 연료의…
200209262003년 08월 01일
정치개혁 드라마를 보고 싶다
현재 우리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곡예하듯 걸어다니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정치인이 합법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경로는 후원회를 통해 돈을 받고 영수증을 발행하거나, 일정 범위 내 친척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다. 그…
200308072003년 07월 31일
이제는 만화 ‘전시’를 고민하자
최근 들어 만화 관련 전시회가 부쩍 늘어난 듯싶다. 금년에 이미 이화여대박물관에서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이 열렸고 현재 일민미술관에서 ‘동아·LG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만화전’과 ‘앙굴렘 …
200307312003년 07월 24일
경제 위기 타개책 없나
최근 경기침체 늪에 빠져버린 우리 경제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고 국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크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는 듯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줄곧 감소세를 …
200307242003년 07월 16일
침몰 위기 배 누가 구출하나
최근 우리 경제는 거센 풍랑 속을 헤매는, 엔진이 꺼져가는 배와 같다. 연쇄파업과 신용대란 등으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소비심리는 실종되고 기업은 탈진하는 등 경제동력이 다해가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경기부양…
200307172003년 07월 10일
밭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산중 처소 입구에는 인사를 아주 잘하는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처소를 찾는 손님 모두에게 “안녕하십니까?”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감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감나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잎들이 시들하다. 잎들은 …
200307102003년 07월 02일
노대통령이 힐러리에게 배워야 할 것들
”빌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을 고백한 순간 힐러리가 느낀 살의에 가까운 감정이다. 현재 뉴욕주 상원의원인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은 800만 달러의…
200307032003년 06월 26일
정치인 입 속에 숨겨진 부메랑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말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사랑’이라는 말일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사랑을 가르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다 보니 이제 사랑이라는 말의 신…
200306262003년 06월 19일
노동쟁의로 달아오른 6월 해법
최근 한국 언론은 노무현 정부를 ‘노동자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친(親)노동자적’ 정부로 바라본다. ‘지금은 노조시대’라는 기획기사가 연재되는가 하면 ‘친노(親勞) 정책, 기업 숨통 죈다’는 식의 자극적 제목을 단 기사도 나온…
200306192003년 06월 11일
인터넷 실명제 또 다른 허점
전자 민주주의란 말이 있다. 먼 거리에 있어도 같은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자기 의견을 내놓는 데서 나오는 힘은 …
200306122003년 06월 05일
사람을 진정 그리워하고 싶다
오랜만에 여행하고 돌아와 산중 처소를 둘러보고 있다. 쟁기질한 밭에 뿌린 씨앗들을 맨 먼저 점검해본다. 씨앗에서 싹이 트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도 가슴을 졸이게 한다. 콩은 드문드문 힘겹게 싹을 틔우고 있고, 들깨 싹은 하나도 보이지…
200306052003년 05월 29일
브레이크 없는 사회의 비극
새가 좌우 날개가 있어야 균형을 잡고 날 수 있듯이, 사회도 논리적 좌익와 합리적 우익이 균형을 이룰 때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논리적 좌익와 합리적 우익의 공존 이외에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자동…
200305292003년 05월 21일
사전에 끼워주고 싶지 않은 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글로 먹고사는 나로서는 느닷없이 발휘되는 직업정신의 기민함에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다. 얼마 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오페라 ‘투란도트’를 볼 때도 그랬다. ‘상냥한’을 ‘성냥한’이라고 잘못 표기한 전광판의 …
200305222003년 0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