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몸집에서 우러나는 ‘섭’의 기운찬 맛
달걀과 고추장을 풀어 걸쭉하게 끓이는 섭국(왼쪽)과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웬만한 양식 홍합 크기에 버금가는 자연산 홍합의 살.어느새 손이 시려오는 계절이 됐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가 되면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나고 포장마차…
201711012017년 10월 30일몇 날 며칠의 기다림으로 제맛이 밴다
우리 집은 제사가 많았다. 설과 추석 차례를 포함하면 두 달에 한 번꼴로 상을 차렸다. 그중 할아버지 제사 때 먹을거리도, 사람도 가장 풍성했다. 부산에 사는 작은아버지와 고모가 갖은 해산물을 양손 가득 들고 왔기 때문이다. 윤기 …
201710182017년 10월 17일가볍게 바스러지며 달콤함이 번진다
일일이 고물을 묻히고 장식을 올려 완성한 전통 한과.어른이 돼서도 명절 차례상에서 제일 먼저 집어 드는 것이 약과와 한과다. 명절에만 맛보는 쫀득하고 달콤한 약과와 파삭파삭하면서 살살 녹는 한과의 매력은 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201710042017년 10월 03일가을에 살 오르는 미꾸라지, 추어(鰍魚)로 격상
들깻가루를 듬뿍 넣어 끓인 걸쭉한 남원식 추어탕,크기가 작은 것만 골라 만든 미꾸라지 튀김,깻잎을 감싸 튀긴 미꾸라지 튀김.(위에서부터)만 서른 살이 넘어 처음 추어탕 맛을 봤다. 이토록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보낸 30년 세월이…
201709272017년 09월 25일믿고 먹는 올드 패션, ‘소금집’ 델리미트
요즘 달걀은 물론, 햄이나 소시지도 안 팔린다고 한다. 어떻게 생산됐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으니 불안한 마음에 아예 먹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불안함은 불확실함에서 나온다. 불안함을 떨치려면 생산 과정을 확인…
201709202017년 09월 19일여름이 끝나면서 다시 차오르는 ‘재첩’의 맛
일일이 발라낸 재첩 살과 부추를 듬뿍 넣은 재첩국. 여러 가지 채소와 사과, 김을 넣어 무쳐 먹는 재첩숙회. 뜨거운 밥에 재첩 살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 재첩비빔밥(위부터).섬진강의 봄은 완벽하다. 강가와 낮은 구릉마다 매화와 …
201709062017년 09월 05일해산물이 듬뿍, 칼칼한 맛이 일품
모리국수에는 해산물 못지않게 콩나물도 푸짐하게 넣어 시원함과 아삭하게 씹는 맛을 살린다(위). 생선, 게, 조개 등 해산물을 듬뿍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시원하게 끓이는 모리국수.어린 시절 경북 포항시의 작은 동네 구룡포에 종종 들렀…
201708302017년 08월 28일이름은 불고기라도 맛은 가지가지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먹는 서울식 불고기.(위)언양식 불고기와 비슷한 바싹불고기.(중간)부드러운 고기에 양념이 연하게 밴 광양식 불고기.(아래)불고기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음식의 모양이 다를 것 같다. 간장과 설탕이라는…
201708232017년 08월 21일함께 북돋우며 어울리는 육수와 육전
평양냉면은 그릇에 이것저것 담기를 절제한 여백의 맛이 있다. 그만큼 육수와 면발에 집중해 또렷하고 섬세하게 각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함흥냉면은 알뜰살뜰 필요한 것만 챙겨 넣은 복주머니 같다. 면발로 양념을 싹싹 닦아 그릇을 비워…
201708162017년 08월 14일접시에 핀 꽃까지 먹어야 제맛
무덤덤할 정도로 꾸밈이 없는 생선회.‘먹을 수 없는 것은 그릇에 올리지 않는다’는 말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음식점에 가면 왕왕 대면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생선회 접시에 담긴 채 썬 무나 파슬리, 제육볶음 아래 깔아놓은 깻잎, 중국 요…
201708092017년 08월 08일무덤덤하되 한결같은 매력
대책 없이 무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다. 더위 탓에 밥 한두 끼 챙겨 먹는 일도 버겁게 느껴진다. 입만 들고 나가면 식당이 줄을 섰지만 무얼 먹고 싶은 마음조차 일지 않는다. 이럴 때 나의 비책은 바로 두부다. 커다란 손두부 한 모…
201708022017년 08월 02일여름에 꽉 차는 초현실적 맛
성게를 처음 먹은 것은 전남 목포를 출발해 흑산도로 향하는 배에서다. 열한 살이던 나는 그때까지 아빠가 입에 넣어주는 것은 뭐든 먹고 보는 아이였다. 떡볶이로 시작해 소의 생간, 등골, 선지, 천엽은 물론 군소, 개불, 산낙지까지 …
201707262017년 07월 25일열기와 냉기 오가는 버거운 하루 속 작은 위안
서울에는 며칠 내내 장맛비가 쉴 틈 없이 쏟아졌다. 그치는가 싶다가도 돌풍과 함께 사방에서 비를 뿌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맞게 뚝 멎는다. 광화문에서 종각까지 걷는 중에도 우산을 몇 번이나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게 하는 요사…
201707192017년 07월 18일꽃놀이만큼 반가운 다찌놀이
여러 가지 해산물은 통영 다찌의 시작이다.경남 통영에 가면 하늘과 바다, 총총 솟은 섬들이 내주는 안온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감탄을 자아내는 남해의 비경, 깊고 시린 동해의 풍경, 과묵하고 차분한 서해의 분위기와 달리 통영 …
201707122017년 07월 11일‘네 시작은 징그러우나 끝은 맛있으리라’
장어는 몸이 뱀처럼 길쭉하게 생긴 물고기를 일컫는다. 뱀장어는 담수와 해수를 오가지만 주로 민물장어라 부르며, 살집이 많아 두툼하고 기름지면서 구수한 맛이 좋다. ‘아나고’라는 일본어 이름으로 익숙한 붕장어는 잔가시가 없고 살이 담…
201707052017년 07월 04일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때 이르게 찾아온 더위로 한낮에는 길을 걷기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밴다. 그래도 해가 넘어가는 무렵부터는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지 직후라 하루 일과를 마쳐도 해가 훤해 일찍 귀가하기도 아쉽다. 바람결에 …
201706282017년 06월 28일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이번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예보를 매해 듣는 것 같다. 문제는 매번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느낀다는 것이다. 슬슬 시작된 올여름도 기세가 뜨거울 것 같다. 벌써부터 한낮의 햇빛 줄기는 한여름 못지않고, 에어컨…
201706212017년 06월 19일스르르 눈이 감기는 육향이 일품
얼마 전 제주에 다녀왔다. 소소하게 볼일도 있고 제주로 이주한 친구 몇몇이 보고 싶어 갑자기 떠난 여행이었다. 낮에는 볼일을 보고 밤에는 섬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 와중에 맛본 가장 특별한 음식이 …
201706142017년 06월 09일작은 몸에 가득 찬 바다
‘서민의 참치’라 부르는 고등어는 어디에나 있다. 국적이 다양하고 해동, 냉동, 자반, 통조림 등 가공법도 여러 가지라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이다. 등이 높고 통통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고등어(高登魚)는 살이 많고 맛이 구…
201706072017년 06월 02일콧등치기·올챙이국수 별식 유토피아
어릴 때는 곧잘 엄마를 따라 장을 보러 나섰다. 엄마는 품목에 따라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을 구분해 장을 보곤 했다. 나는 주로 재래시장 가는 날에 따라나섰는데, 무거운 짐을 들긴 해도 간식이라는 콩고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
201705242017년 05월 22일